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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대차 가족들도 수배생활

회사, 합의 불이행·노조 파괴에 혈안


울산은 울산이 아니다. 노동현장은 통제되고 노조간부는 구속되고 가족들은 쫓기고….

정부와 현대자동차 사측이 노사간 합의를 무색케 하며 노골적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가 하면, 그 가족들까지 수배해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경찰은 파업이 끝난 지금 체포조까지 만들어 현대자동차 가족대책위 회장 이영자(35), 부회장 하현숙(33) 씨를 붙잡기 위해 시댁과 친정 등으로 쫓아다니고 있다. 가족들은 “정부가 장관을 보내 중재까지 해 놓고 어떻게 가족들까지 수배할 수 있냐”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수배된 두 사람은 3, 4살, 또는 5, 6살밖에 안된 아이들을 데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숨어 지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이 수배중인 이유는 경남도경이 지난 8월 4일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9일 울산을 방문한 김정길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시청을 방문한 가족들의 행위가 불법시위였다는 것이다. 당시 울산 남부경찰서는 장관 면담을 요청하는 가족들을 강압적으로 진압해 부회장 하현숙 씨는 왼쪽 발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회사측에 의해 고소․고발된 노동자 검거에 나서 협상실무요원들을 잇따라 구속하고 있다. 정부와 현대자동차 사측은 지난 8월 24일 노사합의로 정상조업이 진행되자마자 ‘고소고발 취하’ 약속을 뒤집고 8월 30일 노조 산업안전부 박병석 부장을 연행한 데 이어 9월 3일 황치수 수석부위원장, 5일 주윤석 사무국장, 7일 박유기 기획실장과 김동찬 대외협력실장등을 전격 연행했다.

회사측은 또 노동조합 조직력이 약화된 틈을 노려 본격적으로 노조 파괴에 나선 모습이다. 회사는 노사가 합의한 △정리해고자 위로금 문제 △무급 휴직자 처우 문제 △가압류 취하, 징계 철회, 고소․고발 철회 등 주요 합의사항마저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또한 경비들을 동원해 노조간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경찰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위까지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와 관련, 노조측은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그 여세를 몰아 지금 진행중인 전환배치를 사측의 의도대로 마무리하고 현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속된 박유기 기획실장의 아내 이선희 씨는 “수배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고 회사와 정부는 합의안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며 “현 정권이 노조 간부 사냥과 가족 수배에 나선 것은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대한 가족들의 지원을 끊고 원만한 노사관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파국을 부르는 행위”라며 분노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