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 함께하는 기후정의동맹은 공공재생에너지운동으로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7월에만 해도 두 개의 큰 일정이 있었다. 하나는 올해 새로이 시작한 월례포럼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국민동의청원이다.
월례포럼은 올해 기후정의동맹이 공공재생에너지운동을 큰 축으로 움직이기로 하면서 고민하게 되었다. 기후정의동맹에는 정말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이 단체들이 공공재생에너지 문제에 깊이 공감하더라도 그게 연대를 넘어 어떻게 자기 운동에 직접 연결된 걸로 느낄 수 있을까가 고민되었다. 그럴 때 ‘공공성’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기후위기와 재난의 시대, 사회공공성은 우리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공공성의 의미와 가능성을 기후정의라는 렌즈를 통해 다시 물어보고, 그 질문으로 다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보는 월례포럼이 기획된 거다. 공공성은 민영화 반대 및 저지의 구호로 친숙하기도 한데, 무언가를 반대하는 걸 넘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더 잘 보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하는 개인적인 기대도 있었다.
7월 5일 토요일, 서울에 위치한 보라매청소년센터에서 월례포럼의 첫걸음을 내딛는 기후정의포럼이 <기후정의X공공성으로 체제전환 길찾기>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60명가량의 사람들이 자리해주셨는데, 늦게 도착한 분들의 의자와 책상을 추가적으로 펼치며 ‘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공성에 관심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 프로그램은 크게 1부와 2부 나눠서 진행되었는데, 1부는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성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특히 발표문에서 공공성 확보에는 민주적 통제가 필수적이며,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기 위해선 공공서비스와 필수 재화에 대한 공공소유가 필요하다는 일련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또 ‘대안적 풍요’라는 개념도 처음 보았는데, 경제성장이나 효율의 논리를 벗어나 기후정의적 전환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안정과 만족감으로써 대안적 풍요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 기둥이 우뚝 서있는 강의실의 악조건을 이겨내며 집중(^^;;)
2부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자기 운동의 언어, 이야기, 고민을 나누는 토크쇼 형태로 진행됐다. 빈곤과 에너지 불평등, 발전 노동자의 안전과 고용 보장, 돌봄·장애·젠더의 교차지점에서의 취약성과 상호돌봄에 대한 고민, 보건·의료 영역의 건강권, 지역에서의 고민을 나눠주었다. 양동쪽방주민이 ‘우리가 살 곳은 우리가 설계한다’며 주체로 개입할 수 있는 빈틈, 사람의 몸값이 나이에 따라 매겨지지 않는 세상, “용산참사와 같은 부정한 개발 이익 앞에 서 있는 나쁜 굴착기가 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발언한 건설노동자가 나쁜 굴착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어디서 만들어질 수 있을까 고민이 업데이트되는 시간이었다. 기존의 고민들에 새로운 레이어가 더해지며 고민이 풍부해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각 운동이 이미 자기 자리에서 기후정의와 공공성의 언어와 실천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설레고 기대됐던 것 같다.
월례포럼은 성황리에 마쳤지만, 완전히 개운하지는 않았다. 6월 27일부터 시작된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입법청원’이 일주일가량 지난 시점인데도 청원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포럼이 끝난 후 곧바로 빈곤사회연대 후원주점을 가서 즐기다가, ‘이럴 때가 아니지’하고 (양해를 구한 뒤) 청원 홍보도 잠깐 했다. 상황실에서도 시시각각으로 의견을 나눴다. 홍보가 적어서일지, 홍보가 효과적이거나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일지, 특히나 어떤 내용이 필요한 건지 고민됐다. ‘공공재생에너지’라고 하면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해야하는 이유, 또 재생에너지를 공공으로 해야하는 이유 등 거쳐야 할 설명의 단계가 겹겹이 있는데, 그런 맥락은 한 번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전환’, ‘발전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전환’, 이런 문장만으로 바로 이해되지는 않는 노릇이다.
▲서울 혜화역에서 출근길 선전전 중
그래서 사랑방에서는 상임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후원인 분들께 보낼 메시지를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니 조금 보였다. 근래 이어지는 기후재난, 그 안에서 휩쓸려가는 생명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화두인 가운데, 전환을 말하는 정부의 고민이 권리가 아니라 산업과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할 때. 더욱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감축을 공공재생에너지법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다. 그렇게 7월 18일까지만 해도 2만 명을 넘긴 청원은 청원이 마감되는 27일 전에 5만 명을 달성했다. 여기저기서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자기 이야기로 알리고 시급성을 호소하며 조직한 이들의 힘이 널리 퍼진 결과였을 테다. 이 힘을 모아서 하반기에는 국회입법발의를 추진해보자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결코 녹록하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51,431명이 모아준 힘을 등에 업고 동료들과 나아가봐야겠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9월 27일 토요일, 동십자각에서 지난 퇴진 광장에 모인 빛을 떠올리며 함께 행진할 계획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고 다양한 이들이 행진에 함께해주고 있다. 이번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입법청원의 성사는 개인적으로 이 기후정의행진에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되어주는 것 같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는 탈석탄, 탈핵과 함께 핵심요구안 중 하나로 들어가기도 했다. 남은 하반기에도 기후위기, 기후불평등 너머 기후정의로 향하는 길을 공공재생에너지와 공공성 운동으로 채워가는 시간을 잘 보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