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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 3월 12일 아침, 포스코 제53기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건물 외벽에 핏빛 물감이 뿌려졌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활동가들의 포스코 규탄 액션이었다. 액션 참가자들의 주된 요구 중 하나는 포스코 계열사인 삼척블루파워가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이었다. 오는 3월 말 포스코가 공사 자금 조달을 위해서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있는 가운데, 이미 30% 가량 지어졌다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중단 요구는 왜 그리 거셌을까.

‘기업시민’ 포스코 탄소중립 선언의 이중성

‘기업시민’, 2018년 포스코가 도입한 경영이념이다. 포스코는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시민’으로 자신을 규정했다.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탄소 배출 기업인 포스코는 최근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며 자체적으로 발간한 『기후행동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2030년 20%, 2040년 50% 감축해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 앞으로 더 이상 석탄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선언이 무색하게도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2024년 10월 가동 예정이다. 이 발전소의 전체 발전 용량은 국내 최대 규모인 2.1기가와트급으로, 완공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1,282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017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1.8%에 이르는 양이다. 포스코는 석탄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공기 중에서 포집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arbon Capture and Storage)로 탄소 저감을 이루겠다고 공언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언제 상용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미래 기술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탄소중립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이 ‘기업시민’의 행보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포스코에게는 기후위기를 막으려는 의지가 없다.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행위자가 된 국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선언했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는 2017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7억 910만 톤)의 24.4% 감축을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산정 방식만 달랐을 뿐,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목표 감축량인 5억 3600만 톤은 박근혜 정부 때 정했던 목표 감축량과 동일하다. 여기에 정부는 국내 전력 생산량의 37%나 차지하는 높은 석탄 의존도를 반전시키기는커녕 신규 석탄발전소 7기를 전력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하에 확정되었지만 부지 착공 공사는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야 시작되었다. 그 사이 삼척발전소를 둘러싸고 이미 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적합하지 않은 폐광 부지에 허가한 점부터, 부족한 환경영향평가와 그로 인한 환경 훼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역행, 나아가 국가 전력수급에 꼭 필요한 사업도 아닌 점이 드러나면서, 발전소 건설 허가의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정부는 끝내 사업자의 요구를 수용하고 최종 건설 허가를 내주었다. 정부와 포스코 모두 탄소중립 선언을 선언했지만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추진은 결국 말뿐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기업이 국가 전력시장에 진출해 발전 사업의 주체가 되는 구조에서 정부와 포스코 모두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행위자임을 역설하는 중이다.

건설의 이유는 알 수 없고, 건설 중단 이유는 충분하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의미 있는 탄소 감축을 향해 나아가려면,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은 필수다. 작년 10월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한 대응 정책을 만들어 내는 중이다. 그 중 올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맞춰 국내 석탄발전기들의 발전 총량을 제한하는 일명 석탄상한제 설계 작업이 본격화된다. 결국 발전기별 단가 경쟁을 통해 발전기의 가동률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짓고 있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전체 공사비용 5조원 중 이미 투입된 1조에 대한 매몰비용(Sunk Cost)을 이유로 공사 강행의 의지를 보이지만 나머지 4조를 더 들여 완공해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기후위기대응 정책과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이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으로 수 조원짜리 좌초자산(stranded assets)만 만들어지는 꼴이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기후위기를 현재보다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고, 바로 그 이유로 퇴출될 운명을 타고 났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은 환경 문제를 넘어 전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청구되고 있다. 건설 중단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손실은 건설된 이후 탄소 감축을 위해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발전소를 도대체 왜, 누구를 위하여 지어야 한단 말인가.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지어야 할 합리적인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오는 3월 25일,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사람들이 선언대회를 연다. 선언대회 제목은 “삼척석탄발전 백지화 없이는 탄소중립도 없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을 이 거대한 탄소 제조기가 탄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시대적 절박함에,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는 마땅히 응답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으로,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썸네일 사진: 이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