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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안 먹는 음식’

대용

어렸을 땐 안 먹는 음식이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모두 먹는다. 굳이 굳이 꼽아보자면 라면? 아무래도 나에게 고춧가루 + 소금물 + 튀긴 밀가루 110g의 조합으로는 식사를 대체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때는 온갖 냉장고의 남는 식재료를 넣어서 건더기를 늘린다. 조미료 넣은 소금물에 포만감을 느끼고 싶지 않달까.

미류

어떤 동물이나 식물이 '먹을거리'가 된다는 사실보다 '먹을거리'가 되어준 것에 보답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사실을 더 안타까워하는 편이다. 그래서 남들이 안 먹는 걸 먹는 편이기도 한데... 사랑방 식탁에서 모두가 브로콜리 줄기를 '안 먹는' 거라고 말할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민선

사랑방 활동 시작하고 처음 먹어본 게 멍게다. 특유의 향을 즐겨야 하는데 멍게는 아직 문턱이 높다. 하지만 멍게와 함께 시도한 해삼은 너무 좋다. 음식의 맛에서 때론 향이, 때론 식감이, 때론 색깔이 누군가에겐 좋아하는 이유이지만 누군가에겐 꺼리는 이유가 된다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가끔 참 신기하다.

다슬

식감에 따라 안 먹는 것들이 많다. 해산물은 익히지 않으면 잘 안 먹는다. 채소도 양념이 되지 않으면, 양념장이 없다면 잘 안 먹는다. 이왕 먹을 거 맛있게 조리한 것을 먹고 싶다.

정록

안먹는 음식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데, 그렇다고 새로운 음식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얼마 전까지 안먹었던 음식은 샐러리. 나에게 샐러리는 '화장품 향이 나는 채소'였다. 굉장히 인공적인 향. 근데 이것도 익숙해지니까, 은근 중독성이 있다.

가원

선지를 안 먹는다. 시도하지 않고 먹는 걸 포기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선지는 처음부터 그랬다. 피가 응고된 형태라니, 오 맙소사 주여를 외치게 된달까

어쓰

어릴 때에는 세상 모든 채소를 입에도 대지 않는 어린이였다. 감자나 고구마처럼 밥과 비슷한 식감과 향을 가진 것들은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다 너무 쓰거나 비리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는 어지간한 채소는 다 먹을 수 있지만, 오이나 토마토처럼 (나의 표현으로는) '물 비린내'가 심한 채소는 아직도 못 먹는다. 굳이 먹어보려고 노력하고 싶지도 않고. 극렬한 편식쟁이에서 적당한 편식쟁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해미

향이나 식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안 먹는 음식으로는 고수. 아주 소량이라도 혀가 금세 알아채고선 거부한다. 그리고 계피나 코코넛… 얘네는 정도나 조합에 따라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비인간 동물. 채식을 한 지는 어언 5년째다. 이유라고 한다면, 나와 함께 자란 동물 형제자매들 덕분에 외동인 내가 관계에서의 돌봄과 배려, 존중을 고민할 수 있었기에. 앞으로도 그들과 그저 삶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채식을 하고 있다.

익힌 당근! 생당근은 너무 좋은데... 그래서 카레에서 익힌 당근을 요리조리 피해 퍼 담는 기술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