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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부산지법 형사3부가 제출한 국보법 7조 ①,②,③항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의견

(전략)먼저 우리 헌법은 사상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 등 여러 가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바, 우리 국가기본질서의 기본인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자유와 평등이고 그것은 개인의 인권과 인격의 존중에 밑바탕을 둔 것으로 집단보다는 개인에게서 더 높은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의사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가치표현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가할 수 있는 민주적 정치참여의 권리확보라는 측면에서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경쟁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사회에서만 진전하고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한 시대 또는 한 사회에서의 기존의 진리와 가치는 사상의 자유경쟁과 도전을 거쳐 새로운 진리와 가치로 발전 또는 창조되어 나아가는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역사의 발전과정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새로운 진리와 가치의 발전과 창조는 때로는 기존의 진리와 가치를 부정하고 극복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고 기존의 사상 이념에 반한다 하여도 무조건 배척하거나 억제할 것이 아니라 무가치하고 유해한 사상과 이념이라도 가급적 자유경쟁의 시장에서 비판하고 도태되는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건전한 국가와 사회체제의 기초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같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표현의 자유를 그 대표적 징표로 삼고 심지어 기존의 사상과 가치체제를 부정하는 사상의 표현에 대해서 조차도 관용을 베푸는 것은 사상의 경쟁을 통하여 민주주의사회의 건전한 보전과 발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체제 자체를 파괴하려는 행위까지도 관용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며 이러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 밖에 있고 그 한계를 벗어나는 행위의 규제는 자유민주주의 자체의 방어를 위하여 당연하다고 할 것이나 기존질서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사상.의견을 표명한다는 것도 기존질서측에서 볼 때에는 매우 불쾌한 공격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폐지.전복을 유도 선동하는 행위의 일환으로 즉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상.의견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민주주의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다양한 사상, 다양한 생활방식 즉 다원성이 보장되는 사회로서 우리 헌법 또는 국민들의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규정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제도적 보장이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는 널리 인식되어 있는 바이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필수불가결하고도 전제가 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는 민주정치국가라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라고 할 수 있어 헌법에서 보장된 여러 가지 기본권 가운데서 특히 중요한 기본권이며 그러기에 의사표현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법률은 최고도의 명확성이 요구될 뿐더러 의사표현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장래에 있어 국가나 사회에 단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성향을 띄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중략).

피고인은 노동자로서 우리 사회현실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인식하고 보다 나은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것인가에 관해 고민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과 정치적인 조직 모임을 가지고 토론하고 기존의 체제와는 상반되는 노동자당을 건설하고자 했다(중략).

피고인은 현재의 북한사회도 노동자들의 혁명이 필요한 왜곡된 사회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비록 목표달성을 위한 현재 가능한 수단으로서 과격한 방법을 내세우고 있으나 피고인이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 혁명의 구체적 실현을 준비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고 자신들이 가지는 생각들에 관하여 서로 토론을 거듭한 순수이념단체적인 성격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표현이 우리에게 당혹스런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중략).

국민의 지지와 정당성을 갖추고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기초한 현재의 체제에 대한 우월성을 바탕으로 과거와 달리 북한과 교류협력을 넓히면서 사상의 다양성을 폭넓게 수용, 세계화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현시대의 변화에 비추어서도 지금은 과거와 달리 사상의 포용성을 한층 더 높여도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안전이 위협받지 않으리라고 보이는 바, 서구의 여러 선진민주국가들의 경우를 보도라도 사회당이나 공산당이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세계화를 향한 시점에서 이러한 사정 또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중략).

개정조항 등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어느 정도 수용한 면은 있으나 여전히 "구성원", "활동", "동조" 등의 용어가 남아 있어 기왕에 논의되었던 위헌의 시비를 아직까지도 불식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란 모두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기왕의 위헌소지를 줄이려고 하고 있으나 이는 행위자의 내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는 기준이 불명확할 뿐 아니라 어떠한 행위가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범죄가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여 여전히 그 해석의 기준이 불명확함에 따르는 해석기관의 자의에 따른 적용이 가능하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국가변란'이라는 개념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형법의 내란죄에 규정된 국헌문란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할 것이고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폭동 하는 행위는 형법에 규정된 반란죄의 구성요건에 맞추어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뿐 아니라 그 처벌도 가볍지 아니하여 국보법의 위 제 규정 등은 형법규정과 중복되어 그 필요성에서 의문이 있다고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국보법 7조 ①, ②, ③항은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보장,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금지규정 등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의심이 있어 이 사건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