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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안녕하세요, 경찰 아저씨!”

 사랑방에서 ‘경찰감시와 인권’팀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된 건 사실 필연이 아니었다. 작년 10월 처음 사랑방을 찾아왔을 때, 활동을 소개받는 자리 옆에서 인권하루소식지를 접고 계시던 범용 씨가 ‘국가기구와 인권’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말은 이상하게도 나를 잡아끌었다. 마침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다기에 인권에 무지한 나도 배우면서 같이 할 수 있겠구나하며 덥석 합류하게 되었다. 그 후 사랑방의 활동계획에 따라 팀에서 계획했던 인권위 활동 모니터링이 잡혔고, 범용 씨의 출산휴가로 인해 담당하는 상임활동가 또한 박래군 아저씨로 바뀌게 되었다. 2004년, 우리는 국가기구 중 검찰, 경찰, 또는 무엇을 감시할지 선택해야 했고, 당시 ‘집시법’ 개악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과 함께, 그래도 가장 친근한(?) 경찰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우리는 ‘경찰감시와 인권’팀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 아래 ‘경찰감시와 인권’팀은 꾸려졌고, 주영, 지영, 지원, 이현이라는 이름도 비슷한 4명의 자원활동가와 래군 아저씨, 5명은 작지만 당찬 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국가기구를 감시한다는 발상은 그 아이디어부터가 생소했다. 더군다나 5명이란 작은 인원이 경찰이라는 가장 큰 규모의 공권력을 감시한다는 것은 사실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 지부터 내겐 막막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우선 경찰에 대해 알기 위해 몇 차례의 세미나로 경찰 관련 법률과 인권위 권고문, 그리고 다수의 논문을 공부했으며, 서대문 경찰서에 가서 실제로 경찰들이 어떻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는 현장 학습도 다녀왔다. 또한 시민과 가장 잦은 마찰과 충돌을 빚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들이 어떤 식으로 활동하는지 관찰하는 체험학습도 진행했다. 경찰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슬쩍 피해 다녔던 나는 어느새 경찰이 정말 법을 지키면서 일을 하는가 보기 위해 지나가는 그의 뒤꽁무니까지 한 번 더 보는 ‘경찰 관찰자’가 되었다. 학습은 정말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

 학습을 마친 후 우리 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경찰감시를 진행했다. 첫 번째는 언론 모니터링을 통한 간접적인 감시였고, 두 번째는 집회 현장에서 법을 어기는 경찰의 행위를 기록하는 직접적인 감시였다. 특히 두 번째 활동은 집시법 개악 이후 꾸려진 집시법대응연석회의 사람들과 함께 했는데, 체크리스트와 카메라를 가지고 경찰을 ‘체크’하는 정말 흥미진한 활동이었다. 집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경찰의 날카로운 방패를 보며 ‘이거, 이거 불법인데~’라고 하며 사진을 찍으려 하면 심지어 ‘초상권 침해’라고 하는 경찰도 있었다. 경찰이 최소한의 경찰관계법도 숙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단적인 면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집회현장보다 지루하고 단순노동 작업이지만 우리 팀에서 꼭 해야 하는 사업은 언론 모니터링이었다. 경찰이 인권을 침해한 사례를 신문 매체별로 나누어 수집했는데, 한 달 동안 경찰 관련 소식이 1000여 개가 올라오는 연합뉴스를 맡은 나는 한번 작업을 하면 손가락이 마비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매주 모은 기사를 서로 공유했고, 그 후 1월부터 6월까지 모은 기사를 바탕으로 ‘경찰감시 언론 모니터링 자료집’ 만들기를 착수했다. 사실 이 작업이 경찰감시 팀에서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는데, 각자 맡은 인권침해 분야를 정리하고 재해석하는 사실상의 ‘집필’이었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 같다. 서로의 원고를 검토하는 고난이도의 작업을 머리를 맞대고 하다보면 ‘클릭’, ‘복사’, ‘붙여넣기’로 이어지는 단순작업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약 10개월간의 활동을 하면서, 전경과 의경도 구분 못하던 내가 어느새 많이 성장했음을 스스로 느낀다. 경찰을 왜 감시할 필요가 있는지 어느 정도의 확신도 갖게 되었다. 시민과 가장 많이 접촉하여 친근하면서도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권력인 경찰은 그 규모와 중요성만큼이나 ‘감시의 눈길’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현재 한국 경찰의 인권둔감성은 유전자DB 수집, 집시법 개악에서와 같이 시민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에서 잘 드러난다. 그대로 방치하기엔 너무 위험한 정책이다. ‘인권’과 ‘경찰’이 친해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변화를 위한 요구가 필요하다. 현재 경찰감시팀에서 구상하고 있는 ‘경찰 감시 매뉴얼’과 함께, 더 나아가 ‘경찰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경찰에 대한 인권적인 감시와 대응에 좋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래서 나중에 경찰을 마주대할 때, ‘안녕하세요, 경찰아저씨! 활동 감시하러 왔어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