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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 인권위 4주년 기념 민간초청 워크숍 무산에 부쳐

[성명] 인권위 4주년 기념 민간초청 워크숍 무산에 부쳐

누가 인권위 발전에 발목을 잡는가?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4주년! 2기 인권위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 간다. 인권위가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와 차별에 분노하며, 권력과 재력의 뒤흔듦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낙후된 인권상황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인권지킴이로서의 자기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길, 우리 인권단체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바라고 있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은 2기 인권위가 업무를 시작하면서 밝힌 3대 운영기조, 즉 △사회적 약자 및 취약계층의 인권보호 △인권교육과 정책권고의 예방활동 △인권단체와의 협력관계 강화에 대해 동감했으며, 아직까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긴 하지만 인권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권단체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필수화하고 있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지금까지 인권위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3년간의 업무전략을 기획하기 위해 지난 9월 인권단체 활동가 및 개인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만들어진 ‘국가인권위원회 발전기획단’의 논의에 주목한다. 또한 이 논의를 발전기획단 내부로 국한하지 않고 외부의 관심있는 인권단체들에게로까지 확장시키기 위해 ‘민간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워크숍’이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 높은 점수를 준다.

이는 인권위 업무 자체에 대해 기획단계에서부터 인권단체들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최초의 시도로서, 이를 계기로 인권단체와의 협력관계가 질적으로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권위원, 인권위 직원, 인권단체 활동가 및 개인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권위가 스스로를 낮추고 앞으로는 인권단체들의 경험과 의견을 존중해 인권신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14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원들은 2달이 넘게 진행된 발전기획단 논의의 성과를 무시하고, 발전기획단 존재 자체에 대해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겠다고 의결했다. 다음날 상임 인권위원들은 민간초청 워크숍을 사무처 차원의 행사로 격하하고 여기에 인권위원들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애초 민간초청 워크숍은 인권위 4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될 예정이었다.

인권위원들은 발전기획단의 위상과 내용이 애초 자신들이 이해한 것과 다르고, 인권위의 중기전략 수립에 대한 전원위원회의 의결이 없었다며 자신들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기획단의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내부의 문제를 이유로 외부위원들이 대거 참여하여 마련한 발전기획안(초안)을 헌신짝 취급하는 것은 외부 위원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자세로서, 인권위의 공신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태도다. 특히 발전기획단 논의를 2달이 넘게 조용히 지켜보다가 뒤늦게 전원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발전기획단 논의를 원천 무효화한 것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힘들다.

이런 결정 속에서는 자신의 알량한 권위만을 내세우는 인권위원만 있을 뿐, 인권신장을 위해 대승적으로 고민하고 인권단체와 협력하려는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인권위원들은 지금까지 별다른 전략적 고민과 평가 없이 수행되어 오고 있는 인권위 업무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반성하고 도 성찰하고 있는 것인가? 민간초청 워크숍에는 아예 참여를 하지 않겠다니, 인권단체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싫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결정을 그것도 공식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이에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원들의 가당찮은 결정에 대해 분개하며, 이 과정에서 민간초청 워크숍이 무산된 데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의 자리를 신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향후 인권위와 인권단체와의 관계는 또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권위원들에게 있음도 분명히 한다.

최근 인권위가 공소시효배제입법에 대해 낸 의견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공소시효배제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애초 법안의 내용보다도 더 후퇴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은, 형해만 남은 법 논리 뒤에서 인권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한 채 번지르르한 명분만 부여잡고 있는 초라한 인권위의 모습이 틀림없다. 인권현장을 안차게 누비며 번뜩이는 감수성으로 인권피해자들을 대변해야 할 인권위원들의 눈에도, 이 의견의 사각지대는 보이지 않았나 보다.

인권위가 출범한 지 4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인권위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중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전략적으로 업무를 기획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인권위 발전기획안이 인권단체들과의 긴밀한 협의 과정 속에서 축복받으며 탄생했을 때, 인권위는 지금까지의 관성을 벗어던지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믿음 속에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원들에게 묻는다. 지금 누가 인권위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지를…….

2005년 11월 25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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