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선거에서의 혐오 대응, 평등을 외치는 ‘더 많은 표현’으로

선거 시기가 아니더라도 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늘어나는 정치인들의 혐오발언은 일상의 평등을 위협하고 있다. 내년 4월이면 21대 총선이 치러진다. 내년 총선은 이전의 선거들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선거에서의 혐오대응 방안 모색 :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를 서둘러 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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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정치,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 수 있나

먼저 발제를 맡은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는 한국사회에서도 ‘혐오장사’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혐오정치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더 심화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선거이다. 홍성수 교수는 선거 시기에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1) 혐오표현을 형사범죄화 하는 방법, 2) 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한 규제, 3) 규제적 수단을 활용한 선관위의 조치를 말한다. 혐오표현 형사범죄화는 주로 증오선동과 같이 해악이 크고 악의적인 혐오표현에 한해서 규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입법이 된다고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향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국가의 규제를 강화하고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한다.

중앙선관위가 비규제적인 방식으로 혐오표현이 가진 해악을 규제하는 동시에 ‘더 많은 표현’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해 왔던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계속 고민해야 하지만, 모든 혐오표현은 법으로 규제할 수도 없고,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차별에 반대하면서도 평등을 향한 더 많은 표현을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을지가 내년 총선 대응에서 중요한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혐오 없는 총선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발제에 이어 네 명의 토론자도 선거 시기의 혐오 대응에 필요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건네주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준우 사무차장은 후보들의 정책이나 발언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사안별 대응도 중요하지만 혐오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국가기관에 선제적인 조치를 주문하는 별도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선관위를 비롯한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검찰 등에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가이드라인 제시, 정책권고 발표, 관련 홍보․교육을 펼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직된 국가기관들이 움직이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과도 연결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활동가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선관위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국가인권위는 정치인의 혐오발언 및 혐오선동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을 짚었다. 하지만 선거 슬로건을 정할 때 ‘혐오표현이 없는 아름다운 선거를 만들자’ 등으로 정하거나, 후보자 ․ 후보자캠프 ․ 선거책임자 및 사무장 교육 시 혐오표현의 문제점을 안내하거나, ‘공정선거를 위한 선서’에 혐오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후보 공보물 검토 시 혐오표현 사용을 주의하라는 가이드를 포함시키고 의견을 전달하는 등 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더라도 선관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한다. 혐오표현의 표적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가만히 있는 국가기구를 움직이게 하는 것도 시민사회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는 현재 선관위의 역할 외에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혐오표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종의 ‘혐오발언규제위원회’를 두는 방식으로 정치인의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검토를 통해 공표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문제점을 알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입법운동은 입법운동대로 하되,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의 혐오발언이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도 보다 선제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 시기 후보자나 정치인의 혐오발언이 제한된 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TV토론이나 ‘우리/저들’, ‘국민/난민’과 같은 단순논리가 힘을 갖게 되는 인터넷 환경에서 더 득세할 수 있다는 홍성수 교수의 지적처럼, 미디어 역시 선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선거에서 미디어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들이 ‘정책’과 ‘인권’의 문제는 다르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미디어는 ‘개입할 수 없다’는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자살보도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후 많은 고무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언론보도의 기본이 된 것처럼, 혐오표현에 대해서도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유로운 세상은 평등으로부터

 

참가자들과의 토론시간에는 혐오를 활용하는 전략이 실제로 선거에서 ‘표’가 되가 되는가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고 갔다.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혐오가 ‘표’가 되지는 않지만, 정치인들이 혐오선동세력의 요구에 항의하거나 이를 무시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상황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홍성수 교수는 혐오를 선동한다고 해서 표가 되지도 않고, 혐오에 반대한다고 해서 낙선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치인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기도 하다. 지난 국회에서도 혐오선동세력의 압박에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안을 철회하고 최근에도 각종 조례들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았을 때 더욱 그렇다.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은 혐오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다.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떠돌지 않는 세상, 고된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누군가에게 혐오를 쏟아내는 현수막을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 혐오를 대가로 표를 구걸하는 후보들이 없는 세상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발표되었던 <혐오 없는 선거 만들기 시민선언>에는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선거를 위해 원하는 세상의 모습이 담겨 있다. 2020년 총선은 그런 선거, 그런 세상의 모습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는 선거여야 하지 않을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도 선관위와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제안하고 사람들이 선거에서의 혐오표현에 대해 ‘더 많은 표현으로’ 맞대응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보려고 한다. 혐오를 거부하는 정치적인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또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