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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학생인권법안을 가위질 말라~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와 한국교총의 가위질을 규탄하며
학생인권법안 원안 통과를 촉구한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 중 하나였던 학생인권법안(최순영 의원 대표 발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11월 통과가,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의 가위질 끝에 좌절되었다.

학생인권법안은 체벌금지, 두발복장자유화, 강제적 자율학습 금지, 각종 차별금지, 징계 재심 청구권 보장, 학생회 법제화, 교사와 학생 등에 대한 인권교육, 3년에 한 번씩 인권 현황에 대한 조사 실시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말한다. 11월 16일, 법안심사소위는 이 학생인권법안 원안의 주요 내용들을 거의 다 빼버리고 더 이상 원안의 흔적은 찾기 어려운 수정 대안을 교육위원회에 상정하려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퇴학에 한해서만 교육청 학교징계조정위원회에 징계 재심 청구권 부여
▲ “학교의 설립·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조항 신설
▲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연수를 민간기관 등에 위탁 실시 가능
▲ 초등학교 취학 유예 사유에 발달 정도 추가
▲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는 제외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가 참여하되, 학생 대표는 보충이나 자율학습 등에 대한 것, 급식에 대한 것, 운동부에 대한 것, 학교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 등 4가지만 심의권 부여

그러나 이 수정 대안조차도 한국교총이 학생 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여, 결국 최종적으로 교육위원회에 상정된 것에서는 학생 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부분은 누락되었다.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조항을 제외하고 위의 4가지 내용이 담긴 수정 대안은 16일 교육위원회와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사실상 입법 절차를 마쳤다. 이로써 국회는 학생인권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전달된 11,745명의 서명과 수차례 있었던 청소년들과 교사들의 집회, 의견 전달 등을 반영하지 않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

학생인권법안 원안의 내용에 동의하고 그 통과를 지지하는 청소년인권 및 교육 관련 단체들은 현재 국회에서 통과된 “학교의 설립·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의 신설을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이 입법은 원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생색내기에 불과할 수 있다.

법안심사소위가 기존의 체벌금지, 두발복장자유화, 차별금지, 강제적 자율학습 금지를 비롯하여 학생인권의 구체적 내용들을 명시했던 법안 내용을 단지 “학생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정도의 선언적 조항으로 대체한 것은 그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린 것이다. 이미 교육기본법에도 학습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선언적 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초중등교육법에 별 차이가 없는 선언적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인권의 구체적 내용을 나열하거나 시행령에 넣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명문화가 필요한데, 법안심사소위의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적당히 선언적 조항을 넣는 방안을 택했다. 이것은 학생인권 보장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징계 재심 청구를 퇴학에 대해서만 인정하겠다고 한 점 또한 부당하고 비합리적이다. 비유하자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대해서만 항소를 인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처벌의 수위가 높은 경우에만 재심 청구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은 재심 청구가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무시하는 것이며 국회의원들의 무지를 보여준다. 이는 오히려 퇴학 외의 징계에 대한 재심 청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낳을 수 있다. 2006년 9월, 서울시교육청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재심 청구권을 보장하도록 학교들을 지도하겠다고 밝혔던 것보다 오히려 더 후퇴한 셈이다.

수정 대안에서 그나마 실질적인 의미가 있었던 학생 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 참가 조항이 일방적으로 상정 당일에 삭제된 것은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소신에 대해 실망하게 만들었다. 한국교총의 의견 하나에 당일 날 법안 내용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국회 교육위원회의 분발을 촉구하고,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가마저도 졸속으로 삭제하도록 한 한국교총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한다. 우리는 누더기 수정 대안이 학생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이에 반대하며, 국회 교육위원회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회기 안에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인 학생인권법안 원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

우리 청소년인권 및 교육 관련 단체들은 앞으로 현재 통과된 학생인권 보장 조항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현실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학생인권법안 원안의 내용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2007년 11월 27일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대한민국청소년의회,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동당청소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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