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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은 왜 집회장에서 사진을 찍어댈까

'집회 감시'가 아니라 '권리 보호'가 경찰의 역할

"저 ××들도 어차피 같은 무리들이니까 그냥 (방패로) 찍어버려"

지난 13일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 반대 공동행동'에서 경찰들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던 '집회현장 인권침해 시민감시단(아래 시민감시단)'을 향해 한 전경이 던진 말. 방패를 자세히 보니 전경의 과도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고무테두리'가 유독 아랫부분만 하나같이 제거되어 있었다.

아시아에서 온 150여 명의 활동가들을 포함하여 1만 5천여 명이 참여한 이날 행진은 대학로에서 장충단 공원 까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집회 참가자에 대한 감시를 멈추지 않았다. 집회 대오가 퇴계로 5가를 막 지났을 무렵 비디오 촬영으로 불법 체증을 하던 서울시경 체증반 소속 사복경찰이 집회 참가자에 의해 적발되었다. 집시법 제17조 "경찰관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에게 통보하고 그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에 정복을 착용하고 출입할 수 있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

오후 3시 30분 경 집회 참가자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가 열리는 신라호텔 근처 장충단 공원 앞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되었다. 이윽고 집회 장소 주변, 심지어 집회 대오를 가로막았던 전경 버스 위 등 곳곳에서 다수의 사복전경·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불법 체증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소속과 이름을 밝히라는 시민감시단의 요구에 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불법 체증을 멈추고 오리발을 내미는 '기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집시법 제3조 1항은 "누구든지 폭행, 협박 기타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감시단에서 활동한 강이현 씨는 "집회는 권리인데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한다는 것 자체가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킨다"며 경찰의 감시를 비난했다. 평화적인 집회의 경우 사진·비디오 촬영 등 체증을 통한 경찰의 집회 방해 행위는 집시법에 근거한 불법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도 위배된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를 할 수 있는 자유'뿐만 아니라 '안심하고 집회를 할 권리'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

이날 장충단 공원 앞에서는 몇 명의 시위대가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머리가 깨지거나 전경이 휘두른 방패에 이마가 찢어졌다. 전경들은 물리적 접촉이 전혀 없었던 시위대들에게조차 '살인적인' 방패를 휘둘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