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기자회견문] 서울역 노숙행위 금지조치는 인권적으로 문제없다? 인권의식 실종된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집단적 낙인에 기반한 서울역 노숙행위 금지조치는 인권적으로 문제없다?
인권의식 실종된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어제(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숙인의 인권을 버렸다.
작년 7월 말, 서울역 야간노숙행위 금지조치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뜨거워지자 인권위는 상임위원회의 결정으로 노숙인 인권 긴급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는 예상대로 서울역 조치가 노숙인들의 심리․정신적 충격을 심화했고, 자활의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상임위원회를 거쳐 어제 전원위원회를 열어 “노숙인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를 의결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결국 철도공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실태조사를 통해 명백히 노숙인 인권의 침해가 드러남에도, 철도공사의 조치는 인권적 가치에 비춰 문제없다는 이해하지 못할 결정을 한 것이다.

정책권고안의 문제의식에서 드러나듯, 철도공사의 야간노숙행위 금지조치는 일부 노숙인의 범법행위를 노숙인에 대한 차별적 선입관에 의해 일반화하는 오류에 기초한다. 또한 노숙인은 쾌적한 역사를 만들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인격체 이하로 여기는 반인권적 판단을 전제로, 노숙인에 대한 낙인화를 공식화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역 노숙행위 금지조치는 의도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반인권적 요소가 다분히,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따라서 권고안은 노숙인의 초기 탈 노숙을 유도하는데 공공역사가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숙 금지 조치를 재검토할 것을 표명하려 한 것이다. 또한 노숙인 정책의 후진성이 거리노숙상태의 장기화를 불러오는 바, 서울시의 계획과 정책의 보완을 동시에 권고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고 의결을 담당하는 인권위원들의 인권수준은 그야말로 수준 미달 자체였다. 인권위원들은 “나도 막차타고 서울역에 내리면 상당히 피해다녀야 한다”, “인도 뉴델리역에 갔는데 노숙자들이 많아서 인도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 “한 달만 복지회관에 입소하면 다 재활한다더라”라며 인권위원 스스로 차별적 시각에 기초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속설에 기댄 판단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권고의 목적이 서울역 노숙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철도공사와 행정기관의 유기적 노력을 위한 것임에도 “서울역에서 노숙하게하면 탈 노숙 의지가 커지냐”며 의도적으로 목적을 곡해하였다. 또한 현병철 위원장은 “시급한 것 같지는 않다. 시급했으면 뭔가 일이 나지 않았겠는가”라며 서울역 조치로 인한 노숙인들의 고통을 희화화하는 작태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정책권고의 참고기준으로 제시됐던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의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은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렇듯 국가인권위를 대표하는 인권위원들은 그들 개개인의 통념과 경험만을 우선시하는 말잔치로 전원위원회를 끝내고 만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워야 하나? 얼마나 더 아파야 반인권적인 것인가? 어느 인구집단에나 있을 범법행위를 모든 노숙인들의 고유 속성인양 뒤집어 씌우고, 테러위협분자로 둔갑시키는 조직적인 폭력이 인권적이란 것인가? 퇴거당한 노숙인의 절반도 포괄하지 못하는 응급대피소가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서울시내 곳곳으로 산개한 노숙인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는 가려져도 되는 것인가? 10월만 해도 두 차례나 벌어진 서울역 인근 노숙인에 대한 묻지마 폭행이 드러내듯, 서울역 조치가 강화시킨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혐오가 파생할 이차, 삼차 피해들은 별개라 할 것인가? 우리는 오늘 기자회견을 끝으로 인권의식을 상실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사망을 선고하고자 한다. 이에, 작년 8월 3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한 서울역 야간 노숙행위금지조치 차별시정 진정 사건을 자진 철회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인권의 표피만을 쓴 국가인권위원회는 더 이상 인권의 반려가 아님을, 한국사회에서 인권적 가치의 실현은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와의 반목과 가깝다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선언하는 바이다.

2012. 1. 31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방침 철회/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