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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도주의 - 교정행정 충돌

재소자 귀휴 조치, 실질화 필요할 듯


지난 주 경주교도소에서 부친상을 당한 재소자가 가족들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장례에 참석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본지 10월 10일자 참조>. 현행 법규상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교도소와 검찰 등 당국의 설명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소자에 대한 귀휴(외출·외박)조치가 인도적․교화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형법상 재소자가 교도소 밖으로 외출(외박)할 수 있는 근거는 제44조(귀휴) 규정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1년 이상 복역한 수형자로서 그 형기의 2분의 1을 경과하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하며 행장이 우수한 때에는 형 기간중 3주일 이내의 귀휴를 허가할 수 있다.” 또 법무부령의 귀휴시행규칙은 ‘누진계급이 3급 이상인 자(기결 재소자의 50% 정도)에 대해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위독한 때 △직계 존·비속의 혼례가 있는 때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심의를 거쳐 귀휴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귀휴 시행조치 있으나마나

이번 경주교도소 재소자의 경우, 1년 이상 복역하지 않았다는 것이 귀휴를 허가받지 못한 표면상의 이유였다. 그러나 1년 이상 복역한 재소자들도 귀휴조치를 받기는 쉽지 않으며, 이는 대부분의 행형규정이 교도소측의 재량과 판단에 따라 집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선 교정 관계자들에 따르면, 귀휴를 허락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도주의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인도적 관점에서 볼 때 마땅히 귀휴를 허락해야 하지만, 재소자가 도주를 했을 경우 받게 될 문책과 불이익에 대한 부담으로 이를 허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10만 명이 넘는 전국의 재소자 가운데 귀휴 조치를 받는 재소자는 1년에 2백 명 정도이며, 그나마 형기를 거의 마친 재소자들이 귀휴 대상이 된다고 교정 관계자는 말했다.

일선 교도소의 한 교도관은 “제도가 바뀐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장례가 있다고 해서 외출을 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교도소 문제와 관련, 경주지청의 담당 검사는 “형집행정지 처분을 통해 장례에 참여하게 하는 것 역시 현행 형사소송법 상으론 어려운 일이었다”며 “모든 문제를 형집행정지로 해결하기 보다 행형법을 손질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권력형 재소자들과 일반 재소자들 간의 형평에 대한 시비도 불식시켜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