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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진술서 수사관이 직접 작성했다”

허인회 씨 3차공판, 간첩 김동식사건 조작의혹


간첩 시나리오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지법(317호법정)에서는 소위 ‘간첩 김동식사건’에 연루된 허인회 씨의 3차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허씨와 김동식 씨의 만남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증인 심리로 진행됐는데,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세 사람 모두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진술서와 자신들의 진술내용이 일치하지 않거나, 관련 없다고 증언함으로써 이번 사건의 조작의혹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두번째 증인으로 나선 한성옥(식당종업원)씨는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른채 형사가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두 번의 진술중 한 번은 자신이, 또한번은 남편이 진술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형사들이 사진을 보여 주었을 때, 비슷한 사람을 본 것같기도 하다는 진술만 했다”고 밝혔으나, 수사기관이 제출한 진술서에는 한씨가 실제로 김동식씨와 식사하는 피고인을 본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증인 박미아(다방 주인)씨도 “경찰이 제시한 김동식 씨의 사진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했으나 이와달리 진술서에는 김씨를 본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첫번째 증인 이훈개(국회 방호조장)씨의 경우, 진술서 일부를 수사관이 직접 작성한 사실이 밝혀져 검사와 변호인간에 연달아 반대심문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한편, 이날 박미아 씨의 증언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하나 밝혀졌다. 박씨는 “경찰조사가 있기전 다방으로 박영희 씨라는 여인이 찾아와 취직을 했는데 4-5일만에 그만둔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뒤 경찰과 함께 나타나 경찰로 여겨졌다” 고 진술함으로써 이후 재판전개에 변수로 등장할지가 주목된다.

‘간첩불고지 사건’으로 떠들썩하게 시작된 이번 사건은 관련 혐의자들의 불구속 결정에 이어 몇몇 증인들의 예기치 못한 증언으로 당초 수사기관의 시나리오와는 어긋나게 진행되는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모두 검찰측 증인이었다는 사실이 수사기관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