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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다시 만나요

안녕하세요, 또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이번에는 저번과는 다른 인사를 하려고 합니다. 바로 3개월 동안 사랑방에서 있다 잠시 원래의 집과 학교로 돌아가는 인사죠. (사실 이제 정도 들고 말도 막 하고 장난도 치는데 아쉬워요.)

 

2월 17일, 춥기도 춥고 바람도 세차게 불던 월요일. 사랑방에서 나의 인턴쉽 첫 날이 시작되죠.

‘여기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첫 날을 보내고 사랑방을 나오면서 늦은 시간도 아니었지만 깜깜한 길을 걸으며 걱정만 앞섰어요.

한동안은 정말 서울 생활도 힘들고 사람도 많고 여러모로 어리둥절하게 지냈죠.

인권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뭐가 뭔지 적응하기도 바빴던 그 때, 인권으로 읽는 세상도 보고 인권활동가대회도 다녀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씩 알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안산에 다녀왔어요. 한번은 선전전을 하고 한번은 문화제를 보러 갔었죠. 뭐든 처음 할 때는 패기와 의지가 넘치듯이, 처음 선전전을 할 때는 의지가 넘쳤던 시기라 처음에 쭈뼛쭈뼛 하다가도 나중에는 열심히 선전물을 나누어 주었어요. 하지만 이것도 몇 번 하다 보니 그 많던 의지와 패기는 어디가고 대충 세월아 네월아 했던 적도 있었죠. (처음으로 거의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아침 선전전을 가서 하루 종일 선전전을 다 참여했었는데 아마 그 때 이후로 대충대충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밀양도 가서 할머니들도 만나 뵈었어요. 갈 때는 꼭 다시 와야지 해 놓고 그 생각을 한 달째 미루고 있네요.

 

또 민선과 함께 여러 기자회견, 토론회도 가고 집회도 갔어요.

처음에는 구호 외치는 것도, 팔 흔드는 것도 잘 못하고 적응도 안 됐었는데 이제는 집회 분위기도 적응이 되고 구호도 열심히 외치게 되었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집회를 혼자서는 못갈 것 같았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챙겨온 것 같아요.

 

그렇게 열심히 다니다보니 제가 몰랐던, 어딘가에 가려져 있던 공권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본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가끔 연행될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연행되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게 쉽게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했어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이렇게 보내다 보니 언제 지나가나 했던 3개월이 벌써 후딱 지나갔네요. 처음에는 시간이 진짜 안 가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을 지나니 정말 시간이 빨리 가버렸어요.

‘그래, 3개월 금방일거야’라고 생각했었던 예전과 달리 그 짧다고 생각했었던 3개월이 알고 보니 계절이 바뀌고 옷 두께가 바뀌고 벚꽃이 폈다 지고 이제는 심지어 더운!! 그런 시간이었네요.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정이 든다는 게 아주 무서운 거더라고요.

아무리 제가 사무실에서 할 일 없을 때는 낮잠만 자고 사랑방 사람들도 밥 먹을 때 빼고는 너무 조용하게 일만 한다지만 매일매일 얼굴 보고 인사하고 한 솥밥을 먹다 보니 이제는 헤어지기가 아쉬운 시기네요.

민선, 정록, 훈창, 미류, 초코 다들 고마웠어요. 아! 사무실에는 없지만 항상 반갑게 맞아주던 명숙과 은아도 감사했어요.

그리고 항상 ‘얘 뭘 어떻게 챙겨야하나’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이제 그런 피곤한 고민은 당분간 안 해도 될 거예요.

 

사랑방뿐만 아니라 대한문에 있는 쌍차 노동자 분들, 밀양에 계신 할머니, 왔다 갔다 하느라 가끔은 피곤했던 월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 분들, 그 외 다양한 곳에서 만났던 분들까지 한 분씩 정말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을 것 같아요.

 

그 동안 저를 챙겨주셨던 사랑방과 그 외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 덕분에 여기 이 사랑방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고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가요. 꼭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사랑방에 올 기회가 되면 또 올 거예요. 지금은 잠시 떨어져 있겠지만 나중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