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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헌법재판소 ‘인권의 보루’ 맞나

“교도소 신문기사 삭제 위헌 아니다” 결정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여야할 헌법재판소가 인권침해를 방조하는 결정을 내렸다.

3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씨가 “구치소 내 신문 구독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에 대해, 일부 각하·일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미결수의 ‘알 권리’, ‘무죄추정의 권리’ 등이 침해되는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다.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서 씨는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중, <인권하루소식>의 구독을 신청했으나 금지당했다. 또 구치소 측은 서 씨가 구독 중이던 한겨레신문 및 문화일보에 대해 서 씨와 관련된 기사를 수시로 삭제한 채 구독하게 했다.

이에 대해 서 씨는 “구치소측의 처분이 헌법에서 보장된 표현의 자유(알 권리),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미결수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권리 이상을 과잉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인권하루소식> 구독 불허에 대한 청구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의 권리구제절차를 사전에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헌 여부 심사 자체를 각하했다. 다만 신문의 일부 기사 삭제처분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는 “사전 권리구제절차가 마땅치 않고 청구인이 구금자로서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어 절차 이행의 기대가능성을 찾기 어려우며, 청구인은 이후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돼 권리보호의 이익은 소멸됐지만 수용자가 구독하는 신문의 일부기사 삭제 행위는 국민의 알 권리의 침해 문제와 관련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일단 위헌 확인이 필요한 사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구금목적에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일부 기사의 삭제는 구치소 내 질서 유지와 보안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알 권리를 과잉 제한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결국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밖에 평등권·무죄추정의 원칙·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서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없다고 결론지었다.


재소자 ‘알 권리’ 등 외면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결정은 교도행정상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신문 기사 삭제의 범위를 구치소의 재량에 맡김으로써, 결과적으로 기본권 침해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인권하루소식> 구독 불허에 관한 결정 역시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으로 ‘알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 대리인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의 이석태 변호사는 “<인권하루소식> 구독 불허 건 역시 신문 기사 삭제 건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사안이었다”며 각하 결정에 불만을 표했다. 또 일부 기사 삭제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수감자가 구독하는 신문의 기사 삭제를 구치소의 판단에 그냥 맡김으로써 알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며 “만약 교도소 행정 상의 문제로 일부 신문 기사 삭제가 불가피하다면 삭제의 범위에 관한 헌법적 기준을 명확히 해 ‘알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