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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기꺼이 엮고 엮이는 2023년을 그리며

두 번째지만 사실상 첫 번째 같은 돋움회원과 함께 하는 총회를 지난 1월 28일 했다. 작년 돋움회원제도를 도입한 뒤 처음 연 총회가 온라인으로 만나며 ‘상견례’에 가까운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직접 마주하는 자리라 남달랐던 것 같다. 2023년이 시작되고 어느덧 1월의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었지만,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그려가는 총회는 비로소 한해를 시작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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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부터 2022년 활동과 조직을 돌아보는 시간을 이어왔다. 우리가 세운 2022년 방향과 계획을 되돌아보면서 참 야심찼다는 생각이 든다. 활동의 결실을 맺는 2022년을 그렸고, 그 바람만큼 치열하게 한해를 보냈다. ‘다른 세계로 길을 내는 활동가 모임’에서는 거대양당구도에 갇히지 않는 사회운동을 고민하고 준비하자는 제안을 담아 3월 대선을 앞두고 성명을 발표하였고, 운동의 의제와 영역을 가로질러 변혁의 전망을 구체화해보자는 계획 속에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보다 차별금지법이 먼저’임을 선포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평등의 봄을 쟁취하자는 열망을 국회 앞 단식농성으로 지피고 모았다. 그린워싱으로 기후위기를 또다시 이윤창출의 기회로 바꾸려는 자본과 국가에 맞서 ‘기후정의동맹’을 구축해온 걸음도 다가올 4월 기후정의파업을 준비하며 부지런히 내딛는 중이다. 이렇게 다른 길을 내기 위한 시도를 가시화해온 한해로 2022년을 돌아보면서 2023년 이어서 더욱 잘 펼쳐 가보자는 계획이다. 그럴 때 이러한 활동의 의미나 성과가 담당하는 활동가를 넘어 조직적으로 공유되고 축적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하였다.

2022년 3월 활동조건을 비롯한 조직 안팎의 사정으로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중단했다. 하반기를 맞으면서 2013년부터 이어온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재개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시도를 할 것인지 고민했고 시범적으로 월례토론을 두 차례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 100일을 경과하며 사회운동은 어떤 고민과 준비가 필요할지,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으로 모두가 말하는 에너지 전환이 어떤 전환이어야 할지 함께 이야기했다. 서로 배우는 기회가 되었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좇으며 일상적인 호흡으로 토론하고 입장을 세우며 관점을 벼리는 것이 지금 더 필요하다는 판단 속에 2023년 4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와는 또다른 호흡으로 면밀하게 정세를 살피며 운동 전망을 채워가보자는 목표로 올해 정책팀을 신설하여 운영해보려고 한다.

지난 일년 동안 돋움회원제도 도입 이후 조직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2022년 상반기 비영리민간단체 등록과 하반기 공익단체 지정으로 2023년부터 자체적인 CMS 운영과 함께 기부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해졌다. 보다 안정적으로 조직 운영을 해나갈 기틀을 마련하고 맞이한 2023년은 마침 사랑방 30주년이기도 하다. 지난 30년을 서로 기꺼이 엮고 엮이며 수많은 이들과 함께 해온 시간으로 돌아보며,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후원인 300명과 함께 해보자는 포부 속에 <기꺼이 엮다 - 인권운동사랑방 30년>의 슬로건으로 30주년 특별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20주년에 세운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자는 운동 전망을 계속 잘 펼쳐가보겠다는 방향 속에 30주년 특별사업으로 다시금, 새롭게 연결된 이들과 더 큰 걸음을 같이 내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2022년은 어느 해보다도 한 마디로 말하기가 어려운 해이기도 했다. 작년 초 ‘활동의 결실로 뿌듯한 한해를 만들어가보자’는 계획을 이야기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랑방 활동가로서 운동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어려움이 공유되었고 이를 계기로 일련의 조직점검 워크숍을 상반기 동안 이어왔다. 사랑방 운동을 함께 만들어가지만 구체적인 활동과 관계에서 느끼는 부담이나 겪는 갈등을 개별적 몫으로 여겨왔다는 것을 되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서로 돌봄과 살핌, 조직적 개입과 조율이 그간의 어려움을 다르게 마주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갈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시간을 보낸 뒤 맞이하게 된 2023년, 사랑방 30주년이 각자의 분투가 아닌 동료인 서로를 의지하고 응원하면서 우리들 또한 다시금, 새롭게 기꺼이 엮고 엮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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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022년 평가와 2023년 방향을 함께 나눈 총회에서 30년을 경과하면서 사랑방의 운동 전망이 지금 주요하게 해나가고 있는 활동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대와 목표로 드러나는지, 활동의 의미를 넘어 사랑방 그리고 활동가에게는 어떤 것이 남았는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사랑방에서 이러한 논의를 해나갈 때 상임활동가들끼리 해온 익숙한 방식이나 내용이 있는데, 다른 위치, 다른 시선으로 사랑방/활동가에 필요한 질문과 고민을 만나고 발견하는 고마운 시간이었다. 특히 현재의 적자재정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기반을 만들어가려는 30주년 사업에서 오히려 쓰는 돈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총회에서 새삼 확인한 사랑방/활동가들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기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3년, 기꺼이 엮고 엮이는 한해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