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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노숙 야생 버라이어티의 현장에서

서울역, 노숙인과 함께 한 1박~2일!

8월 1일 서울역 광장에는 천막 농성장이 꾸려졌다. 코레일 측이 표명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을 철회하기 위한 농성장이다. 그곳에는 거리노숙을 하면서 이제 시작된 자활근로에 참여하는 사람들,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모두 홈리스 상태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 등 노숙을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차별에 저항하며 공간을 메워가고 있다.


코레일 측의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표명은 지난 7월 하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론보도를 통해 “서울역 맞이방 내 노숙인을 8월 1일 23시 이후 강제 퇴거할 것”이며 이는, 노숙인의 악취와 음주, 소란 등에 대한 민원 해소, 그리고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선량한’ 서울역 이용객, 국민에게 안전과 쾌적함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러한 코레일의 차별적 조치에 대해 즉각적으로 민간단체 등의 적극적 규탄과 면담이 이어졌고, 코레일 측은 해당 방침을 ‘8월 22일 이후 야간노숙행위 금지’로 명칭만 변경한 채 다시 한 번 차별을 외연화했다. 그 내용은 ▶23시 이후 노숙인 퇴거 안내, ▶01시30분~04시30분 서울역 출입문 쇄정, ▶04시~07시 역사 내 진입 노숙인 출입통제(취침도구 지참 노숙인 대상, 상담센터와 쉼터이용 유도)가 그것이다.

비노숙인과 노숙인이 함께 한 1박 2일

서울역이 퇴거조치를 공시한 날인 8월22일, 실체도 불분명한 대상으로 ’노숙인’을 특정하고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나가도록 하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노라고 말하는 그 곳, 서울역사와 그 주변에서 “서울역 노숙인과 함께 하는 1박 2일”이 펼쳐졌다. 부디 서울역이, 코레일이 ‘노숙’이란 이름으로 낙인찍고 차별하지 말기를, 공공역사로서의 탈거리노숙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바라면서 말이다.


1박 2일은 저녁 소나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모인 사람들은 그랬다. 아마도 서울역이나 코레일에 억눌렸던 심정이, 분노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식으라고 하늘이 그러나보다고. 춤과 노래로 역사를 돌고 나온 참가자들은 ‘우리 처지가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다’며 그래도 한번 쳐보자고 붙인 이름, ‘계란들의 대화’를 나누었고, 서울역사 내부와 외부 지하도, 광장 등에 머무는 거리노숙인 수를 파악하는 순회활동을 진행했다.

8월 23일 0시 전후의 순회활동으로 파악된 거리노숙인 수는 275명이었다. 서울역 조치 이후 농성장을 중심으로 매일 파악하는 거리노숙인 수의 평균 정도다. 이 수치는 서울역 조치 이전 서울역 주변 노숙인 수 300명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퍼뜩 그런 생각이 든다. 서울역 조치로 인해 급속히 시작하게 되었다는 서울시의 대책 ‘응급구호방 50호, 임시주거비지원 100호, 특별자활근로200개, 24시간 개방카페’는…? 그렇다. 가시적인 효과를 낼 만큼의 대책이 아니었던 게다. 그리고 현재 24시간 개방카페는 있지도 않다. 서울시와 복지부에 의하면 코레일과 서울역은 그런 카페를 열 수 있는 공간이나 땅 한 뙈기조차 내어놓을 심산이 없어 보인단다. 그러니까, 서울역은 역문 밖으로만 나가면 그만인 거다. 휴~ 그럼 우리가 열어야 하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가 있어’

서울역과 역 주변 거리노숙인 수를 파악한 후 50여 명의 참가자들은, 서울역사 내에서 모둠을 나누어 노숙하게 된 사연을 나눴다. 거리노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들, 불규칙하고 눈치 보는 식사, 만성적인 수면 부족, 폭력상황이나 명의도용에의 노출, 화장실에서 눈치 보며 씻기 등 노숙당사자의 얘기를 들었다. 시간이 흘러 새벽 1시쯤, 역사 내에는 할머니 등 여성노숙인 서너 명, 장애노숙인, 남성노숙인 두어 명 정도가 남아있었다.

“나가세요, 왜 안 나오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나가셔야 합니다.”

청소시간이 임박하자 장애인화장실에 남성 직원 세 명이 서성였다. 한참을 지나도 나오지 않으니 또 채근한다. 결국 허리 굽은 할머니 한분이 짐을 잔뜩 든 채로 나오신다. 그런 할머니에게 직원들은 짧게 ‘나가셔야 해요’라고만 한다. 할머니와 얘길 나누었다.

“인천에 사는데 폭우로 집이 물이 새요. 아들이 무섭게 해서 혼자 집에 있을 수도 없고 수도마저 끊겨서 나오게 되었어요. 인천역 부근은 늦은 시간에 어두워서 무섭지만 서울역은 그래도 늦은 시간까지 밝아서, 경찰도 있고 직원도 있는 게 안심이 되어서 여기 있어요. 잠시 앉아서 눈도 붙이고요, 화장실도 쓸 수 있고요. 나는 여기 나가면 바깥에 있는 게 무서워요. 나가라면 할 수는 없겠지만……. 어제도 밤새 바깥 계단에 앉아서 밤을 새웠어요.”

거리노숙인 이용시설인 상담보호센터도, 급식소도 모르는 거리노숙 초짜인 75세 할머니는 역 직원들로부터 아무런 서비스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역문 밖으로만 안내(?)되었던 거다. 이거, 무슨 개그 프로그램 같다. ‘나가있어~!’


서울역, 할 만큼 했다?

애초 서울역의 청소시간은 1시 반부터 2시 반까지다. 그 시간은 오롯이 청소시간으로 누구든 역사를 비워주었다. 그런데, 8월 서울역 조치 이후 ‘공사로 인해(4호선과 공항철도를 잇는) 4시 반 첫차가 다닐 때까지’로 청소시간을 연장했다. 결국 해당 시간에라도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여성, 아동, 장애인 등은 뺏기는 셈이다. 지금이야 하절기이니 공간내부에서 머무는 사람 수가 적겠지만, 생명까지 위협하는 혹한기를 포함한 동절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그 동안 서울역, 할 만큼 했지 않습니까? 아웃리치도 하고 있고요.”

노숙인 업무를 담당한다는 코레일 역운영처와의 면담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할 만큼? 아웃리치? 그 말뜻을 알고나 했을까? 공공역사 노숙인 사망사건 중 두드러진 하나는 아마도 2005년 겨울 서울역에서 벌어진 응급의료상황에 처한 노숙인을 서울역 직원이 짐을 옮기는 손수레를 이용해 옮기다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일 것이다. 당시 시민단체는 <철도공사의 사회공헌과 공공역사 중심의 위기층 지원대책 수립을 위한 제안서>를 공사에 전달했고 함께 업무지침도 만들고 대책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이다. 할 만큼 했다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아웃리치(out reach: 현장접근)는 현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적절한 서비스 제공처로 연계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역, 혹시 바깥으로 보내는 걸 아웃리치로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선량한 이용객’과 ‘꼴찌’ 사이

새벽 4시경, 서울역사 내 불이 어두컴컴하게 꺼진 맞이방 내로 첫차를 타려는 승객들이 드문드문 들어오기 시작한다. 차를 타러 온 한 아주머님이 그러셨다. “아유~ 무섭네. 왜 불을 이렇게 꺼둔 거예요? 어두워서 좀 그런데, 여기서 기다려도 되요?”라며 두시 반 이후 ‘공간을 열었던’ 1박2일 참가자 무리 곁으로 오셨다. 아, 이게 서울역이 말하는, 코레일이 말하는 선량한 이용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던가?! 이번 조치는 노숙인처럼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사람들을 역 문 밖으로 몰아내기 위한 조치로 시작된 것이었지만, 결국 그들이 말하는 ‘선량한’ 이용객에게도 불편이 초래된 것이다. 기가 막힌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도 얼마 다니지 않는 야간시간대의 노숙행위금지는, 서울역이 말하는 민원과 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리는 꼴찌입니다. 일용노동도 하고 살았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꼴찌가 되었습디다. 그런데요, 우리 같은 꼴찌를 없애도 또 다른 꼴찌가 생깁니다. 꼴찌를 내치기만 하는 그런 처사, 서럽습니다.” 계란들의 대화에서 한 노숙인이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나도 삐끗하면 이 사회에서, 비인간적인 자본의 논리가 판치는 이 사회에서, 집이 없어 제대로 잘 곳이 없어서 졸고 있노라면, 제대로 씻을 곳이 없어 냄새라도 나면, 낙인찍힐 수 있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대우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 공기업으로서 무엇이 옳은 대책인지 성숙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덧붙임

김선미 님은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활동가이며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