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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반차별 선언 ‘모여말하다’를 진행했습니다

2013년 6월 시작한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를 마감하며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과 함께 정리하는 자리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10차례의 이어말하기 동안 함께 한 사람들, 반차별 활동가들, 더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지만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 그리고 2014년에 이어말하기를 이을 활동까지,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그래도 우리의 연결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활동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013년 12월 10일 65주년 세계인권선언기념일 저녁 인권재단 사람에서 반차별선언 ‘모여말하다’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모여말하다’는 제목 그대로 이어말하기에 남겨진 이야기를 함께 모여 말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모여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반차별선언’을 만들려 하였습니다. 함께 만드는 ‘반차별선언’을 통해 차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활동을 알려 보고 싶었습니다.

7시부터 서서히 오기 시작한 사람들은 7시 30분, 그리고 8시가 될 무렵 약 50여명이 되어 자리를 꽉 채웠습니다. 그리고 50여명의 남겨진 이야기를 시작으로 모여말하다는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자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일상에 치여,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전할 수 없는 어려운 세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주변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생각해보지 않았던 자신과 차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살게 되는 변화하는 정체성에서 만나는 차별, 당당히 살아가고 있지만 결코 자신을 그렇게 봐주지 않는 세상에서 만나는 차별, 자신이 차별에 당사자였음을 이어말하기를 통해 느끼게 되며 생각하게 된 자신의 위치,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하며 감격을 느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스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각자의 이야기 뿐 아니라 모여말하다에서는 남겨진 과제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빈곤의 상황과 차별의 상황이 만나고 있는 사회, 여성/동성애/이주민에 대한 혐오가 일상화 되어 가는 사회에 우리가 던질 이야기는 무엇일지, 어떻게 던져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하나의 사례/사건이 아닌 이야기들을 어떻게 남기고 어떻게 다시 세상에 전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약 40여명의 이야기들은 각자의 삶과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고, 우리 사회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차별’이라는 주제에 연결되어지는 40개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대한문이라는 장소만이 아닌 더욱더 많은 곳에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고/남길지, 남겨진 과제를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끝낸 후 4개의 조로 나누어 자유롭게 ‘반차별’ 활동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체성이 아닌 장소를 통해 차별을 이야기하기, 자료를 더욱 축적하고, 공감이 바탕이 되는 차별에 대한 고민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기획, 그리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노동을 만날 수 있는 기획등 향후 활동에 대한 제안이 이루어졌습니다.

개인의 삶에서의 행동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주어진 자리를 이탈하고, 차별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내 삶에 연결된 것을 이어보는 노력등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어말하기의 이야기를 외부에 알리는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사운드 클라우드나 팟캐스트 활용하기, 매체에 기고나 책 출판, 그리고 이어말하기 유랑단을 만들자는 제안등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이 진행되었습니다.

당일 모여말하다를 통해 우리들의 반차별선언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특정한 문구를 만들기보다 우리들의 반차별행동을 모색하며 나온 이야기가 곧 하나의 선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언어화된 선언이 아닌 행동을 다짐하며 모여말하다를 맞추었습니다.

2013년 모여말하다를 마지막으로 평등예감 ‘을’ 들의 이어말하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어말하기가 끝났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남겨진 과제들을 2014년 활동에 녹여내고, 이어말하기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지만 그래도 우리는 ‘반차별’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하나의 연결지점을 만든 것만으로도 2013년 반차별 운동은 또 한 번의 성장을 거두었다 생각됩니다. 2014년 이어말하기를 이어나갈 반차별 운동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차별은 무엇일지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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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별선언”을 제안합니다.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제정된 날입니다.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우리 모두의 선언이고 약속입니다. 그러나 2013년 우리는 '을'들의 이어말하기를 이어가며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차별의 현실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숨겨지는 사람들입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모자이크로 덧칠되기도 하고, 조용히 살고 싶은데 들춰내지기도 합니다. 노동과 비노동의 경계에 놓여 드러나지 않기도 합니다. 사장이 아닌데 법은 내가 사장이라고 우깁니다. 그래서 권리를 빼앗깁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들어주지 않는 자기 소개 시간이 싫어집니다. 외토리 점심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여럿이 함께 일해도 언제나 서브(sub)로만 인정받습니다. '대나무숲'에서 익명으로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빼앗기는 사람들입니다. 밥을 짓는 노동을 하느라 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내게는 빼곡히 차 있는 시간을 사회는 단절된 시간이라고 끊어버립니다. 내게 다달이 주어진 시간표에 맞춰 한달을 미리 살아야 하는 노동자입니다. 처음 나간 실습에서 마음이 삐뚤어져 다른 시간을 살게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입니다. 차별을 말하기조차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나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은 나를 남성이라 재단합니다. 내가 분홍 매니큐어를 하면 나를 남성답지 못하다고 욕합니다. 우리는 성별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성별을 구분당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누구이든 성별을 구분당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반말 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겨지고, 불우이웃돕기에 감사할 것을 요구받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삶을 떠나지 않는 땀의 냄새, 죽음의 냄새 때문에 거리에서도 배제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어말하기를 이어가며 평등을 예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평범한 삶의 차이와 차별을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지구인의 정류장을 거쳐가는 사람들입니다. 춤 못 추는 댄스가수로, 게으른 노동자로, 늦잠 자는 학생으로 살아갑니다. 상품 말고 사람으로 숨 쉽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먹는 것이 생활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가 다 다르지만 쫓겨나는 장소에서 사람을 만납니다. 우리는 이름이 다 다르지만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줄 압니다. 우리의 몸은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우리의 몸이 만들어내는 것들에 활기를 불어넣을 줄 압니다. 우리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그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투쟁이 좋고 연대의 현장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내 멋대로 하면서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상처를 이겨내고 싶습니다. 나를 잃지 않고 일하고 싶고 아플 때 누울 자리를 찾고 싶습니다. 돌봄노동을 돌보는 사회를 바랍니다. 서로의 삶과 노동의 존재와 의미를 알리는 사람들의 일상의 자리를 되찾고 싶습니다. 구별과 경계를 뛰어넘어 함께 사는 세상을 원합니다. 우리는 편견먹깨비가 될 것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으로부터 살아남을 것이며, 기록되고 기억되는 공간을 만들 것입니다.

2013년 12월 10일, 우리는 서로의 존엄을 지켜줄 줄 아는 우리들의 반차별선언을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또 어딘가에서 이어지기를 바라며,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행동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해주기를 바랍니다.

2013년 12월 10일

모자이크로 덧칠해져 있는 상처를 이겨내고 싶은 정욜

난 사장이 아니라는 유명자

자기 소개 시간이 싫은 공기

구별과 경계를 뛰어넘어 함께 사는 세상을 원하는 정혜실

잃어버린 시간으로부터 살아 남은 아이 한종선

노동과 비노동의 경계에 선 돌봄노동자 최현숙

평범한 삶의 차이와 차별을 다시 묻는 김광이

일상의 자리를 되찾고 싶은 고동민

외톨이 점심시간이 아픈 김명희

늦잠 자는 시간을 사수하고 싶었던 난다

상품 말고 사람이 숨쉬는 서울역을 바라는 이동현

차별을 말하기가 겁니 어려운 숨

‘반말 해도 괜찮은 사람?’ 마문

동자동 쪽방지역 주민공동체와 함께하는 조승화

기록노동의 존재와 의미를 알리고 싶어하는 희정

분홍 메니큐어를 하는 준우

현수막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애여성노동자 김상

이름을 불리고 싶었던 아리데

나를 잃지 않고 일하고 싶은 형태

게으른 피 연영석

내 멋대로 하고 싶은 지영

경력 ‘단절’이 아닌 ‘공백’의 의미를 발견하는 강선미

전화기 너머에 사람이 있다 김영아

서브(sub)로만 인정받는 방송국 노동자 문근아

처음 나간 실습에서 마음이 삐뚤어진 두찬

투쟁이 좋고 연대의 현장이 좋아서 집에 잘 안들어가는 박호준

생활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먹는 것 김진수

편견먹깨비 이묘선

아플 때 누울 자리를 찾고 싶은 다글이

돌봄노동을 돌보는 정부를 바라는 차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