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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미신고 복지시설 생활자의 소송권과 외부 소통의 권리를 보장하라!

[보도자료] 미신고 복지시설 생활자의 소송권과 외부 소통의 권리를 보장하라!

■ 사건경위

○ 지난 4월 21일,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이하 시설공대위)는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共感)의 염형국 변호사와 함께 충남 연기군 소재 '은혜사랑의집'(시설장 전월순)을 방문했다. 시설공대위는 시설 생활자들에 대한 면회를 신청했으나 시설 관리자들은 "보호자 동의 없이는 면회할 수 없다"며 면회 자체를 거부하고 시설공대위 소속 인권활동가들을 내쫓았다. 또 관할 연기군보건소와 조치원경찰서는 면회권을 보장받기 위한 인권활동가들의 당연한 협조요청에 대해 "바빠서 나가볼 수 없다", "우리 관할 업무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 '은혜사랑의집'은 지난 2003년 9월 5일과 11월 13일, 시설공대위에 의한 두 차례의 현장조사를 통해 △예배시간에 졸거나 사소한 규칙을 어기게 되면 하루에서 일주일까지 '보호관찰실'에 감금하고 강제금식을 시키고 △전화와 편지를 검열하고 관리자가 배석한 면회만을 허용하는 등 통신·면회의 자유를 제한하며 △하루 4차례의 예배와 철야기도로 종교를 강요하는 등의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후 이 시설에 대해 폐쇄 여론이 빗발쳤으나 행정기관은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시설운영을 사실상 방치해왔다.

○ 이에 따라 지난 3월 23일 시설공대위는 시설 관리자들을 정신보건법 제40조(입원금지등), 제45조(행동제한의 금지), 제46조(환자의 격리제한), 형법 제260조(폭행), 제273조(학대), 제276조(중체포, 중감금), 제324조(강요) 등 위반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또한 2002년에서 2003년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은혜사랑의집' 생활자들의 진단서 129건을 무더기로 발급한 의사도 형법 제233조(허위진단서등의 작성)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담당검사(대전지검 김용호 검사) 지휘로 경찰(관할 조치원경찰서)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 당일 시설공대위는 생활자 면회를 통해 현장조사와 검찰고발 이후 시설 생활자들에 대한 처우가 더욱 나빠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려 했다. 특히 현장조사에서 시설의 문제점을 용기 있게 증언한 생활자들이 이후 시설 관리자들로부터 보복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은혜사랑의집' 관리자들은 동행한 변호사의 면회요청마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는 "보호자의 동의"를 핑계로 거부했다. 이는 인권단체들의 현장조사와 연이은 사회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태가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 이에 따라 시설공대위 등 11개 인권사회단체들은 4월 26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내부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시설관리자들은 되도록 면회를 제한하고 편지와 전화를 검열하기 마련"이며 "면회는 생활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며 본인이 거부하지 않는 한 시설 관리자들이 막을 수 있는 아무런 이유"가 없음을 확인했다. 특히 "변호사와의 면회는 기본권 침해를 받은 생활자들이 법적 구제를 받기 위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이므로 구금시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어 인권사회단체들은 관할 연기군 보건소와 조치원경찰서 등 관할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미신고 복지시설 생활자의 소송권과 외부 소통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생활자의 면회권을 부정하는 모든 미신고시설에 대해 시설폐쇄 명령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번에 밝혀진 '은혜사랑의집' 말고 다른 미신고시설에서도 면회 거부나 편지·전화의 검열 등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고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 마지막으로 인권사회단체들은 문제의 근본원인이 "보호자말고는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는 일부 복지시설의 폐쇄성"임을 지적하며 "폐쇄형 시설을 개방형으로, 수용시설을 이용시설로, 대규모 시설을 소규모 시설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 성명서

미신고 복지시설 생활자의 소송권과 외부 소통의 권리를 보장하라!

지난 4월 21일 충남 연기군 소재 미신고 복지시설인 '은혜사랑의집' 관리자들이 인권활동가들의 생활자 면회 요청을 거부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설 관리자들은 생활자들의 소송 수임을 위해 동행한 변호사의 면회 요청마저 거부하고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만날 수 없다며 일행을 내쫓았다.

이 시설은 이미 지난해 11월 인권단체들의 현장조사에서 감금, 폭행, 종교강요, 징벌 목적의 격리실 운영 등 문제시설로 확인되었고, 시설 관리자들은 같은 이유로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당시에도 전화를 사용하거나 편지를 보낼 때 관리자의 검열을 거치도록 되어 있어 외부와의 연락이 사실상 봉쇄된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 사실이 폭로된 후 시설폐쇄 여론이 빗발치는데도 불구하고 관리자들은 버젓이 시설을 계속 운영하면서 이번에는 면회마저 금지한 것이다.

내부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시설관리자들은 되도록 면회를 제한하고 편지와 전화를 검열하기 마련이다. 외부와의 연락이 원천 봉쇄된 생활자들은 시설 안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길이 없어 외부의 도움을 기대하기는커녕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질병 치료의 필요에 따라 외부인과의 만남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조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의사의 객관적인 진단이 전제되어야 하며 면회 금지 기간 또한 필요 이상으로 설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면회는 생활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며 본인이 거부하지 않는 한 시설 관리자들이 막을 수 있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관리자들이 임의로 이를 제한하는 것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들은 치료와 요양을 위해 시설에 입소한 사람일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변호사와의 면회는 기본권 침해를 받은 생활자들이 법적 구제를 받기 위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이므로 구금시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또 어떤 면회든 대화 내용에 대해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하며 시설 관리자의 부당한 방해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 관리자가 배제된 독립된 면회 공간이 시설 안에 제공되어야 한다. 또 면회 시 보호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것은 악의적인 보호자의 경우 생활자를 감금하고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숨기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신고시설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행정기관이 시설 생활자가 외부로 연락할 수 있는 소통의 권리와 소송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즉시 나서기를 요구한다. 당일 '은혜사랑의집' 관할 보건소와 경찰은 "바빠서 나가볼 수 없다", "우리 관할 업무가 아니다"라며 인권활동가들의 협조요청을 거부한 것처럼 행정기관마저 나몰라라한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수용자에 대한 면회를 거부하고 외부 소통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시설은 내부에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강한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할 행정기관은 '은혜사랑의집' 뿐만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외부인과의 면회를 보장하지 않는 모든 미신고시설에 대해 시설폐쇄 명령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은혜사랑의집' 말고도 다른 미신고시설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점검하고 즉각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보호자말고는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는 일부 복지시설의 폐쇄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외부 감시자의 눈길에서 벗어나 있는 폐쇄형 시설은 인권침해의 개연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 폐쇄형 시설을 개방형으로, 수용시설을 이용시설로, 대규모 시설을 소규모 시설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4년 4월 26일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안산노동인권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천여성의전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좋은집, 진보네트워크센터, 태화샘솟는집,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CMHV(한국지역사회정신건강자원봉사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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