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단체탐방 1 양심선언 군인‧전경 지원대책위원회

“군 인권을 지키는 최전방 초소를 찾아”

군 인권을 지키는 최전방 초소! 그렇다, 여기는 최전방, 쉴새없이 우람한 트럭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한 골목, 구불구불, 그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

잠입하듯 조용히 들어서니 근무 중 이상무!

“시간의 조직화, 연구작업의 생활화, 근무중 절대금연”이라 써 붙인 생활수칙대로 근무자의 책상 위엔 자료와 노트가 성실히 펼쳐져 있고 흡연욕구를 저지하기 위함인지 사탕이 가득 쌓여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재판방청 때문에 외출중이다. 오늘은 박석진 일경의 구형공판이 있는 날이다. 박석진 일경은 강경대 열사의 타살 이후 뜨거웠던 91년 5월 4일 백골단 해체의 날에 전경, 백골단 해체를 주장하는 양심선언을 했었다. 기독교회관에서 농성하다 지난 7월 21일 연행된 사람중의 하나이다. 홀로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무자는 누군가에게 전화로 양심선언의 정당성과 문민정부의 대응양식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양심선언을 했던 군인‧전경들에 대한 무죄석방과 명예회복은 문민정부에 들어서서도 요원하다. 양심선언 군인‧전경 수배자 8명이 기독교회관에서 58일간 농성을 하고 청와대 항의방문을 위한 가두행진중에 전원 연행된 것이 지난 7월 21일이다.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중에 “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8월 9일 “양심선언 군인‧전경 지원대책위원회‘가 공식발족을 하게 되었다. 회원은 가족과 출소자,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실무자는 9명이다. 하루씩 당번제로 근무를 하지만 저녁에는 다같이 모여 일을 논의한다.

지금까지 주로 해온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대외적으로는 양심선언자의 무죄석방과 정당성, 군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선전하는 것과 정부 주무부처의 항의면담투쟁 집회를 조직하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구속자의 뒷바라지와 재판과 관련된 일들이다.

지금의 조직역량상 한계는 많지만 ‘지원대책위’가 디딤돌이 되어 앞으로 해야할 일은 많기만 하다.

첫째, 연대사업의 강화이다.

군 민주화 운동이 병사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 사회운동과 결합될 때만이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사회민주화와 군민주화는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군을 민주화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민가협 ‘목요집회’에 결합하고 있으며, 조직역량에 맞게 연대의 틀을 넓혀나가는 가운데 “양심선언자 보호법” 제정을 위한 연대투쟁을 벌여나갈 사업도 고민중에 있다.
둘째, 전반적인 군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양심선언을 개인차원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며, 이는 근본적인 군민주화와 병사의 권리문제와 뗄 수 없는 문제이다.

현재 군대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병사와의 접촉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현실인데 이를 합법화시키고 문제발생시 즉각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무사는 녹화사업이 사라졌다고 주장하지만 입대 이전의 활동에 대한 보복격 조치가 많다. 6공화국 하에서 구속된 군인‧전경 양심수가 178명이며,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조직사건이 30여 개, 그중 군대내 조직사건이 6개이다. 군사법제도의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병사들은 부당한 재판과 과도한 형량에 직면해 있다.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흔히들 한다. 그러나 그 ‘좋아진 군대’에서 병사들은 구타, 수치감, 의문사 등에서 자유로운가 반문해 본다.

끝으로 양심선언 군경의 현재를 물어보았다.

양심선언 후 구속되어 형량을 다 살고 나온 소위 양심선언군경 1세대는 7-8년만에 학교와 사회로 복귀하였으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2세대는 구속-재판-징역의 과정을 살아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형을 살고 나온 이후 ‘군대재복무’라는 어처구니없는 철퇴를 맞는 것이다.

전경복무를 ‘국방의 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양심선언한 이들에게 다시 전경복무를 시키는 현실을 이들은 ‘문민정부’의 군민주화 의지를 재는 잣대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속에서 이들은 여전히 서로의 어깨를 보듬어 안고 더욱 가열찬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원대책위’의 실무자들은 스스로 회비를 내면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군인‧전경인지라 동지들이 전국 곳곳에서 재판을 받기 때문에 재판지원 다니느라 “돈이 제일 많이 깨진다”고 하지만 “전국에 걸쳐 친구를 갖게 되었다”고 밝게 웃는 얼굴에서 진한 동지애와 믿음을 볼 수 있다.

“통일조국을 지키는 군인 아저씨께”라며 위문편지를 쓸 날은 언제일까?

<인권운동 사랑방 류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