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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우리가 처음 만난 날

3월 10일, 사랑방과 첫 연을 맺게 된지도 두 달 가까이 되었다.
그 날엔 긴 외투를 입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두꺼운 팔뚝을 드러내야 하는 계절이 되다니. 참으로 슬픈 계절이다.

요사이 점점 줄어드는 밤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자 깨어있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난 학교도 안 다니고, 하는 일이라곤 사랑방 관련 활동과 스페인어 배우기 밖에 없어서 사랑방 생각을 꽤 많이 한다.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연상해보며, 웃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은 사람은 웃는 모습을 생각해내려 애쓰고, 사랑방은 왜 하필 중림동의 산중턱 그 집일까 한숨을 쉬어보고, 그날그날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더듬어 보며 ‘오늘은 반응이 좋았군.’ 하며 흐뭇해하거나, 영화제때 비 오면 어쩌지 걱정한다거나 하는 등의 생각을 한다. 왜 저런 생각밖에 안하냐고 생각하겠지만, 밥에는 우리나라 생각과 그에 관련한 사랑방 활동들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 건강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

사랑방에서 활동한지 채 두 달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어느새 사랑방은 내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나는 학교나 직장을 다니며 활동을 하는 다른 분들과 달리 시간이 많아서 그만큼 사랑방에 자주 드나들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랑방은 학교를 그만둔 나에게 또 하나의 학교가 되어주었다. 학교를 자퇴하고 무기력 하게 지내던 나에게 정말 또 다른 학교였다. 

자퇴를 하고나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바로 ‘사람들의 시선’에 굴복해가는 내 자신이 느껴질 때였다. 난 자퇴하고 나서 더 행복했고 더 잘 살아갈 자신이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내 얘기를 듣지 않은 채 나를 걱정하고 때론 나무랐다. 그럴 때마다 내 생각은 흔들렸고, 복학을 고려하기도 하고 재수학원 등록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 생각을 확실하게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곳이 사랑방이었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활동들, 그에 대한 나의 책임감, 또 그 속에서 맺게 된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학교를 다닐 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했다.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영화제 활동을 하고자 노력중이고, 그 속에서 생기를 찾고있다. 나에 대한 자신이 생기다보니 내 미래에 대해서도 확신이 생겼다. 꿈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지? 나를, 학교를 자퇴한 여학생이 아닌 김화신으로 바라봐주는 사랑방에서 나는 참 행복하다. 매일같이 드나들며 괜히 일을 벌이기도 하고 그냥 시덥지 않은 일을 하다 가기도 하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이 혹은 그냥 아는 사람이 요새 잘 살고있느냐고 물었을 때 아주 당당히 말한다. “아 요새 진짜 살맛나(요)~ 진짜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