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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경찰

ㅎㅊ

친구가 작년에 경찰이 되었다. 주변에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있었는데 경찰은 처음이다. 집회를 가서 경찰들과 대립했던 일이 정말 많았는데 친구가 경찰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그러하다. 작년 촛불 때 고향 친구들과 함께 참가를 했는데 광주에서 경찰하는 친구가 파견 나와서 경찰쪽에 있었다. 차벽을 두고 양쪽에 친구들이 다 있는 상황이 조금 그러했다. 차벽, 교통유지선 등이 가르고 있는 곳에서 20년을 함께 보낸 친구와 서 있는 상황들이 조금은 슬프다.

정록

아주 예전에 세들었던 집 아래층에서 도둑이 들었었다. 경찰에서는 나를 참고인으로 불러서 조사를 하려고 연락을 시도했는데, 나랑 통화가 되지 않자 고향집에 전화까지 걸었다. 절도사건 때문이라는 말에 부모님이 너무 놀란 적이 있다. 나중에 철도파업참가자 인권침해를 조사하다보니, 경찰이 그런 식으로 주변을 들쑤시고 다녀서 입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때 당시 나는 그런 생각은 못하고 참고인 조사 교통비로 5만원을 받고 나와서 룰루랄라했던 기억만 있다.

바람소리

2008년 촛불집회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하고난 후 트라우마가 생긴 듯하다.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경찰만 보면 왜 이리 다른 사람이 되냐고. 내가 생각해도 경찰만 보면 화가 나서 주체를 못하는 분노조절장애가 생긴 느낌이다. 경찰에게 손배 청구라도 해야 하나 싶다. 이 생각을 하니 머리가 또 뜨거워진다. ㅎ

디요

2008 촛불 때 처음 집회에 나갔다. 혼자 갔었는데 처음으로 경찰과 마주했다. “남자는 앞으로”란 외침에 무작정 휩쓸려 나갔을 때 곤봉을 손에 들고 방패로 무장한 경찰은 공포로 기억되었다. 아직도 나는 경찰이 개인으로 인식되기보다 무장된 집단, 공권력 그 자체로 인식된다.

2002년 이라크전쟁 반대 집회에서 행진하던 길에 헬멧 사이로 투쟁가를 따라 부르던 전경을 보며 서글퍼졌던 기억이 난다. 경찰이라고 다 나쁜 놈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저기 저 자리에서 명령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경찰도 있다, 경찰과 대면하는 상황에서 이를 환기하려고 해왔다. 사랑방 활동을 하고 어느 현장에서건 경찰과 부딪히게 되면서, 예전에는 정당한 항의에 움찔하고 반응을 보이던 경찰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이제는 대놓고 무시하거나 폭언하거나 시비를 거는 경찰들만 겪었던 것 같다. 그러던 경찰이 정권이 바뀌고 수사권 조정 논의가 되니 ‘인권경찰’이 되겠단다. 당근을 얻기 위한, 채찍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권’이 오르내리고 있으니 맘도 몸도 바빠진다.   

ㅇㅎ

ⓛ 역시 무서웠던 건 백골단 아저씨들. 짧은 곤봉 툭툭 치면서 여유롭게 대기하는 모습이 더 무셔워쩌요~ ㅜ.ㅜ

② 21세기 들어 어느 집회에서였을 듯. 전체적으로는 큰일 없이 행진했던 것 같은데, 군데군데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의경 한명이 시위대 사이에 고립되어 동료 의경들이 구한다고 치고 들어오는 정신없는 상황. 고립된 의경이 좀 맞은 것 같아서 보내주려고 주변 사람들을 워워 진정시키고 그 친구를 부축하는데 이 친구가 혼이 나가서 나한테 주먹을 막 휘두름. 슉슉 피하고 정신차리라고 떼끼하고 돌려보내줌. 만약 "전경 애들도 다 같은 애들인데..."라고 한다면, 그 감정적인 기억은 이것일 듯.

미류

동생과 둘이 살 때. 집에 도둑이 들었다. 가져갈 것도 별로 없었으니 재산상 피해가 엄청 컸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 집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불안했다. 그때 처음 경찰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집회에 나가서 만나는 경찰은 불필요한, 사라져야 할 존재였는데. 경찰에 신고했다. 도둑이 가져간 것이 무엇인지 등을 조사해간 경찰은 그 후 소식이 없었다. 범인을 찾기 어렵겠다는 말이 끝이었다. 잃은 물건들을 다시 찾길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다시 이렇게 불쑥 누군가 집에 들어오는 일은 없을 거라는 안심은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에 경찰이 '필요'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세주

잘 모르겠다. 학교 다닐때 학교 가는데 경찰들이 교문 막고 통제 했던 기억이 있다 꽤 옛날 같지 않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집회할때마다 신고한 정당한 집회공간을 침탈당하지 않으려고 부딪히며 행진하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아무튼 그런데 나는 요즘 인권경찰이니 뭐니 사실 별로 믿을 수 없다. 경찰의 역사속에서 인권이 뭉개지는 것은 무수히 봐왔으니 이런 생각이 이상하지는 않겠지. 개개인의 경찰이 아니라 집단으로의 경찰.. 끊임없이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