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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평화'

어쓰

얼마 전 지리산 자락 귀정사에 있는 '사회연대쉼터'에 다녀왔다. 낮이 점점 짧아지는 가을의 끝무렵인데다가 깊은 산 속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저녁 6시만 되어도 휴대폰 불빛 없이는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지곤 했다. 마침(?) 제일 구석진 숙소라 그런지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풀벌레와 낙엽 소리를 들으며, 오랫동안 별을 보고 앉아있던 기억. 최근 가장 평화롭다고 느꼈던 순간이다.

 

정록

내 인생의 평화라 하면, '마음 속 평화'가 먼저 떠오르는 요즘이다. 평화와는 거리가 먼 마음의 우당탕들.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뉴스를 채우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의 전쟁과 폭력들은 '평화'가 누군가에겐 당장 생존의 문제이고, 현실이라는 걸 나에게 알려준다. 

 

가원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평화가 이토록 아득한 단어였는지 매일 생각한다.

 

미류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로 상상할 때 일상에서 전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살피기 어렵게 된다는 지적들이 곧잘 있었던 것 같다. 끄덕이면서 지나치던 말을 요즘 거꾸로도 생각해보게 됐다. 평화가 없는 상태를 전쟁으로 상상하기보다 전쟁 중에도 평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어디에서 어떻게 솟아나고 연결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하겠다는. 

 

해미

베트남전이 한창일 무렵의 시대를 ‘비틀즈’의 노래로 풀어낸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07)>에는 전쟁에 파병된 이들의 사망 소식과 함께 거기 있을 친구의 모습이 TV에 겹치며, 그 위로 붉은 딸기들이 폭탄처럼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 TV 안팎의 인물들이 “진짜는 없고, 신경 쓸 것도 없”는 딸기 벌판으로 가자고 주문 외듯 노래한 건, 잔인한 현실을 차마 ‘진짜’라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도 않아서가 아닐지. 딸기 벌판이 아닌 자신들 삶의 터에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결코 당신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 외치는 이들. 평화를 향한 간절함을 곱씹어 본다. 

 

2022년 문정현 신부님과 여러 평화바람 활동가들의 40일 순례를 담은 옴니버스 <봄바람 프로젝트 - 여기, 우리가 있다>에는 여러 편의 짧은 다큐들이 모여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빼앗긴 노동', '있다, 잇다', '기억투쟁'을 지나 맨 마지막 세션의 제목은 '평화연습'이다. 이미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은폐된 권력을 드러내는 사람들과 공동체가 있다면... 그 사람들과 공동체의 지식으로부터 우리 모두가 평화를 배우고 연습하고 익혀야 할 시대인 듯 하다.

 

민선

'내 인생의 평화'를 채우고 만들어가는 순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평화바람 20년을 기억하는 자리를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2003년 11월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평화유랑으로 불기 시작한 평화바람, 이후 대추리, 용산, 쌍차, 밀양, 강정, 오늘 군산에 이르기까지 쉼없이 불어온 평화바람의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20년 평화의 바람잡이로 곁이 되어주고 우리를 연결해준 평화바람의 친구라는 기쁨과 고마움으로 모인 사람들과 이 작당모의에 '평지풍파'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어느날 당도하는 게 아니라 매순간의 과정이 평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그런 매일을 살고 일구고 투쟁하는 평화바람의 20년을 함께 기억하며 평지풍파를 일으킬 기운을 모아보고 싶습니다! 평화바람의 현장, 군산에서 2023년 11월 25일 평화 한판 일으켜보려고 합니다. 

bit.ly/평화바람의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