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일의 ‘재미’를 찾아

오제원 님을 만났어요

이번 달 후원인 인터뷰에서는 제주 살이를 시작한 지 3개월 된 제 친구를 만나보았습니다. 제 주변 사람 중 가장 다양한 직장생활의 경험이 있는 오제원 님입니다. 일과 삶의 터전을 새롭게 옮긴 친구의 근황이 궁금하여 후원인 인터뷰를 핑계로 오랜만에 연락을 해보았어요. 맥주회사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맥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데, 언젠가 수제맥주를 들고 사무실에 와주길 기대합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F&B(음식+음료) 마케팅 쪽 일을 해왔고 최근 맥주회사로 이직한지 얼마 안 된 제주 살이 3개월 차 오제원이라고 해요.

 

◇ 어떻게 사랑방을 후원하게 됐나요?

 

민선뿐 아니라 십년 전 쯤 제 주변 친구들도 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해서 자연스레 알게 됐어요. 그런데 후원 요청을 받아도 거절했어요. 그땐 제가 좀 꼬여있었던 같아요. 자책감, 부채의식 같은 것을 느꼈어요. 사회적 연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주변과 비교하면서 자격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의 선택에 대해서 지지하고 공감해주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점차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고요. 늦게나마 작년부터 사랑방 후원을 하게 됐네요.

 

◇ 그러고 보니 작년 이사 직전에 근처 왔다가 사무실을 들렀다가 후원신청을 했던 거였군요. 그때 사무실 구경도 했는데 어땠나 궁금하네요.

 

이사 앞두고 짐정리를 한창 할 때여서 너저분했죠. 짐이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이사가 보통 일도 아닌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지금 이사한 곳에서는 오래오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쩌다 보니 충정로, 홍대 사무실을 다 가봤는데, 새로 이사한 영등포 사무실도 언제 한번 구경 가겠습니다~

 

◇ 다양한 직장 경험을 갖고 있는데, 직장생활의 기억을 꼽아본다면?

 

몇 년 전 아이스크림 회사에 다닐 때 일도 재밌었고 나름 열심히 애정을 갖고 일했었는데,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임금 삭감을 했어요. 근데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주질 않는 거예요. 임금 삭감을 언제부터 어떻게 할 거라든지, 나중에 언제쯤 보충해주겠다든지, 세금 문제는 어떻게 하면 된다든지 등등 어떻게 되는 건지를 이야기를 해주면 마음이 좀 놓일 텐데 제대로 이야기를 해주질 않았어요. 회사가 어려운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임금 깎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들에게 제대로 얘기해주질 않는 상황이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한 점들을 모아 정리해서 임원진에 전달했어요. 오히려 회사가 제대로 설명해줄 때 마음이 안정되어 그나마 맘 잡고 일할 거고 그게 회사에게 더 좋을 거다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공장에서 에어컨이 없어서 회사에 따지기도 했었어요. 일하는 분들이 위생 때문에 방수 비닐 옷을 입고 일을 해야 하는데, 고생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제품 상태를 위해서도 이건 아니다, 에어컨 설치해달라고 나서서 얘기하기도 하고 그랬었죠.

 

◇ 나름 용기 내어 했던 일인데, 얼마 안 되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잖아요. 그때 그 경험을 떠올리는 게 속상할 것 같기도 해요.

 

그때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했던 분을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일을 끄집어내면서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당시 제 별명이 위원장이었어요. 앞에 (노조) 위원장 이라는 뜻도 있었지만 (김정일) 위원장 뉘앙스? (웃음) 근데 그땐 회사에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 다른 직장들을 거쳤지만, 그만큼은 애정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 직장생활 6년차이신데, 아주 긴 시간은 아니지만 여러 직장을 거치시면서 일의 의미나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생각할 때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2가지인 것 같아요. 돈과 재미. 돈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필요한 기본조건이고요, 재미가 있고 없고가 제겐 직장을 다니거나 그만두게 되는 중요한 이유였어요. 아무래도 마케팅 관련 일을 하다보니까 내가 생각하고 기획해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머리를 굴려보고 실제로 펼쳐보기까지의 과정이 주는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 것 그런 게 재미인 것 같아요.

 

◇ 직장 내 괴롭힘, 과로사회, 산재사망 사고 등 일과 관련된 안 좋은 뉴스들을 자주 접하는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저는 운이 좋았던 편이라고 생각해요.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 좋은 소식들을 계속 보다 보면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나 현실감이 잘 안 느껴지기도 해요. 어려운 이야기까지 굳이 하지 않고도, 남에게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상식적인 선만 지켜져도 이럴 수 없지 않을까요? 그것만이라도 생각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상적으로 직장 안에서 차별적인 말들을 많이 해요. 여성이 여성차별적인 말을 더 하기도 하고요. 이전에 다녔던 곳은 여성 직원이 다수에다 육아하는 여성들이 많이 다니는 회사였어요. 육아 때문에 근무시간 조정을 할 수도 있고, 무조건 칼퇴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여성친화적인 회사라고 어필했는데, 여성이 많다고 여성친화적인 것은 아니더라고요. 여자가 사장이라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느니 능력이 없다느니 말하고, 더 외모 평가를 해대고, 남녀관계에서 여자를 더 폄하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더 폭력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변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잖아요. 정말 일반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불과해도 제가 느끼기엔 나름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다 생각해요. 옷차림에 별난 관심을 보이는 상사가 있었는데, 교육 끝나고 이젠 그런 얘길 그만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기본적인 얘기라도 꾸준히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슈가 있다면?

 

난민 주제에 관심이 있었어요. 이민도 떠밀려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의지적인 자발적 선택이라고 한다면 난민은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쫓겨난 거잖아요.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상상해보면 두렵고 막막하기도 하고요. 작년에 예멘난민이 이슈화되면서 도대체 왜 이런 걸까 의아했어요. 실제로 난민 인정이 되긴 너무 어려운데, 어떤 공포심 같은 게 사람들을 자극해서 불안이 높아진 것 같아요. 일자리를 뺏을 것이고,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이렇게 매도되는 분위기에 놀랐어요. 그런데 이미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잖아요. 제가 일하는 곳 근처인 한림항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예전부터 있었거든요. 난민도 마찬가지로 이미 한국사회에서 있었고 함께 살아왔고요. 숨겨져 있었던 것 같고, 이제야 이들의 존재를 체감하게 된 거고요.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는데, 이 사회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갖고 있고 지키면서 사는 사람들을 존경하거든요. 제가 그렇게는 못 살아서... 사랑방 활동가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환경이 계속 좋을 수는 없잖아요. 그것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표현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제자리도 찾으면서 단단해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케팅 관련 일을 하기에 조금은 아쉬워서 이야기를 하면, 사랑방에서 보내주는 소식지나 물품들 보면 좀 뭐랄까 뒤쳐진 느낌을 받아요. (웃음)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왜 공감해주지 못하고, 함께해주지 않을까 라기 보다는 우리의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함께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