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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앰네스티 대표단, 양심수 가족 만나

“절절한 사연 이해한다”


세계적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23일 국내 양심수 가족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지난 21일 방한한 로리 문고벤(Rory Mungoven) 앰네스티 아태국장과 클레어 맥베이(Clare Mcvey) 한국담당관은 23일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명동 향린교회에서 민가협 회원 60여 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앞서 문고벤 아태국장은 "어느때보다도 양심수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시기에 한국을 방문한 것이 뜻깊다"면서도 "인도네시아, 중국, 미얀마 등 아시아에서 부당한 구속이 이뤄지는 나라 가운데 한국이 포함돼 나쁜 인상을 주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양심수 가운데 선별석방이 이뤄지더라도 민가협 회원끼리의 단결을 계속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장기수 신인영 씨, 박동운 씨, 조상록 씨 등의 가족과 사노맹, 사민청, 범민련 등 조직사건 관련자 가족, 그리고 대학생 구속자의 가족들이 참석했으며, 양심수의 석방 외에 고문, 연좌제, 열악한 의료실태 개선을 위해서도 앰네스티가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박동운(18년 구금) 씨의 동생 근홍 씨는 "두달간 안기부에서 받은 고문은 죄의 유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이었다"며 "인간자체를 파괴하는 고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장창호(중부지역당 사건, 6년 구금)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국보법 위반자라는 이유 때문에 며느리가 교사임용에서 탈락했다"는 사연을 전했고, 강순정(범민련, 96년 구속) 씨의 부인은 "70이 다 된 나이에 겨울이면 피를 쏟기도 하지만, 보석요청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일본에서 숙부를 만났다가 기밀누설(간첩) 혐의로 구속돼 수감중인 이화춘(7년 구금) 씨, 전향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20년째 구금중인 조상록 씨의 사연등도 전달됐다.

한편, 대선이 끝난지 열흘만인 지난해 12월 28일 '미래통신'이라는 발행물이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로 구속된 백성기(35) 씨의 부인은 "수십년씩 구금중인 장기수 분들 앞에서 남편의 석방을 감히 바라기가 어렵지만, 다만 남편이 이 땅의 마지막 양심수가 되도록 애써달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와 국내 양심수 가족들간의 대규모 간담회는 이번이 처음으로, 양측은 이날 만남이 국내 양심수 가족들의 절절한 사연을 전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