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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관노청 사건등, 정권교체 무색

KNCC 기도회, 민주단체 탄압중단 촉구

19일 저녁 기독교회관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와인권위원회' 주최로 '국가보안법 철폐와 민주단체 탄압중지 촉구를 위한 목요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의 주인공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중인 관악노동청년회(관노청)와 부천민주노동청년회(부민노청) 회원들.

특히 지난 2월 18일 회원등 8명이 구속된 관노청 사건은 사실상 김대중 정권 아래 최초의 조직사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 사건은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호들갑 속에서도 공안당국의 인권유린과 조작수사가 여전함을 보여 주고 있다.


김대중 정권 아래 첫 조직사건

'진보적 노동자들의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관노청은 지난 89년 결성된 '관악지역노동자협의회'에서 출발, 94년 명칭을 바꾼이래 현재까지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최근 'IMF를 이겨낸다'라는 제목의 경제강좌를 개설하는 등, '노동법강좌' 개설과 '무료노동법률상담실' 운영 등이 이들의 주요한 활동이었다.

그러나, 지난 17일 관련자들을 기소한 검찰은 관노청의 '강령'을 시비삼아 이적단체 규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관노청 회원은 "관노청엔 강령이 없고 단지 회칙이 있을 뿐이며, 공안당국에서 '강령'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발표된 전북대 혁신대오 사건이 최근 법원의 판결에 의해 '조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듯, 아직도 공안당국의 자의적인 이적규정과 그에 따른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또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행위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18일 목요기도회에 참석한 구속자 가족이 "열흘간 면회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듯이 최초 홍제동 대공분실로 연행된 이후 구속자들의 접견권은 시종 제한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구속자들을 대공분실에서 각 경찰서로 분산 수용하면서 그 소재조차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연행 후 48시간이 지난 2월 20일 이후 서류상에 기재된 경찰서에 수감하지 않고 계속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잠을 재웠다고 구속자 가족들은 증언하고 있다.

또한 조백현(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연구원) 씨는 단지 관노청 회원들과 친분이 있었을 뿐인데 회원으로 지목돼 구속되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다. 그는 경찰수사과정에서 "회원임을 자백하라"는 강압수사를 받았으며, 검찰 역시 그에게 관노청을 배후조종한 혐의를 두고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당국은 조 씨가 관노청 소식지에 기고한 '다물비판과 노동조합의 대응방향(95. 10)' '경영참가에 대하여(95. 11)' '임금체계와 단일호봉제의 이해(96.3)' 등 이미 책이나 통신을 통해 발표된 논문들에 대해 이적표현물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7일 구속된 부민노청 회원들 역시 관노청과 다를바 없는 경우다.

부민노청은 지난 93년 지역내 노동청년들이 구성한 단체로서, 철학·역사·노동법 강좌등 교양강좌를 운영하고 문학학교·풍물교실 등 대중 문화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검찰은 "부민노청이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구성됐으며, 정치학교 등을 통해 사상학습을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들을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부민노청 회원은 "검찰이 증거도 없이 조작된 문서를 들이대며 협박했고, 단순 교양강좌를 사상학습으로 조작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회원은 또 "지난해 12월 13일 기소되기 전에 이미 서울시경이 언론을 통해 조작된 내용을 그대로 공표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도회 참석자들은 "새 정부가 냉전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의 존속을 주장하고, 민주단체에 대한 조작수사와 협박·폭력, 인권유린의 구태를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의 부끄럽고 어두운 역사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