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마음이 ‘동’하는 즐거움~

끊었었다.
한 때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즐거움이 되기도 했던 그것을 과감히 끊었다. 어쩌다보니….
그 ‘어쩌다’가 전부 비용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공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그것을 끊었더랬다. 그런데 얼마 전 다시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가끔 이 노무의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이 동한다.

20년 만에... 바쁘다 바뻐~
종로5가 백제약국을 끼고 돌아선 골목. 그때는 이미 해가져서 어둑어둑했다. 네온사인과 가로등 빛에 반사된 사람들의 바쁜 실루엣이 넘실거리던 그 길에서.. 우린.. 급히,
떡볶이를 먹었다. 뭔가 먹고 공연을 봐야한다는 갸륵한 생각은 옆에 앉을 사람을 배려한 것이었다고!
어둡고 좁다란 계단을 올라서 신을 벗어 들고 들어선 곳.
나름 인생에서 처음 본 소극장은 음... 아주, 무척, 진짜, 깜짝 놀랄 만큼 작았다.
어떤 사람은 출입문 위에 얹은 선반에 앉아 있었다. 선반에서, 말하자면 앉아 있는 엉덩이에서 천정까지 높이는 70센티 정도. 고개도 못 들고, 한 시간 반을 앉아서 웃으며 박수를 친 그들의 모습이 묘기였다.
배우가 연기 중에 옆자리에 와서 앉았을 땐, 내가 숨을 쉬었는지 기억에 없다. …
20년 만에 다시 공연을 한다는 어느 연극 포스터에 눈이 멈췄다. 끊었던 것은 바로 공연관람이다.
근 20년을 되돌려서 더듬어 본 시절이, 그러니까 그것이 영아기도 아니도 유년기도 아닌 웬만하면 또렷이 기억나는 10대라는 것에, 그 세월의 흐름에 놀란 가슴을 추슬러서 진정시키고...-.-;

찬찬히 숨을 가다듬고,
그리고 기억의 줄을 당긴다.

처음으로 가난한 사람의 어이없는 죽음에 주목하게 해준 것도 생각해보면 그 어떤 연극이었고,
처음으로 ‘억압과 민주주의’란 단어를 교과서 밖으로 꺼내도록 해준 것도 떠올려보면 그 어떤 연극이고,
입시학원에 다니며 겨울방학 내내 우울증에 시달리던 10대의 마음을, 순간 180도 바꿔준 것도 작은 소극장의 뮤지컬이었다.
물론, 이런 공연관람은 300원주고 떡볶이 먹고, 3000원짜리 연극 보고, 30원이 없어서 공중전화를 전전하는 것 같은, 지울 수 없는 낭만의 조각도 챙겨 준다.

돌이켜 다행한 일이 있냐고 묻는다면,
사실 특별한 게 없어서... 좀 그렇지만,
유년의 시골생활과 또 하나가 공연관람이다.

비록 용돈을 모아서는 보고 싶은 공연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부터,
그리고 바쁜 일상에 빠져들면서부터,
자발적(?) 공연관람이 마음과 달리 삶에서 멀어졌다.

그래도 종종 이렇게 마음이 동한다.

아! 문화를 향유할 권리~ 한 번 누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