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시급 7,530원, 월 환산액(주 40시간) 1,573,770원, 내년 최저임금입니다

안산 만원행동을 마무리하며

시급 7,530원. 2018년 최저임금 결정액입니다. 전년 대비 15% 이상 올랐으니 한 자릿수 대였던 기존 인상률을 생각해보면 ‘대폭 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최저임금액 결정과 함께 정부는 3조원 이상의 중소영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함께 내놓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정부 경제정책의 주요 축이 될 거라고들 합니다. 비록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반복했던 지루한 공방을 벌이면서 최저임금을 결정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정책의지가 관철된 최저임금 결정이었다는 점,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보수언론의 말마따나 정부가 임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정부의 입김에 따라 임금액을 정한다는 게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도 기업별 임금협상처럼 노동자, 사용자 위원들이 합의하고 공익위원들은 이를 촉진하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개별 노사관계에서처럼 구체적인 임금액수를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이 인간 존엄성 보장을 위해 한국사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최저선을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최저임금은 노동의 권리에 따른 적정임금의 보장을 위해 헌법이 규정한 임금제도입니다. 이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게 정부가 되어야지 전경련-경총과 같은 사용자들일 수 없습니다. 그 결정의 가장 큰 기준은 경제성장률, 경영환경 이전에 존엄한 삶,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이 되어야 합니다. 최저임금 대폭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아니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책무로 당연시되어야 하고, 사람답게 살 권리로서 적정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자-국민의 사회적 토론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안산 만원행동으로 모인 사람들

 

임금의 최저선일 뿐인 최저임금은 노조로 모여 사측과 협상할 힘이 없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다음 해 임금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반월시화공단과 같은 중소영세사업장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근속과 숙련도를 추가해 임금을 지급했고, 파견, 비정규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예외 없이 최저임금이 그 해 임금이 되어왔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조건의 서비스업 알바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공단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소식에 귀를 기울입니다. 최저임금 결정에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올해는 얼마가 오를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이 사장과 임금협상을 할 수는 없지만, 법정최저임금은 사장에게 영향을 끼치는 유일한 강제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공장 바깥에서 동료 노동자-시민들과 함께 벌여보는 게 필요하겠다 싶어 안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안산 만원행동’을 꾸렸습니다. ‘사람답게 살 권리’를 뜻하는 최저시급 1만원 요구와 함께 안산 지역의 노동자-시민들이 최저임금결정 과정에 조금이라도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만원행동 가입운동을 벌였습니다.

 

실제로는 서명운동을 빙자(?)한 가입운동이었지만, 최저임금과 관련한 소식을 정기적으로 전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행동을 제안하려고 한다며 연락처를 요청했을 때, 흔쾌히 연락처를 건넨 이들이 300여 명이나 됐습니다. 정기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전달하고, 오픈 카톡방을 열어 매일 관련 소식을 올렸습니다. 300여 명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최저임금 싸움에 함께 하겠다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려다가 되돌아와 연락처를 건네 준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고맙고 소중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올해도 크게 바뀐 건 없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렇게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럭저럭 굴러가고, 사람답게 살 권리로서 최저임금 결정에 노동자-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동안 외쳐온 최저임금 1만원이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왔고,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1만원 공약을 내걸고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핵심 정책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최저임금 인상에 앞장선다고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수 년 동안 노동부가 적발한 최저임금위반 적발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단에서도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을 줄여서 결국 손에 쥐는 건 최저임금 인상 전과 다를 바 없게 만드는 일이 속출할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법에는 바로 그런 경우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개별 기업에서 임금협상을 하는 게 쉽지 않아서 최저임금 싸움에 주목하게 되었지만, 결국엔 그 최저임금을 현실화시키는 몫은 사업주의 위법과 전횡을 막아설 수 있는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답게 살 권리’로서 최저임금액은 노동자들이 모이고 싸울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