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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원대 제적생 4일 분신, 중태

장현구 씨 92년 학내문제로 학교서 고발·구속


학생운동 중에 학교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해 구속, 제적되었던 학생이 못내 괴로워하다가 분신한 사건이 일어났다.

경원대 제적생 장현구(27, 전기공학과)씨는 지난 4일 오후10시경 서울 송파구 일신여상 앞 육교 아래서 온몸에 석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다행히 분신장면을 목격한 행인들이 급히 불을 끄고, 곧 119구급대로 연락, 중앙병원을 거쳐 강남구 대치동 화순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다.

그러나, 장씨는 전신 80%에 3도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다. 처음에는 장기와 호흡기에는 화기가 침투하지 않아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으나, 사고발생 열흘이 지난 13일 현재 합병증이 생겨 호흡하기도 매우 곤란한 상태라고 한다. 의사들은 “장씨와 같이 분신한 경우 생존율이 50%를 밑돈다”며 장씨가 다음주 초 고비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승이 제자를 고발

이번 사건의 발단은 9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여름 경원대 직원노조가 결성되었고, 이 과정에서 직원노조 간부들을 학교측이 고발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맞서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고, 장 씨 등 학생회 간부들은 직원노조의 인정을 요구하며 쓰레기를 모아 학교 총장실에 버리기 운동을 펼쳤으며, 재단에 항의하는 뜻으로 대학 본관 앞에서 이 학교 재단 이사장이 발행인으로 되어있는 <시사저널>을 불태웠다. 학교측은 이를 빌미로 장씨와 황기룡, 문영복 씨 등 3명을 폭력, 방화,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하고, 과학생 회장까지 33명의 학생을 무더기로 무기정학 등 중징계했다. 이에 앞서 학교측이 신축 건물을 공학관으로 사용하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학교기관과 평생교육원으로 활용하자 이에 반발, 장씨가 주동하여 점거농성을 벌인 일도 있었다.


경찰, 불법구금․가혹행위

장씨는 같은 해 12월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공정선거 캠페인 활동을 하다 성남시내에서 성남경찰서 형사들에게 영장 없이 연행되어 3일동안 잠을 못자고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손에 뒷수갑을 채워 의자에 묶여진 상태에서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 경찰은 장씨의 연행이후 48시간을 넘겨 구속영장을 발부 받는 불법을 저질렀으며, 이 불법구금은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장씨는 그 후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되었다.

93년 초 경원대 입시부정사건이 터지자 장씨는 혼자서 총장을 면담하겠다고 총장실을 찾아갔다가 그를 고발했던 당시 학생처장 문용식 교수 등에 의해 집단구타 당하기도 했다.

한편, 장씨는 감옥에서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가족들이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 이후 상태가 더욱 악화돼 스스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구명대책위 구성 서둘러

그와 학교 동기인 양정우(27)씨는 “그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학교자주화 투쟁에서 많은 학우들이 징계를 당한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실을 괴로와했고, 또 스스로 열심히 살지 못하는 것을 한탄해 왔다”고 전했다.

92년 장씨가 구속되었을 때 성남경찰서 조사2계로 그를 면회 갔던 김해성(35, 성남 산자교회)목사는 “경찰의 불법 수사에 항의, 고소한 적이 있다”며 “그가 분신까지 결행하게 된 배경에는 제자를 고발한 학교측과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저지른 경찰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성남지역의 재야인사들과 경원대 졸업생 등은 오는 18일 오후 5시 ‘장현구 씨 구명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병원비 모금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모금 구좌번호> 국민은행 032-21-0657-508 양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