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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 지금은 회의공개 시대

1996년 12월 31일, 국민의 알권리 보장,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행정자치부가 펴낸 2014년도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2만6천여 건으로 집계되었던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2014년 61만여 건으로 증가하였고, 모든 기관 평균 전부공개율 86%, 부분공개율 10%에 비공개율은 4%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과정에 대하여”, “국민중심으로” 공개하겠다고 한 정부3.0의 약속을 위해서인지, 국민이 찾기 전에 먼저 공개하고, 원문을 그대로 공개한다며 부산하다. 지표와 슬로건은 좋다 못해 완벽하다.

그래서 되묻고 싶다. 2016년 대한민국, 국민의 알권리는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가? 국정운영의 투명성은 확보되고 있는가? 감히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는 현실이 아프고 또 아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경찰버스에 막힌 길목 마냥, 국민의 알권리는 곳곳에 막혀 있고, 국정의 투명성은 뒷걸음질 쳤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국정교과서 파동 등 고비 고비마다 우리의 알권리는 실종되었고, 투명성은 보장되지 않았다. 알권리를 찾고자 하는 애타는 목소리는 괴담으로 몰렸고, 투명성을 요구하는 몸짓에는 서슬 퍼런 공권력이 먼저 찾아왔다.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 있는 '정부3.0'홍보 내용

▲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 있는 '정부3.0'홍보 내용


그렇다면 정보공개의 화려한 통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우선 통계의 착시효과부터 보자. 2014년 평균 4%의 비공개율은 중앙행정기관만의 집계에서 3배 가까운 11%로 껑충 뛰어오른다. 그나마도 2011년 이후 비공개로 분류되던 정보 부존재가 별도의 항목으로 집계되면서 비공개율이 대폭 낮아진 결과다. 착시효과가 없었다면 20%를 육박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세상 큰 거짓말 중의 하나가 통계라고 하던 누군가의 말을 실없는 소리로 치부했던 게 후회스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더 큰 거짓말이 있다.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전 과정에 대하여” 공개하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이 그것이다. 정보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 대한 전면적 공개는 현행 법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공기록물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록관리법」) 제17조는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요 회의의 회의록과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차관급이상, 지자체장, 교육감이 참여하는 일부 회의에만 적용될 뿐이다(시행령 제18조 제1항). 오히려 회의록에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한 동법 시행령은 과정 없이 결과만을 보여주는 회의록에 적법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 설령 법을 어겨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더라도, 또는 허울뿐인 회의록을 작성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정보공개법」은 회의 공개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그렇다.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전 과정에 대하여 공개하는 것은 애시 당초 불가능했다.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한다고 호언장담한 것은 거짓말이었을까 아니면 진정 몰랐던 것일까?

미국의 정보공개제도는 공공문서의 공개를 규정하는 제552조(5U.S.C §552) ‘정보공개법’과 회의 공개를 규정하는 제52b조((5U.S.C §552) ‘회의공개법’이라는 양 날개로 구성된다. 그러고도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한 쪽 날개로만 감지덕지하며 버텨왔기 때문이다. 결정 과정을 보여주지 않아도 결과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 스스로를 위안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과정 없는 결과의 부질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공공기관의 정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정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알권리가 있다. 의사결정과정이 비공개 사유로 남발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의사결정과정은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 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대상이다. 민주주의는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은 우리의 알권리를 완성시켜줄 또 하나의 날개다.

「정보공개연차보고서」 첫 페이지의 그림은 정보공개제도가 행정 감시 확대와 투명행정 구현을 위한 것임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다. 정말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정보공개제도가 행정 감시를 위한 날선 도구로, 투명행정 구현의 밑거름이 되길 소망한다. 정부가 진정 정부3.0의 의지가 있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또 하나의 날개, 회의공개법을 만드는 일에 함께 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회의공개 시대다.
덧붙임

김유승 님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