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지금 대한문에서는

지금 대한문에서는
훈창

지난 4월 최원식․ 김한길 의원이 자신들이 발의했던 차별금지법을 자진 철회한 이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별금지법반대세력이 자신들이 가진 힘과 권력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려 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야할까?

차별과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간의 연결을 꿈꾸며

몇 명의 활동가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조금 그림을 그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차별을 정당화하고 평등과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리려는 저들과 싸워나갈 힘이 어디에서 만들어질지 조금씩 보였습니다. 그렇게 차별과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간의 연결, 그 연결 속에 반차별의 깃발을 나부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기획단 회의에서부터 이야기간의 연결은 시작되었습니다. 소수자운동, 여성운동, 인권운동, 노동운동을 해온 사람들의 전하는 차별의 이야기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할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대한문에서 [평등예감_“을”들의 이어말하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6월 25일 이어말하기 두 번째 시간

이어말하기 첫 번째 시간 : 숨겨지는 사람들의 커밍아웃

6월 18일 처음 진행된 이어말하기는 축축한 빗소리와 함께 하였습니다. 시작부터 참 어려웠습니다. 굵은 비가 내리는 데도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은 천막을 치면 바로 뺏겠다고 이야기 하였고, 끝내 천막을 치지 못하게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쉽게 허용되는 것들이 대한문이란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그 순간 대한문에서 보였습니다.

비를 맞으며 시작한 첫 번째 이어말하기는 숨겨지는 사람들의 커밍아웃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딘가에서 살고 있고,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끊임없이 존재가 부정되는 사람들, 존재를 배제해 온 힘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한문이란 장소에서 이야기가 시작된 것도 뜻 깊었습니다. 쌍용자동차와 관련된 어떠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대한문에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탄압하고 지우려 하는 권력, 그리고 그것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첫 번째 이어말하기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그리고 볼 수 없게 해온 많은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자리였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자이크 속에 숨겨진 성소수자, 열악한 노동환경과 회사에 입사할 때 150만원의 보증금을 내야 하는 특수고용노동자임에도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창피해 말을 할 수 없었던 재능교육 노동자,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한 여성에게 피해당하는 여성이라고 바라보는 이야기는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보였습니다. 공격의 대상이 되거나, 자신의 존엄을 흔드는 세상의 시선이 누군가를 어떻게 좌절시키는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그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졌습니다. 이성애, 결혼, 비장애 등이 평범함의 기준인 사회에서 절대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없는 장애여성, 학교나 학번을 물어보는 사회에서 대학입시를 거부한 사람, 형제복지원 생존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평범함에서 벗어나지는 이야기에서 사회가 어떤 기준에서 사람들을 묶어내고 그곳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는 지 보였습니다.

우리가 싸울 지점이 하나하나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세상에 드러내야할지도 들렸습니다. 노동자로 자신을 자각하며 투쟁을 이어온 재능교육 노동자의 이야기,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대우를 받아온 여성돌봄노동자들이 자신을 여성으로, 시민으로 스스로 자각하며 투쟁을 시작한 운동에서 차별과 평등에 대한 싸움의 시작점이 보였습니다. 차별과 평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고민들이 뭉칠 수 있는 장소, 횡단과 연결에서 우리의 힘을 쌓아야 갰다 생각 됐습니다.

이어말하기 두 번째 시간 :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

첫 번째 이어말하기에 이어 6월 25일 대한문에서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첫 이야기는 이주노동자들의 ‘똥 쌀 권리’였습니다. 일터에 화장실이 없어 며칠 볼일을 참으며 수치심을 견뎌내야 했던 이주노동자들이 겨울이 되어 도저히 밖에서 볼일을 볼 수 없어 사업장에서 도망친 이야기, B형감염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했던 이야기, 해고는 살인이라고 해고만은 하지 말라고 투쟁했다는 이유로 어디에도 취업할 수 없고. 대한문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라는 이유로 앉는 것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고 끌려가는 쌍용차 노동자의 이야기, 학교에서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존재하지 않는 ‘등’이라는 이야기는 장소와 자리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차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그 기억과 기억하는 사람들의 연결이 평등의 자리를 넓힐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평등예감_“을”들의 이어말하기]는 이야기간의 연결에서 우리가 만들 투쟁의 힘과 연대를 하나하나 이어가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가 하나의 끝맺음이 아닌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버엔딩스토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고 다양한 장소와 삶의 공간에서 평등을 이야기해야 한다 생각됩니다. 이어말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크게는 대한문에서 9월까지 두 번째, 네 번째 화요일에 진행될 것이고 또 다른 장소와 공간에서도 이야기는 이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어말하기, 여러분들도 계속 이어가시겠습니까? 그 이어지는 이야기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다음 이어말하기는 7월 9일 저녁 7시 30분 대한문에서 “차별의 자리, 자리에 차별Ⅱ”이 진행됩니다. 또한 7월부터 두 번째, 네 번째 화요일 같은 시간 대한문에서 이어말하기는 계속 진행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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