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주민카드’에 목숨건 행자부

타 부처 만류 불구, 사업 강행 고집


30일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대표단인 김진균 교수(서울대)와 김기중 변호사를 만난 자리에서 “전자주민카드제도에 관해서는 계속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기획예산위의 공식적 입장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산책정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예산위원회의 결정 여하에 따라 전자주민카드제도는 일단 시행 여부가 판가름나게 된다.

한편 아직 공식적 입장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획예산위원회의 담당 실무자들은 최근 “전자주민카드사업을 집중 검토한 결과 비용에 비해 실익은 거의 없다”는 의견을 표한 바 있어, 행정자치부만이 정부부처 내에서 전자주민카드 추진을 고집하는 유일한 부처로 남게 될 전망이다.

행정자치부(장관 김정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사업중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1일 99년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위해 주민카드 구입비 등 총 322억원을 기획예산위원회에 신청하고, ‘전자주민카드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를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포항공대, 한국능률협회에 의뢰하는 등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반면, 감사원은 같은 달 27일 전자주민카드사업에 대해 “소요되는 비용은 막대하나 증명감축 효과가 없는 등 실효성이 없으므로 재검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타 부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27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석영철 행정자치부 차관은 “특이한 사항이 없으면 계속 추진하겠다”며 당초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감사원이 재검토 권고를 내리고, 기획예산위원회와 당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왜 특이 사항이 없냐”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행정자치부의 독불장군식 사업 추진의 배경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즉, 사업이 중단될 경우 잘못된 정책과정에 대해 책임이 돌아올 것을 우려하는 ‘실무 관료들의 몸부림’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한편, 전자주민카드 사업이 집행될 경우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는 ‘국내업체들의 로비’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30일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김정길 장관 규탄 및 전자주민카드 완전 철회를 위한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전자주민카드문제는 21세기적인 인권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통령과 국민회의의 집권 전 약속에 관한 것”이라며, “만약 현 정부도 구 정부와 마찬가지로 전자주민카드제도를 추진하려 한다면 현 정부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강력한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책위는 △전자주민카드사업 완전포기 △관련 법률의 재개정 계획 수립 △타당성 없는 전자주민카드사업을 무모하게 추진해 온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 △인권보호 차원에서 주민등록제도의 개선을 행정자치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