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표현의 자유 딜레마를 딛고 가능성을 만나다

표현의 자유 딜레마를 딛고 가능성을 만나다
최은아

알타미라 동굴에 있는 그림은, 표현이 인간 자신을 드러내는 매우 원초적인 욕구임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표현하면서 살아가지만, 때로는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표현했다고 해서 처벌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가에게 대항하는 권리로서 권력을 감시하고 대규모 인권침해를 예고하지요. 폭압적인 국가권력이 득세하는 한국사회에서 권력자를 비판하는데 표현의 자유는 큰 힘을 주었답니다.

그런데, 최근 ‘일베’에 게시된 글들 중에서 여성, 외국인, 동성애, 호남,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차별하고 모욕하는 글들이 문제가 되었지요. 통합민주당이 5.18민주화 운동을 폄하한 글을 올린 일간베스트 저장소(아래 ‘일베’)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고소고발 등 법률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보수논객과 일베는 ‘표현의 자유’를 방어수단으로 삼아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지요. 인터넷이나 언론광고를 통해 혐오표현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약한 상황입니다. 또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김한길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은 보수기독교 세력에 굴복해서 법안을 철회하는 사태까지 맞이하고 있습니다. 혐오표현은 넘쳐나는 데 이런 혐오표현들이 당사자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사회에서 소통되지 못하는 현실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그녀들의 이야기가 구조적으로 들리지 않게/못하게 만드는 국가와 사회 권력의 힘은 무엇일까? 혐오표현이 허용되는 특권과 부정의는 무엇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단지 개인적인 매너나 도덕을 잘 지키면 혐오표현은 정당화되는 걸까? 등등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표현의자유연대는 ‘차별의 표현, 표현의 차별-혐오에 대한 규제와 표현의 자유’ 포럼을 7월 18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개최하였습니다. 포럼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성황을 이루었어요.

한때, 보수논객과 일베가 ‘표현의 자유’를 방어수단으로 삼을 때, 저는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말을 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포럼을 하고 나서, 표현의 자유 운동과 관련해서 가능성을 만났어요. 첫째, 일베 논란이 표현의 자유 가치를 확산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인식의 전환입니다. 예를 들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 폄하하는 발언에 대해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으니 자정에 맡길 수 있다”라고 진보-좌파를 설득할 수 있다면, 우파에게 국가보안법 7조를 폐지하자고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요. 정치적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개입 없이 서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인식과 토론의 전환을 만들 수도 있겠다 싶어요. 둘째,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혐오발언은 어떤 구체적 해악을 당장 초래하지는 않는 ‘말’이지만 법적인 개입이 필요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 지점과 관련해서는 보다 정치한 연구와 합의가 필요하긴 할 것 같고 차별금지법안도 심도있게 개정판을 준비해야할 것 같아요. 물론 여러 가지 딜레마가 있지요. 하지만 표현의 자유 예외로서 혐오발언 규제가 아닌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기 위해 혐오발언이 규제되어야 할 논리를 잘 만드는 것”은 지금 시급하게 반차별운동을 포함해 인권운동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좀 복잡하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장마가 물러가고 찜통 더위가 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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