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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서울대 교수 고정간첩?

선거도통제…선거용 공안사건 우려

최근 서울대 교수 출신의 한 사회학자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관계기관은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있으며, 시중엔 이 교수가 고정간첩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져나가고 있다.

사건 당사자는 92년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정년퇴임한 고영복(70) 씨. 그는 지난 2일부터 한 병원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미 구속영장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장소가 병원인 것은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이기 때문인 것으로 전한다.

보도통제로 인해 고 씨의 정확한 혐의와 사건 개요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정보를 모아보면 고 씨에 대한 수사가 지난달 27일 검거된 울산 ‘부부간첩’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 ‘부부간첩’ 사건에서 발단

<시사저널> 420호(11월 13일자)에 공개된 울산 부부간첩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10월 21일 민주주의민족통일 울산연합으로 정대연(36) 집행위원장을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인근 다방에서 정 씨를 만난 두 남녀는 ‘북에서 왔다. 공화국에 같이 가자’는 내용의 발언을 했고, 정 씨는 이들과 헤어진 뒤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10월 27일 정 씨는 그들로부터 다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고, 이들은 약속장소에 나왔다가 잠복중인 안기부․경찰 합동팀에 의해 검거됐다.”

정 씨는 그들과의 만남 직후인 22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전국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언론에는 일체 보도되지 않았다. 안기부가 엠바고(보도통제)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정 씨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두 사람이 2개월 전 서해안을 통해 배를 타고 들어왔고, 이들에게서 서울대 교수, 노동자를 포함한 10여 명의 이름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제2 이선실, 김동식 사건 우려

정 씨의 진술에서 드러나듯, 고영복 교수는 울산에서 검거된 간첩혐의자의 진술에 근거해 수사대상에 올랐고 구속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일선의 한 기자는 “울산 간첩의 입에서 ‘고첩(고정간첩)을 데리러 왔다. 그가 고영복이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기관은 고 씨 사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에선 쉬쉬하는 속에서 온갖 입소문과 의혹들이 번져나가고 있다.

정대연 씨는 다음의 사실 등을 지적하며 관계기관의 조작가능성까지도 제기한다. 우선, 간첩혐의자들이 너무 쉽게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며 접근한 점. 둘째, 기자회견이 열렸고 울산지역에 검문이 강화된 상황이었음에도 그들이 최소한의 보안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점. 셋째, 검거된후 3-4시간만에 총을 묻어둔 장소를 말하고 만난 사람들의 명단 10여 명을 털어 놓은 점 등이 공작원으로선 너무나 허술한 처신이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고 교수의 89년 행적부터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해 자칫 수사가 일파만파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사건을 두고 일부에선 92년 대통령선거 전의 이선실 사건, 96년 4․11 총선 전의 김동식 사건을 떠올리기도 한다. 또다시 선거용 공안사건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와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관계기관의 투명한 수사와 시민들의 제보가 절실히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