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장기수 캠페인 <분단의 고통을 나누자 ③>

재일동포-조국 찾아온 댓가가 '간첩'

1. 기획을 시작하며
2. 초장기수들
3. 재일교포 관련 사건
4. 일본 관련 사건
5. 납북어부 사건
6. 행방불명되었던 가족
7. 민주·통일 운동 관련
8. 기획을 마치며

간첩죄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장기수들의 사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즉, 어떤 사건이라고 해도 ‘조작’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사건이거나를 막론하고 사건을 접할 때는 신문에 발표된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 조작인가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으면 우리는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없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초장기수의 경우도 오랜 고문으로 ‘사실’ 그 자체보다 장기간의 야만적인 고문으로 훨씬 과장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부터 다루게 될 사건들은 ‘조작’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건들이다. 70년대 이후 독재정권의 위기 때마다 터져나왔던 간첩사건들은 바로 이런 조작간첩 사건들이다. 이 기획 첫 회에서도 지적했지만, 북한은 70년대 초반부터 대남전략을 수정하여 공작원을 내려보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첩단 사건은 5공 때인 80년대 초반 집중적으로 터진다.

이런 조작간첩 사건과 연루된 이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몇달씩 밀실에 갇혀 고문을 당하면서 간첩은 접선을 이렇게 하며, 난수표는 어떤 방법으로 해독하는지, 비트를 파는 방법은 어떤지를 수사관들이 알려주고 이를 받아 적게 한다. ‘간첩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면서 수십번 수사관들이 말하는대로 받아 적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단지 폭압적인 고문과 함께 가족에 대한 협박, 이를테면, 아내와 자식까지 구속되고 싶으냐는 협박도 받게 된다.

이런 밀실의 불법구금일수를 보면, 재일동포 이헌치 씨가 무려 1백80일, 일본관련 사건의 김철 씨가 1백13일을 불법고문 당하며 간첩이 되었다. 다른 이들도 보통 60일 전후의 불법구금을 경험해야 했다. 심지어는 이들의 수사발표도 수사가 완료되고 하는 시점, 또는 정세의 필요에 따라 하곤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때에 간첩단 사건이 많이 발표되게 된 것이다.

조작사건이 제대로 된 물증이 있을 리 없다. 대개가 사건으로 구속된 이들의 자필 진술서가 거의 유일한 증거일 뿐이다.

서준식 씨는 조작간첩은 반공지상주의를 토양으로 삼아 발생하고, 독재정권의 정권안보를 위해 만들어지게 되며, 또한 수사관들의 포상욕, 진급욕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일동포들은 38선이 없는 일본에서 일상적으로 조총련계 동포들과 어울리며 살았기 때문에 북한이나 북한동포에 대한 적개심이나 공포심을 갖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재일동포들은 안기부등 수사기관의 좋은 먹이가 된다.

현재 15년째 수감중인 이헌치 씨. 그는 81년10월9일 서빙고에 있는 보안사로 연행되었다. 보안사는 그가 북한을 방문하여 간첩지령을 받았고, 국내에 아지트를 마련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노동자들을 포섭하려고 했다고 한다. 특히 수사를 받던 중인 10월15일에 부인이 보안사에서 출산하였다. 그 아이마저도 이씨가 간첩활동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보안사는 강조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지금 중학생이 되었다.


표 5) 재일동포 장기수 명단


이름 / 연령 / 교도소 / 수번 / 형기 / 연행일 / 구속일 / 복역연수

박수관 52 대구 3245 무기 83.3.25 13년
김장호 55 〃 3122 20년 83.1.30 13년
김태홍 40 대전 3801 20년 81.10.13 15년
이헌치 44 〃 3638 20년 81.10.28 15년
서순택 66 〃 3635 20년 90.1.19 6년
이성우 71 안동 1341 20년 84.2.23 12년
김병주 71 〃 1368 20년 83.11.28 13년
손유형 67 전주 2039 20년 81.7.15 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