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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 전 전대협 간부 등 3명 긴급구속

“부여 간첩 만나고도 신고하지 않아”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을 만났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전 전대협 간부 등이 긴급구속됐다. 서울경찰청은 5일 저녁과 6일 오전 8시경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전 조직부장 함운경(32)씨, 「전대협동우회」 회장 이인영(31, 전 고려대 총학생회장)씨, 「청년정보문화센터」 소장 우상호(33, 전 연세대 총학생회장)씨 등 3명을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 혐의로 긴급구속, 장안동 대공분실에서 조사중이다.

6일 오후 이들을 접견한 임종인 변호사는 “한 청년이 전화를 걸어와 다방 등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가 북한을 잘 안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 채 5분도 만나지 않고 일어서 나온 적이 있다”며 “이들이 만난 청년은 서울 말씨를 쓰는데다 나이도 너무 어려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라고 생각할 수 없어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경찰은 “지난달 충남 부여에서 군경과 총격전을 벌이다 생포된 간첩 김동식(33)을 조사한 결과, 김이 이들과 만나 자신의 신분을 밝혔음에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9월2일경, 함씨와 우씨는 9월26일과 10월초에 각각 약 5분에 걸쳐 김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노운협의 김영곤 의장 등 3명이 국가보안법 등으로 구속되었고, 3일에는 권영해 안기부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의 답변에서 “부여 무장간첩이 재야 운동권 인사들을 만나 신분을 밝혔음에도 신고하지 않았다”며 재야인사들을 조사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재야운동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난 92년 남부조선노동당 사건과 같이 대규모 조직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한편, 6일 오후 민가협 회원 5명과 전대협동우회 회원 10여명은 장안동 대공분실 앞에서 이들을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민가협 회원들을 경찰차에 태워서 망우리에 내려놓기도 했다.

또, 경찰은 이날 저녁 이씨의 집과 우씨가 소장으로 있는 청년정보문화센터를 압수수색 했다. 이씨의 집에서는 약 2시간 동안 수색을 벌였으나 증거가 될 물건을 못 찾고 빈손으로 돌아갔으며, 청년정보문화센터에서는 회지 <새날열기>와 회의문건 등을 압수해갔다.

전대협동우회 오영식(30)씨는 “공안당국이 청년운동의 지도자들을 북한과 연계시켜 이미지를 훼손하려 한다”며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매번 이런 공안사건을 터뜨리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년단체들은 오늘 오후2시 세실레스토랑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장안동 대공분실에 항의하러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