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사랑방이 오래오래 가길 바라는

윤경 님을 만났어요

“나 죽을 때도 있었으면 좋겠어서”

이게 무슨 말이지? 간단한 문장을 몇 번을 다시 읽어보고 나서야 뜻을 이해했습니다. 지난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하기’를 통해 후원을 신청해준 윤경 님이 적어주 후원 신청 이유입니다. 그만큼 사랑방을 특별히 애정 하는 마음으로 후원을 신청해주신 것이겠지요? 사랑방 활동가들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윤경 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방을 참 아끼고 애정 하는 윤경입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살고 있고, 그게 여러모로 살아가는데 힘이 되기도 하고, 못 보던 것들을 보게 해주고 있어요. 못 보던 것들이라 하면 비장애/비청소년 중심의 언어에서 배제된 존재들, 예를 들면 동물,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인, 어떤 의미로 이주민도… 이 존재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기에 세상이 얼마나 엉망인가, 나는 또 얼마나 모르고 살았나 이런 것들이에요. (솔직하게는 모르고 그냥 살았으면 좋았겠다….) 그래서 화가 자주 나는 것 같은데 주변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화내면서 살고 있어요.

다사다난 한 2020년은 잘 지나보내셨나요?

2020년은 돌아보니 어떻게 지나왔나 싶은데 생각보다 그럭저럭 지낸 것 같아요. 아니에요. 사실 너무 어려운 일이 많았어요. 온통 다 어려운 일들이었는데 옆에 동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서로 위로도 하고 헛소리도 하고. (웃음) 저만 어려운건 아니었고 모두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만나게 된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랑 또 뭔가를 궁리하고 같이 하고 이런 재미로 한 해 살았나 봐요.

사랑방 후원을 신청하신 이유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후원인 모집 사업을 어떻게 알고 후원까지 결심하셨나요?

일단 신청 이유는 진심이고요. (정색) 후원인 모집 사업은 친구가 그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고, 나도 아직 안 하고 있었구나’ 하고 신청했어요. 깨닫고 너무 늦어서 미안했구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기도 하고, 이슈도 다양해지니까 사실 운동이 대응하기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어려운 와중에 어떻게든 서로를 엮고, 상황을 해석하고, 대안을 만들고, 행동하는 과정에 사랑방의 고민과 실천이 곳곳에서 보여요. 물론 모든 이슈에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일을 하는, 어렵지만 품을 내는 사랑방 활동가들이 있어서 ‘나도 해야 할 일을 해야지’ 하게 해요.
아웅, 뭐 길게 이야기 했지만 그냥 사랑방 좋아요! 활동가들 좋아요! 활동가들이 좀 진지한 게 부담스럽기는 하고요. 저처럼 헛소리 하면서 노는 걸 좋아하면 더 재밌을텐데….

혹시 사랑방이 준비한 후원인 모집 사업 내용 중 인상 깊게 남은 부분이 있을까요? 무엇이라도 말씀해주신다면 사랑방의 동료들이 참 기뻐할 거예요.

예전에 영등포로 이사하고 재정사업 할 때 ‘인권운동’ 하트 모양 티 제작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어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어후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과감하달까?
사랑방 20주년이었나. 대한문 덕수궁 앞에서 비가 왔었나, 아닌가. (1200맞아요) 사랑방 활동가들이 노래를 했는데, 뭐랄까 애쓰는 게 보여서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사랑방만 기획했던 건 아니지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대한문 앞에서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를 연속해서 진행 했었어요. 그 기획이 참 좋았어요. 같은 맥락의 차별을 당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하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차별에 대한 이야기나 증언들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그 기획 이후에 여러 곳에서 비슷한 기획으로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아졌던 것 같아요. 왜 우리가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논리로 설명하지 않아도 각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이 나일 수 있겠다’, ‘내가 당신이어야 하는 구나’, ‘우리 같이 싸워야겠다’ 라는 생각을 들게 했거든요.

1월 1일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연락드렸을 땐 일을 하고 계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왜 일 하고 있었을까요. 제가 활동하는 곳은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엑시트)’입니다. 여러 이유로 탈가정/탈시설/탈학교 한 청소년들이 거리에 내몰리기도 하지만 스스로 거리에 서기도 해요. 활동은 이들을 만나는 일인데 아직 뭐가 뭔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헤매고 있어요. 곁에 있는 동료들 덕분에 근근이 하고 있어요. 원래는 3개월만 알바 하는 거였는데…. 어쩌다보니까 2년 가까이 있네요. 여기도 좀 바쁜 곳이라 기쁜 마음으로 바쁨을 즐기고 있습니다.

엑시트 활동은 어떠세요? 소개 좀 부탁드려요.

엑시트는 매주 금요일에 오후 8시~새벽 1시까지 신림역 봉림교 다리 위에서 진행하는 거리상담에서 모든 일들이 가지치기 되요. 굳이 신분 검사를 하지 않고 만 24세 이하면 누구든 와서 식사도 하고, 쉬기도 하고, 간단한 치료도 할 수 있어요. 원래는 버스가 주 활동공간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버스는 세워두기만 하고 천막을 여러 개 치고 활동해요. 매회 10명 안팎의 자원활동가와 4명의 상임활동가들이 현장을 지켜요.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건 어떻게 관계 맺느냐인 것 같아요. ‘어리고, 불쌍하니까 잘 대해주는 곳’이 아니기 위해 많이 이야기하고 노력해요. 저는 엑시트가 사회적 권한이 너무 없는 청소년에게 존재만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존중이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 <‘거리 청소년’ 위한 단 하나의 천막, 설에도 쉬지 않는다>
2월 6일자 한겨레 토요판에 소개된 엑시트 활동

금요일은 거리활동을 하고 나머지 날은 청소년들이랑 해야 할 일들을 같이 상의하고 진행해요. 마음이 힘들면 밥도 먹고, 경찰서나 법원 갈 일이 있으면 조사나 재판 준비도 같이하고 현장 동행도 하구요. 병원도 같이 가자 그럼 같이 가고, 집도 같이 구하러 다니고, 주로 같이 어딜 많이 다녀요. 이걸 동행지원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지원 방식이에요. 같이 다니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도 하면서 삶을 살필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같이 가야 하는 곳들에 있는 사람들이 청소년에게 함부로 대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가야하는데 못가거나 가서 부당한 대접을 받기도 해요. 그래서 같이 다니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엑시트는 24시간 기관 전화와 SNS 메신저를 열어놔요. 급한 일이면 새벽에 출동하기도 하구요. 이게 가능한 건 활동가들이 이런 활동방향에 동의하기 때문에 가능하죠.

여기 처음 와서 한동안 매일매일 세상이 이해가 안 되고, 억울하고, 답답했어요. 21세기에 사람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매일 했어요. 청소년이랑 얘기하면 열에 여덟, 아홉은 친권자에 의한 학대 경험이 있어요. 집을 탈출해서 받는 대접도 별 다르지 않아요. 잘 곳이 필요해서 쉼터에 들어가면 통금부터 야간시간 휴대폰 반납 같은 말도 안 되는 규칙들이 끝도 없어요. 거기다 모욕적인 대우를 경험한 이들도 많아요. 보육시설 경험자들의 증언도 너무 아파요. 그런데 너무 갈 곳이 없어요. 시설이 너무 싫은데 갈 수 있는 시설도 별로 없는 너무 모순적인 상황이 동시에 있는 곳이에요. 거리도 너무 가혹해요. 그냥 이런 이야기를 청소년들에게 들으면서 ‘그래도 살아보자’ 라고 이야기 하는 제가 무책임하고 무력하게 느껴져요. 무섭기도 해요. 도망가고 싶기도 하구요.

이전에 활동하던 곳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인데, 정말 멋진 곳이죠. 엑시트 와서 장애인권운동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많은 순간 떠올렸어요. 억울한 일은 어디든 있지만, 장판은 그걸 싸우려는 당사자가 있고, 연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러니 두려운 싸움이어도 피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사자와 같이 싸울 수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내가 그렇게 마음껏 싸울 수 있는 곳에 있었던 건 축복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어요. 거리청소년 부분도 싸워야 할 의제가 흘러넘쳐요. 그런데 운동이 처한 조건이 굉장히 다르니까요. 할 만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사실 피하고 있는 저를 보기도 해요.

그럼에도 3개월로 예정되었던 활동을 2년 가까이 이어오셨는데, 엑시트 활동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신났던 일을 생각해볼게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곳이 청소년을 만나는 거리인데요. 815 광화문 집회 이후에 이곳에서 활동한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4주간 거리상담 활동을 중단했어요. 그러다 팀에서 안 되겠다는 이야기가 오고갔어요. 거리상담만 안 할뿐 평일 대면지원은 필요하면 진행했는데도, 청소년들도 매주 활동 안 하냐고 묻고 저희도 청소년들 상황이 가늠이 안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활동가 전체회의를 열고 활동 재개를 결정했어요. 버스는 사용하지 못해도 최대한 코로나 이전처럼 활동하자고 서로 결의를 했달까요. 그랬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자원활동가들이 매회 5명 정도씩 왔는데, 활동을 재개하고 나서는 10명 정도가 꾸준히 와요. 버스를 사용하지 못하니까 짐도 훨씬 많고 사람도 훨씬 많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서로를 지키려고 더 열심히 와요. 이 버스랑 천막이 뭐라고, 엑시트에게 활동하라는 청소년도 거기에 응답하는 활동가들도 마음이 너무 벅차더라구요. 웅장해지기도 하구요. 이런 게 신나요. 서로 왁자지껄 상의하고, 결정하고, 그걸 지켜내려는 사람들이랑 같이 뭔가를 하는 거요.

정말 멋지네요! 그런데 엑시트가 올해 고민과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렇게 멋진 엑시트가 올해 10주년이 되거든요. 그런데 올해까지 하고 활동을 정리하게 됐어요. 엑시트랑 짝꿍단체인 청소년 대안 주거 공간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도 같이요. 정리라고 하면 아쉬우니까 시즌1 마감이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래요. 두 단체가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 예산 전액을 지원받고 있었는데 그곳의 예산 상황이 올해부터 아주 안 좋아졌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예정이고요. 작년에 같이 이리저리 다른 지원처를 알아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지원처들이 보기에 ‘예쁜’ 사업을 하는 곳은 아니니까요. 코로나로 다들 상황이 안 좋아진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올해 10주년을 멋지게 보내고, 엑시트와 자립팸이 했던 활동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잘 남기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잘 인사하고,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엑시트와 자립팸이 아닌 곳과 연결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게 아주 중요한 활동이 될 것 같아요. 조금 더 했다면 인권운동에 많이 소개하고 싶은 공간인데 아쉬워요!!!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이슈나 풀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돈이요. 미안한데 돈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엑시트와 자립팸이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줘요. 그런데 잘 안 되니까 마음 독하게 먹고 돈 버는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청소년 단체라 후원주점도 못 열어요. 더 뭘 해야 하나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와중에 3월에 이사를 해야 해요. 12~1월 내내 이사 갈 전셋집을 알아보는 일이 엄청 큰 고민이었어요. 같은 조건인데 보증금이 2년 전에 비해 두 배씩 올랐어요. 아…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 사는 곳보다 더 외곽으로 가야하지만 최근에 이사 갈 곳을 구했어요. 돈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거,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아… 어렵네요. 조직도, 저도.

관련해서 2021년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돈 문제를 어떻게 계획해요? 아껴서 살아보고 여기저기 도와달라고 해보고, 10주년 잘 보내고 나면 그 다음이 또 있지 않을까요? 마침내 다 잘 될 거예요.

사랑방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영광입니다. 나는 사랑방이 많이 좋아요. 계속 고백한 것 같지만. 가끔 가면 조금 더 꺅꺅 환영해 줄래요? 전 격한 환영을 몹시 즐기는 사람이거든요. 멀지도 않아서 가끔 산책하듯 놀러가고 싶고 자주 얼굴보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다들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재밌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거 너무 중요! 사랑방이 엑시트에 와서 활동하고 소식지에 글 써주면 어때요? 아무리 생각해도 엑시트 너무 소중해서 올해 문 닫기 전에 좋은 사람들에게 엑시트 소개해주고 싶어요. 제가 말로 다 못 전해요…. 제가 추천하는 계절은 늦봄, 초여름입니다. 꼭 오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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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계좌
399-039279-04-014 기업은행 들꽃청소년세상
입금 시 보내는 사람 이름 뒤에 ‘엑시트’라고 적어야 엑시트가 후원 당사자가 된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