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누가 KAL858기 사건의 진실을 두려워하는가?

다시보는 인권하루소식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17년의 세월 동안 KAL858기 사건은 무수한 의혹만 증폭시켰을 뿐 한번도 속 시원히 진상이 밝혀진 적이 없다. 지난 98년에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사건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재조사 의지를 천명하였다. 2001년에는 처음으로 국정원 관계자 8명과 가족회 면담이 이루어져, 조사 결과에 문제가 많고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임을 확인하였다. 게다가 지난 2월 3일 서울행정법원이 KAL858기 사건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검찰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역행하며 항소를 제기했고 또다시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음모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한다.

“미국이 개입됐다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미국은 1943년에 필라델피아실험을 할 당시 구축함을 공간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후 1945년에 해군19편대의 에벤저뇌격기 5대가 버뮤다 삼각 해역에서 사라졌는데 이것도 필라델피아실험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어벤저 폭격기 5대의 잔해나 시신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답니다. 미국이 개입됐다면 비행기를 사라지게 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단 생각이 드는군요.”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 게시판에 올린 Old Man(아이디) 씨의 글이다. “공간이동”이라…이러한 음모론을 믿을지 말지는 읽는 사람이 각자 판단할 몫이겠으나, 확실한 것은 상당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의혹도 다수 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이제까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에서는 33가지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리고 이에 더불어 16일에는 12가지의 새로운 의혹을 보탰다.

      1. KAL858기에 한국인 탑승객이 더 있었다

      2. KAL858기 이륙시간이 조작되었다

      3. 폭파장치 셋팅 시간이 바뀌었다

      4. 9시간 후 폭발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5. 밝혀지지 않은 김현희의 행적, 김현희는 동독에도 갔었다

      6. 폭파에 사용됐다는 라디오에 콤포지션C4 폭약 350g이 들어갈 수 없다

      7. 김승일의 사진은 편집된 사진이다

      8. 마유미 소지품에 조작의혹이 있다

      9. 없어야 할 항공권이 증거로 제시되었다

      10. KAL858기 잔해라고 보도됐던 기체조각을 안기부는 왜 폐기했는가?

      11. 바그다드에서 KAL858기에 타기 전, 다른 비행기를 타라는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있다

      12. <월간조선> 2004년 1월호 기사는 사실이 의심스럽다

      (자세한 내용은 대책위 홈페이지 www.kal858.or.kr 참고)


KAL858기 사건은 이미 17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진행형인 사건이다. 여전히 진실을 외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17년 전과 같은 논리로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검찰과 일단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기에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의 “며칠 전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왠지 저는 17년 전이 떠올랐습니다. ... 그 때 5공화국, 6공화국 사람들의 모습을 며칠 전 국회에서 다시 봤습니다. 17년 전 이 KAL858기 사건이 없었다면, 저들이 지금 저기에 있을 수 있을까(87년 대선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혼란이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라는 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자 수사책임자는 현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뿐만 아니라, 미국이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KAL858기 사건이다. 미국은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경제봉쇄 등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으로 북 체제 붕괴를 유도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불량국가’로 지목하기도 했다. 반면 당시 UN안전보장이사회는 증거 불충분으로 한국과 일본이 제기한 ‘대북한 결의문’을 채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실을 통해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노태우 전 정권과 수많은 구태 정치인들, ‘테러지원국’이라는 이유로 북에 대해 휘두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미국이 KAL858기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당시 KAL858기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노태우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