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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좋아하는 빵 있어? 인권운동사랑빵

안녕하세요. 상임활동을 시작한 지수 입니다. 반갑습니다!

인권과 인성…

‘인권활동가들은 다 착하다… 인권활동가는 인성이 좋아야 하나보다… 큰일이다….’ 라는 생각을 매일 같이 하는 요즘입니다. 이 얘기를 하면 활동가들이 깔깔거리거나, 손사래를 칩니다. 미류 활동가는 20년 전의 자신도 비슷한 종류의 말을 했던 적이 있다면서 신기해했는데요, 진짜! 아니 진짜 뭔가 있다니깐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인권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삶에 스며들어 있는 활동가들과 일상 생활을 함께 하며 느끼는 어떤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대화와 장면에서 낯설음을 느끼고, 알아채고, 과거의 나 또는 무언가와 비교 해보면서, 어딘가 낯선 이 생활-활동양식과 어색한 인사를 나눕니다. 혼자만의 은밀한 인성수련을 시작했달까요, 하여간 사람들 모르게 몰래 혼자 합니다. 이건 이렇네 저건 저렇네 떠벌떠벌 하면서 인성수련 하기는 좀 그러니까요…. 여튼! 이런저런 상황과 조건에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걸 다양한 방식으로 알아챌 계기를 얻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이랑 있어서 다행입니다!

활동과 먹을 것

밥을 같이 해먹는 관계인 게 좋습니다. 해미 활동가의 계란카레는 진짜 진짜 맛있어요. 미류 활동가의 콩비지전은 배 찢어질 것 같을 때까지 먹었어요. 이렇게 어떤 사람에 대해, 그가 내주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으로 그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게 어떤 마음의 여유를 주더라구요. 오래 잊고 있던 여유 같아서 반갑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10여 년 간 다양한 셰어하우스를 거쳐왔는데요, 밥을 같이 먹는 빈도가 관계의 깊이와 비례했습니다. 다만 선후관계를 분명히 따져야 하는데, 밥이 먼저였습니다. 좋아서 밥 같이 먹는 게 아니라, 밥 먹다가 정 드는 그런 거요. 그러니까, 같이 밥 먹는 시간이 곧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만드는 의식 같은 게 되는 건거죠.

들 활동가들과 함께 밥 먹는 것도 좋습니다. 이들은 일상에도 활동에도 어떤 ‘환기’를 줍니다. 한번은 회의 중에 들 활동가들이 기습방문을 왔습니다. 유리 활동가가 ‘웃어요’ 라고 적힌 떡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신입활동가 주려고 일부러 하트 모양 떡을 만들었다길래 ‘인권활동가는 재주도 많다…’며 마음 속에 걱정 메모 한 꼭지를 또 끄적였는데요. 직접 만들었다는 건 사실 한낱 활동가의 농담이었다는 것이 얼마 전 밝혀졌습니다. 다행입니다, 한시름 덜었습니다.

신입활동가 교육커리큘럼 최고

‘신입활동가 교육 커리큘럼’에 따라 입방 첫 3개월 동안 매주 3~4회씩 기존 활동가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다양합니다. 페미니즘, 자본주의, 한국 현대사, 사회운동, 사랑방 역사, 활동양식, 기후정의운동,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체제전환운동 등. 활동가들의 빠듯한 일정 사이에 우리와의 시간이 어떻게든 구겨 들어갑니다. 신입활동가에게 이들이 내는 품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자꾸 돌아보게 되는, 정성 가득한 세미나들이 이어집니다. 이걸 나와 영서 활동가 단 둘만 듣는다는 게 매일매일 아깝습니다.

지난 주에는 민선, 미류 활동가와 87년 이후 사회운동에 관한 문서를 두고 발제와 질의를 함께 했습니다. 특히 이 날은 모르는 시절의 처음 읽는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이럴수록 곡해하기 쉬운데, 활동가들이 방향키를 바로 잡아줍니다. 행간을 읽기 어려운 신입활동가가 혼자 막연히 느끼는 어려움을 활동가의 시선으로 채워줍니다. 텍스트에서 누락된 사회운동의 주요 흐름이 있다면 이를 짚어주기도 합니다. 어떤 내용에 대해선 비판적인 관점을 들려줍니다.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어느 정도의 긴장을 계속 유지할 필요를 이런 과정을 통해 익힙니다. 글로만 읽을 때보다 사랑방 활동가들과 함께 대화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걸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생각하는 깃발

사랑방에서의 시간은 ‘구분짓기’가 아니라 ‘서로 만나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상임활동가 회의에 나왔던 이야기가 다음날 사회운동 세미나의 발제와 엮입니다. 페미니즘 세미나에서 배웠던 것이 자본주의 세미나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재등장합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역사를 배우며 접했던 운동이 대통령실 앞 집회에서, 광화문 집회에서 벌어집니다. 글과 발언들이 새롭게 읽히고 들립니다. 사랑방 깃발 아래에서 행진한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방 상임활동의 시간이 하루하루 쌓여갑니다. 입방한 뒤 처음으로 사랑방 깃발 아래에서 행진했던 것은 ‘새, 사람 행진’이었습니다. 남태령의 폭염이 압도적이었던 그날에는 여전히 내가 사랑방 활동가라는 게 얼떨떨했습니다. 한 달이 흘렀습니다. 매년 갔던 ‘기후정의행진’, 올해부터 저는 사랑방 활동가로 함께 하게 된 것이 조금씩 실감이 납니다. 927기후정의행진 내내 제가 사랑방 활동가로 함께 하는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이어서, 사랑방이 함께 하는 구호와 깃발 아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입방은 진행 중

제가 사랑방을 알게 된 건 주거권 활동이 계기였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 활동을 하며 주거권이 무언지, 활동이 무언지, 고민 많던 때에 우연히 인권운동사랑방을 알게 됐습니다. 사랑방 활동가들이 홈페이지에 아카이빙 해두었던 주거권에 관한 기록들 덕을 많이 봤습니다. 2008년에 사랑방이 함께 했던, 개발에 저항하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그 많던 동네는 어디로 갔을까>, <집은 인권이다>을 샤라웃합니다☆★

기후정의운동과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연대하며, 이 운동을 이끄는 이들이 몸 두는 방향으로 나도 덩달아 몸을 기울여두려 용을 쓰곤 했습니다. 나와 운동의 위치를 어떻게 감각해야 할지, 앞으로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할 때에 이 운동들은 제게 중요한 질문과 참조점들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활동을 함께 시작하게 된 것, 첫 체제전환운동포럼에서 주거권과 가족구성권에 관한 ‘가로지르길’ 세션을 함께 한 것은 제게도 기분 좋은 활동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주거권 활동을 한 차례 매듭짓고 다시 처음부터, 활동가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온갖 질문과 고민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던 중에 입방을 하게 됐습니다. 일전에 민선 활동가가 편지에 남겼듯, 걱정보다는 함께 만들 역동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역동이 충분히 사랑방에도 저에게도 좋은 방향일 수 있도록 마음가짐 다잡는 시간으로, 요즘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후의 시간도 차근차근 잘 이어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