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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문민정부에서의 인권현실과 대책(발췌)

편집자주 : 12월 10일 열린 불교인원위원회 창립 3주년 토론회 주제발표입니다.


1. 군사독재 하에서 일상화된 인권침해의 악습과 폐습 청산과제(생략)

2. 반인권적, 반민주적 정치권력과 문민정부가 당면한 문제들


(1)반인권적, 반민주적 악법과 제도의 개폐 정비

박정희 등의 쿠테타 이래 군인집권의 시기는 32년이란 오랜 세월이었다. 따라서 장기간 일반대중까지도 그러한 분위기가 익숙하도록 길들여져 왔기에 제도와 악습, 폐습의 시정은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무기력증에 빠진 채 살아왔기 때문에 '인권'이란 말만 들어도 겁을 낸다. 군정 하에서 '인권'이란 말은 반정부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관련이 있었고, 그러한 사람들이나 집단은 조만간 감옥으로 가거나 박해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근처에 있다가 날벼락을 맞을까봐 기겁을 해 도망쳤다. 지금도 그러한 '인권컴플렉스'는 있다. 그래서 자기들 주변의 잘못된 법령과 제도 및 악습에 대해 차분하게 살펴볼 마음의 여유가 아직은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 대한 정상적 인식의 회복부터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인권침해의 법률적 근거가 되어 온 악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 당장 문제가 되는 국가보안법, 안기부법, 노동관계법, 사립학교법 등의 독소조항을 제거, 개정하고 원래의 설치목적과 다르게 잘못 운영되어 오는 제도와 기구를 철저하게 점검해 개폐를 하고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서 그러한 악법과 제도 및 기구에 근거를 두고 인권탄압을 계획, 지시, 명령하고 그 하수인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그 법적 책임을 철저하게 추궁해야 한다. 이런 것조차 과거사 운운하며 흘려버리겠다고 하는 자는 반역주모자를 비롯해 고문경관이나 언론정비의 주모자 이상으로 문제가 있는 자들이라는 점을 똑바로 인식해서 대처해야 한다. 문민정부가 해야할 일차적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중략)


(2)군사독재하의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배상문제의 시급한 해결

오랜 군사통치는 탄압의 희생자들을 무수하게 양산해 내었다. 그들은 몸과 마음이 망그러지고 사회적으로 생매장되어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자기들의 딱한 처지를 호소할 곳이 없다. '군정피해자의 고정수리조사위원회'(가칭)라고 하는 기구라도 반드시 만들어야만 군사통치의 피해자의 문제점이 조사 규명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해야할 국회가 정치공세로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마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군인의 포악한 인권유린과 참사에 그 책임자는 쑥 빠진 채 돈으로 끝내는 '보상'조치로 대응함으로써 모든 부담을 국고가 부담, 결국은 군사파시즘의 엄청난 피해대가를 국민 스스로가 몸으로 때우는 결과를 가져와 국민세금만을 탕진시키고 있다. 한편으로 가해자는 단 한푼도 배상하거나 단 한가지 사죄나 책임을 지는 일도 없는 채 지나오고 있다. 이래서는 문민정부의 인권보장이란 국책이 바르게 세워질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병들어 죽어가고 있고 속이 타서 울화병으로 서서히 시들어 자기 목숨을 단축시키고 있는 군사파시즘의 무수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가 그 가해자에 대한 책임규명과 함께 실현되어야 한다. 한가지 예로 삼청교육의 구상, 시행 지휘나 현장집행을 한 주요책임자 중의 한사람도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용납되고 있다. 그러니 그 피해자에 대한 배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법원에 구제라도 요구하는 절차를 밟으면 일년이고 삼년이고 세월은 가고 피해자는 법원문턱을 드나들다가 좌절하고 지쳐서 마침내 포기하거나 화병으로 죽어가게 된다. 고문경관의 표본인 고문기술자 이근안도 검거를 못하고 있다. 그는 시효만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고문피해자도 그 고문의 가해성이 입증되려면 김근태와 같이 몇년을 두고 모든 희생과 수모를 감수하면서 법원 문턱을 드나들어야 한다. 이래도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중략)


(3)인권보장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관료주의의 서식처를 제거해야

인권문제는 국가작용의 과정에서 관리(공직자)가 시민대중에게 공권력을 위법하고 부당하게 행사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다. 그래서 입법과정이 올바르게 되어야 한고 법집행(행정)과 법적용(재판)이 법이 정한대로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문은 말할 것도 없이 행정관료의 법집행이다. (중략)

우리의 사회 정치 경제체제는 공중분해의 와해 일보직전의 위기 속에서 자기 부처 관할구역의 폐쇄적 이기주의로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정부나 사회의 각 분야의 리더쉽과 상하 횡적 협조체제가 가동되고 있지 못하다. (중략) 세무관서의 부정공무원을 수사 체포하려고 하자 그 세무관서의 책임자 한 사람만 남고 모두가 도망을 간 사실이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중략) 다음에 인권과 관련해서 관료주의의 폐습을 보면 비단 행정관료기구만이 아니라 사기업이나 모든 공공기관이 자기 고유권한을 최대한의 이권으로 악용 내지 남용하여 자체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가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아파서 병원에 가거나 혐의를 쓰고 수사기관에 연행 구금되거나 교도소에 갇히거나 행정기관에 부탁할 일이 생기면 그때부터 당사자는 인질이 되어서 무방비상태에서 그야말로 '껍데기'를 벗겨버리게 되는 지경까지 불편을 겪고 돈을 쓰고 모욕과 천대를 받고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중략) 이러한 살벌하고 거칠기 짝이 없이 없으며 원칙이 무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인권이라고 하는 것이 발붙일 수 있는가. 특히 관료의 무서운 횡포 앞에 무방비상태인 이름 없는 시정의 대중은 당하기만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실정이다. (중략)

인권의 보장제도도 이러한 정치 사회분위기에서는 지엽말초적인 논의를 아무리 해봤자 소용이 없게 되어 있다. (중략) 물론 이 문제는 국민대중이 공권력에 대한 민주적 견제와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정보공개제도와 청문절차의 참여제도를 마련하고 이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과제와 맞물려 있다. 대중이 관료와 당국자에게 이러저러하게 해달라고 사정해서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노력과 투쟁으로 관철하는 것이 궁극적 대안이라고 하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3. 당장 풀어야 할 인권문제들(생략)


한상범 동국대 교수(불교인권위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