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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심층 분석> 해외파병

평화는 군사력을 통해 오지 않는다


전 세계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 침략을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미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아무런 명분도 없음을, 그리고 그 어떤 전쟁보다도 수많은 이라크 민중의 희생을 가져올 것임을 전 세계 양심들은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독재자를 제거하고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겠다'는 명분으로 힘없는 이라크 민중을 희생양으로 내몰면서 석유를 쟁탈하기 위한 패권다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오기도 전에 한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 방침을 내놓고 있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지난 10일 김석수 국무총리는 국회 답변을 통해 '개전 시 지원병력 위주의 파병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한국군 참전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의 염창근 씨는 "한반도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원한다는 한국 정부가 다른 한편으로 이라크를 침략하기 위한 전쟁에 한국군을 보내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부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정부는 평화를 파괴하는 미국의 시녀라는 세계의 조롱을 감수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미국의 침략전쟁에 대한 그 어떤 지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라크 파병 방침은 한국 정부에 현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중동지역의 석유자원을 장악하기 위한 집단학살극에 우리 젊은이들까지 가담시켜 제국주의 용병으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의 명분이 무엇이든 군사력을 통해 평화를 지키겠다는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난달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가 발표한 시에라리온 내전에 대한 조사 보고서는 평화가 군사적 개입을 통해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은 보여준다. 1991년부터 약 10년 동안 지속되었던 시에라리온의 내전은 애초 정권의 부정부패로부터 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내전은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변질되었고, 이 과정에서 정부군과 반란군, 심지어 유엔이 파견한 국제평화유지군에 의해서도 여성들에 대한 강간 등의 성폭력과 끔찍한 만행이 자행됐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평화를 위해 왔다던 미군에 의해 자행됐던 수많은 민간인 학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에 의해 자행됐던 학살과 강간 등과 같은 우리의 역사적 경험 역시 군사력에 의존해 평화와 인권을 실현시키겠다는 발상이 더 큰 폭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 침략을 승인하는 내용의 새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해 또다시 이라크 민중을 전쟁의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세계평화를 위협할 뿐 아니라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의 직접적 피해자인 이라크 민중들의 생명을 파괴할 이라크전쟁에 대한 지원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