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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천막

정록
가끔 농성장 설치 싸움이나 행사 때 설치하던 천막을 월담 활동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설치했었다. 노동상담과 공연 등등을 위한 천막이었는데, 천막 나르고 설치하던 기억만 더 생생하다.

아해
2013년 사랑방 20주년 "회동" 행사가 생각납니다. 사랑방이 20주년 행사를 실내가 아닌 '현장'에서 치르기로 하고, 당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분향소가 있던 서울 대한문 앞에서 행사를 준비했는데...
하필 그날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경찰들은 계속 시비를 걸고, 겨우 준비를 마친 우리들은 비에 쫄딱 젖은 채로, <천막> 아래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함께 해주셨던 분들께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뿜뿜 올라오네요. 헤헷.

민선
대한문 쌍차 분향소, 밀양 송전탑 부지, 강정 거리미사... 집이기도 하고 식당이기도 하고 예배당이기도 하고 만남의 광장이기도 했던 싸움의 현장을 함께 지켜온 천막들이 떠오르네요. 이런 천막들을 행정대집행의 이름으로 너무도 쉽고 폭력적으로 무너뜨렸던 기억도 함께 떠오르고요. 지금도 거리 한켠을 지키고 있는 농성 천막에서 겨울을 보내야 하는 분들이 덜 추웠으면 좋겠습니다.

세주
저는 성북 장수마을에서 성곽 밑 공터에 펴져 있던 천막이 생각나네요. 날 좋은 주말에 해를 가려주던 천막 아래에서 이것저것 파는 분도 계시고 캘리그래피 하시던 분도 계시던 장수마을 잔치였습니다. 천막은 농성과 투쟁에도 필요하고 축제와 잔치에도 필수입니다~!!

디요
천막만 생기면 다들 엄청나게 돌보고, 다듬고, 꾸미고, 정리정돈하고, 또 새로운 물건 가져다 두고, 그러다보면 집 되고... 그런 것 같다. 캠핑을 가는 사람들이 집안의 모든 살림을 다 챙겨서 가는 모습이 정말 이해가 안됐는데, 천막 농성을 보면 또 이해 못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가원
농성장을 차리고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벗, 그 이름은 천막.


지금은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 첫 날. 천막 반입을 막는 경찰 때문에 비닐 천막을 치기로 하고 기둥으로 삼을 파라솔을 가져오기로 했는데, 그동안 사람들이 무지개 우산을 펼쳐서 비닐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나중에야 사진으로 보게 됐다. 비 내리는 국회 앞 비닐 천막을 버티게 해주는 무지개 우산- 차별금지법 제정이 아무리 험난한 길이어도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

미류
2014년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던 날, 천막은커녕 깔개와 비닐도 경찰이 막아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밤을 보냈다. 시간이 흐르며 요새 같은 몽골천막이 들어섰고, 다시 시간이 흐르며 농성을 접었는데, 다시 긴 시간이 흘러도 진실은 희미하다.

다슬
차제연 농성장이 가장 기억에 남을 거다. 처음으로 비닐 천막에서 잤던 곳이기 때문에. 농성장 지킴이였던 11월 30일에는 바람이 너무 불어서 중간중간에 확인했다. 아기돼지 3형제의 집처럼 날아가면 어쩌지 새벽 내내 걱정했다. 그럼 꼭 영상과 사진을 남겨야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농성장은 튼튼했다.


어쓰
두꺼운 벽도 그럴싸한 지붕도 아니지만, 거리에서 천막이 참 소중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고작 한 겹의 천일 텐데 그 안에서는 뜨거운 햇빛도 찬 바람도 조금은 견딜 만해졌다. 농성장을 차릴 때 경찰이 왜 안간힘을 써가며 천막 반입을 막으려 하는지도 알 법하다. 막고 싶은 것은 천막이 아니라 천막에서부터 펼쳐져 나오는 싸움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