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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삶의 현장 속에서 슬기를 배우고 이를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풀벌레 은종복 님과의 인터뷰

삶의 현장 속에서 슬기를 배우고 이를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풀벌레 은종복 님과의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사랑방과 오랜 인연을 갖고 계신 은종복 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은종복 님은 성균관대 앞에서 17년 째 풀무질이란 책방의 일꾼으로 살고 계셔요. 최근에는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란 책을 쓰시기도 했어요. 바쁘신 저녁 시간에 전화를 드렸는데, 반가이 맞아주시고 열띠게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행복했습니다.
정리 :만선(상임활동가)


◇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
이름은 은종복. 덧이름(별칭)은 풀벌레에요. 아이가 삼각산 재미난 학교에 다니는데 덧이름을 같이 지었어요. 아이는 풀씨, 저는 풀벌레, 일터는 풀무질. 모두 풀씨입니다. ^^ 책방 풀무질은 25년 되었구요, 제가 일을 한지는 17년이 되었어요. 제가 책을 좋아하는데, 그 당시 책방했던 선배님이 그만 두시게 되면서 사람을 구했고 그 때 세 사람이 지원했는데 제가 뽑혔어요. 그래서 1993년 4월 1일부터 풀무질 일꾼이 되었지요.

◇ 풀무질이란 이름이 어떻게 지어진건가요?
대장간에서 쇠를 담금질할 때 바람을 넣는데 그걸 풀무라고 해요. 책방이 85년 여름에 생겼는데 군홧발로 광주 학살을 저지르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에 맞서는 불바람을 일으키자 이런 의미에서 풀무질이란 이름을 지었대요~

◇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
생태, 평화, 인권, 나눔 이런 주제의 책을 좋아해요. 최근에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란 책을 냈는데요, 내용의 80%가 생태, 평화, 인권, 나눔에 관한 책에 대한 소개에요. 뭔가 화두를 하나만 고르자면 평화요. 누군가 저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하나는 ‘내 얼굴이 맑고 밝아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온 세상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빛이 도는 것’이라고 말해요. 내 얼굴이 맑아지려면 평화 씨가 마음에 있어야 해요.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내 아이가 행복해야 하고,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내 아이 동무가 행복해야 하고, 내 아이 동무가 행복하려면 마을이 행복해야 하고, 마을이 행복하려면 나라가 평화로워야 하고, 나라가 평화로우려면 다른 나라 아이들 머리 위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지 않아야겠죠.

◇ 인권운동사랑방과의 인연은 어떻게 생기셨나요?
제가 책방을 시작할 무렵에 바로 인근 5분 거리에 인권운동사랑방도 문을 열었는데, 그 때부터 사랑방 후원을 했어요. 풀무질은 인문과학책방인데, 팔리는 책의 반 이상은 교재와 수험서에요. 인문과학책방의 뜻을 살리려면 그 뜻과 맞닿아있는 곳의 활동에 대해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방 시작할 때 10군데 정도 후원을 했었는데, 지금은 30군데 정도로 늘었어요. 그런데 후원금을 내는 것 말고 함께 해야 하는 일들을 같이 하지 못해서 늘 마음이 아파요. 거리에서 사랑방 식구들을 볼 때가 많은데 그 땐 참 기뻐요.

◇ 인권오름이나 사람사랑을 잘 챙겨보시나요?
4~5년 전 매일매일 팩스로 들어왔던 인권하루소식은 꼬박꼬박 읽었어요. 근데 요즘은 제대로 못보고 있네요. 여기저기서 우편물들이 많이 와서 잘 챙겨보지를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소식지들은 책방 눈에 잘 띄는 곳에 모아놓는데, 가끔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인권오름에서는 ‘만화사랑방’이 눈에 딱 들어와서 꼬박꼬박 보구요, 다른 기사들도 열심히 봐야 하는데 제목만 볼 때가 많아요. 사람사랑에서는 사랑방 재정이 적자가 아닌지 걱정되어서 ‘살림살이’ 부분을 챙겨 봐요. 활동수입이나 사랑방 후원인들이 보내주는 현물 후원들도 챙겨보고. ‘아그대다그대’와 새로 활동을 시작한 ‘자원활동가의 편지’를 재밌게 보고 있어요.

◇ 책방 일로 바쁘실 텐데 휴식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평일에는 9시 좀 넘어 책방을 열고 밤 10시까지 해요. 주말에는 12시 좀 넘어서 열고 밤 9시까지. 설 연휴, 추석 연휴 빼고는 늘 책방을 열어요. 2000년부터 형님이 같이 하고 있어서 주말에는 번갈아가면서 쉬어요. 일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서 즐겁게 일해요. 제일 맘 놓고 쉴 때는 ‘역사와 산’이라는 등산 모임에 함께 해요. 다음 주에는 지리산에 갈 예정이라 설레고 있어요. 산에 가면 힘들었던 일들이 가라앉으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몸이 튼튼해지잖아요. 그래서 산에 가기 전 일주일은 설렘을 갖고 기쁘게 지내고, 산에 다녀와서는 그 힘으로 하루하루 잘 보내게 되는 것 같아요.

◇ 책방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91년도 5월에 성균관대 김귀정 학생이 대한극장 앞에서 전경들에 토끼몰이를 당해 죽었어요. 그 때부터 해마다 추모집회를 했는데 많을 때는 1만 명이 모였어요. 성대부터 명동 백병원까지 가두시위를 했는데, 그 때 중간에 오는 학생들은 책방에 가방을 맡겼거든요. 가방이 수백 개 산처럼 쌓였는데, 가방을 잘못 찾아가고 그래서 다시 되찾으러 오고 이런 일들이 많았어요. 그 때 왔던 학생들 다 졸업했지만 주말에 자주 책방에 놀러와요. 그래서 제 책을 많이 사갔어요. 성대의 역사, 책방의 역사를 같이 기억할 수 있어 좋아요.

◇ 사랑방 활동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길에서 촛불 들고 나왔을 때 사랑방 식구들 얼굴 볼 때 기뻐요. 특히 인권영화제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잖아요. 여러모로 힘들 텐데 꾸준히 해내는 게 자랑스러워요. 사랑방이 충정로로 이사하면서 자주 못 봐서 아쉬웠는데, 이번 인권영화제를 마로니에 공원에서 한다고 하니 가까이서 얼굴 볼 수 있어 설레어요.

◇ 인권의제 중에서 관심 있는 것은?
어린이 인권이요. 우리나라도 그렇고 수많은 나라들이 잘 살겠다면서 경쟁의 소용돌이로 아이들을 밀어 넣고 목숨을 조이잖아요. 그런데 어린이 인권에 대해서는 말을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전쟁이 터졌을 때 전쟁에 참여한 군인보다도 어린이, 여성의 피해가 큰데, 이런 것에 대한 얘기가 많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워요. 사랑방에서도 어린이인권, 평화교육 이런 것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은종복 님이 쓰신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 많이 알려주시고 읽어주셔요. ^^
이전 교육감 선거에서 강남지역 외에 저희 서점이 있는 종로구와 사랑방이 있는 중구에서 공정택에 졌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 그밖에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책방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하고픈 얘기가 있어요. 책을 읽는 것은 마음밭에 슬기를 담는 것이잖아요. 슬기로워지는 것은 꼭 책을 읽어서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세상을 바로 볼 수가 있고,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을 정확히 볼 수가 있고, 토론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사람은 세상을 편협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세 가지를 다 할 수는 없어도 꼭 해야 하는 게 바로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삶의 현장 속에서 슬기를 배우고 이를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고, 사랑방 식구들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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