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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간첩이라고 밝히면 무조건 신고해야”

함운경 씨 불고지혐의 징역 8개월


서울형사지법 10단독(재판장 양승국)은 95년말 소위 ‘부여간첩’ 김동식 씨를 만나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함운경(34) 씨에게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부분에 있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양승국 판사는 “간첩 김동식이 피고인을 만나 분명히 간첩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김동식을 정보당국의 프락치가 아닌가고 의심하며, 신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불고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한번쯤 의심을 갖고 김동식을 신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누군가가 ‘내가 간첩이다’는 말만 해도 무조건 신고해야 불고지 혐의를 피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적표현물 혐의 무죄

반면, 이적표현물 소지 부문에 대해 재판부는 “서점에서 구입한 『인간 김정일, 수령 김정일』은 이적표현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적표현물은 국가의 존립안정을 위협하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적표현물이라도 피고인에게 이적의 목적이 없다면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함운경 씨는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간첩 김동식을 만났고, 그가 간첩이라고 밝힌 사실을 본인이 인정했다는 재판부의 판결에 황당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북한을 잘 알고 있다는 30대 초반의 남자(김동식)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그가 간첩인 줄은 몰랐다”고 강조했다. 함운경 씨는 재판결과에 불복, 항소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