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이창호의 인권이야기

인권에 관한 단상(斷想)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인권의 역사는 불과 20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대의 인권수준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기득권자들은 소외계층의 인권 요구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기득권자들은 대체로 인권을 부르짖지 않아도 항상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자들임에 틀림없다.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부와 권력 그 자체가 그들의 인권을 넘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항상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 뿐이다.

인권운동은 인권이 필요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인권이 필요 없는 사회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의미한다. 지구상에 압제와 전쟁이 존재하는 한, 반목과 적대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계급과 착취가 존재하는 한 행복한 삶은 불가능하다. 압제와 전쟁, 계급과 착취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그렇게 쉽게 도래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과거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평화와 행복이 보장되는, 인권이 충만한 사회를 향한 그 길은 멀고 험난하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가야 한다. 현재의 역사단계에서 우리는, 험한 비탈길을 오르면서 힘들어하면서도 정상에 올라 잠시 희열을 즐기는 등산가처럼, 인권의 확대를 위한 힘든 투쟁의 대열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무장이 필요하듯이, 인권이 필요 없는 사회를 위해서도 모든 구성원들이 인권의식으로 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사회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민중의 각성과 진출이다.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 자체가 인권운동이다.

인권운동은 인권운동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동운동을 포함한 모든 진보운동은 그 자체가 바로 인권운동이다. 자본에 의한 노동의 착취가 존재하는 한 노동자에게는 인권이 없다. 교사의 학생에 대한 일방적 통제가 존재하는 한 학생의 인권은 없다. 사법기관에 의한 피의자, 피고인 그리고 수형자에 대한 강제와 통제와 감시가 존재하는 한 그들의 인권은 없다. 억압과 착취, 압제와 전쟁을 반대하는 모든 몸부림은 그 자체가 인권운동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17일 결국 이라크에 파병을 단행하였다. 이로써 한국은 이라크 민중의 인권을 유린하는 데 동참하게 되었다. 이제 한국은 전세계 반전평화 애호세력의 공적이 되고 말았다. 미국이 강제하는 이라크의 평화는 그 자체가 이라크 민중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인권의 이름으로 파병에 반대한다. 머지 않은 장래에 파병을 결정한 국회와 정부의 관련자들을 국제사회에서 전범으로 처벌하는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인류의 역사가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지 않는가.

(이창호 님은 경상대학교 법학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