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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장기수 캠페인 <분단의 고통을 나누자⑧>

사상양심의 자유는 최소한의 기본권


1. 기획을 시작하며
2. 초장기수들
3. 재일교포 관련 사건
4. 일본 관련 사건
5. 납북어부 사건
6. 행방불명되었던 가족
7. 민주․통일 운동 관련
8. 기획을 마치며


한 인간이 독방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 것인가? 0.75평 내지는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대소변을 보는 화장실이 머리맡에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이들도 없이 몇 년이고 혼자 살아야 하고, 면회도 편지도 안되는 곳에서 하루 운동시간은 고작 30분에서 1시간이라면 얼마나 버티며 살 수 있을 것인가?

거기에다 전향공작으로 정신적 육체적인 고문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20년 넘게 산다면 석방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을까?

장기간의 독방 수용도 정신적인 고문에 속한다. 국제적인 인권단체들은 장기간의 독방수용이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시켜 정신분열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서 20년 넘게 산 초장기수가 무려 27명이나 된다니(15일 이후는 24명).

민가협등 인권단체들은 지난 7일부터 명동성당에서 양심수 석방 캠페인을 벌이면서 ‘하루감옥체험’이라는 행사를 마련했다. 실제 대전교도소의 독방의 실제모형을 만들어 그곳에 사회 저명인사들이 하루 또는 반나절을 감옥살이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장기간의 독방생활은 그 자체로 지독한 형벌이라고 말했다.

고영구(5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변호사는 “현재의 독방은 최소한의 생존도 말살하는 곳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엄연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되지 않는 독방에서 20년 넘게 산 초장기수들과 또, 초장기수가 될 다른 장기수들이 계속 감옥에 남아 있는 것은 분명 비인간적인 만행이다. 이번 사면조치에서 제외된 장기수들도 하루 빨리 석방되어야 한다. 그들은 독방에서 이미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장기수들 중 비전향자들은 사회에 나와도 사회안전법의 후신인 보안관찰법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받으며 살아야 한다. 더구나 연고자도 없는 장기수들은 출소하여 양로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다. 이들은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과 만날 수도 없다. 출소장기수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오랫동안 격리된 터라 변화된 생활에 적응해가는 것만도 힘든 일이다.

고난에 찬 장기수들의 징역살이는 근본적으로 민족의 분단에서 비롯되었고, 국가보안법이라는 초헌법적인 법률에 의해 청춘을 고스란히 빼앗겼다. 모든 인간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는 무엇으로도 침해할 수 없다는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인권장전들의 정신을 외면한 채 세계화를 부르짖는 거짓의 세계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한 인간이 정부와 다른 사상과 신념을 가졌다하여 몇십년을 독방에서 살아야 하고, 45년 세계최장기수를 이제야 석방하면서 온갖 생색을 내는 한심한 이 나라의 인권수준은 언제나 나아질 것인지…. 이 연재를 마치며 이 사회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