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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위해 “이제는 움직여야지”

민주공화국이 한반도에 들어선지 무려 68년째다. 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둔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가치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지난 68년간 수차례의 개헌이 있었지만 1988년부터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명시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인정하는 국가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둘러봤을 때, 헌법의 이 조항이 실제로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그 사례는 꼭 정치적 의사표현이 아니어도 문화적 표현과정에서 억압받는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50년을 국민과 함께한 대표적인 미디어매체 TV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의해 심의를 받는다. 심의의 목적은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고, 강자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수행해야하는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방심위는 9명의 심의위원 모두가 대통령과 여당 핵심인사들에 의해 위촉되며, 이는 공정성 확보가 아닌 정부와 여당의 언론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 또한 방심위 자체가 사회적 강자로 구성되어 조직의 목적인 강자에 대한 비판, 감시를 전혀 보장할 수 없는 구조다. 방심위의 이런 막강한 권한은 언론이 공정성을 실현하는데 방해를 주며 이는 결국 헌법 제 21조에 위배되는 위헌성이 짙은 사례로 해석된다. 심의기구를 통해 피해를 입는 매체는 방송 뿐만은 아니다. TV방송이 방심위에 의해 심의된다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의해 다섯 가지의 등급으로 나뉜다. 영등위의 역할은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의 공존을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일부 영화의 상영을 제한하여 성인들의 문화적 권리와 알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창작자의 희망등급과 영심위의 등급편성 간의 격차가 심해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 위 두 사례와 같이 정부의 매체심의기관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분야가 8가지나 된다.

알 권리와 정보공개
우리는 더 본질적으로 문제에 파고들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 필요한 권리가 ‘알 권리’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위 사례와 같이 우리가 정보를 접하는 대부분의 대중매체들은 정부 산하의 기관들에 의한 사전심의를 거치기에 절대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위협받는 알 권리를,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할 법적 방안 중 하나는 정보공개제도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정보공개법을 제정한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에도 나름 선진화된 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보다 무려 10년이나 앞서 입법한 서방국가들도 정보공개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며 사전정보에 대한 검색 또한 불편하다. 그에 반해 한국의 홈페이지는 깔끔한 메뉴와 함께 캐릭터가 위치해 정보공개에 대한 국민의 거리감을 좁혀줄 수 있다. 하지만 선진화된 시스템에 따라와 주지 못하는 제도 운영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비공개 처리다. 법령과 현실의 괴리될 정도로 비공개대상 정보 범위가 넓다. 법령 상 공개대상정보임에도 지침 혹은 조례에서 비공개대상정보를 과도하게 추상적으로 규정하기에 공개 범위를 자의적으로 축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제처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보공개청구 수수료

▲ 법제처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보공개청구 수수료


정보를 청구할 시에 소비되는 수수료와 관련된 업무처리도 문제가 있다. 지난해 3월 18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게 청구된 91만 5000원의 수수료는 문제점을 선명히 드러내어 준다. 심지어 이는 비영리민간단체이기에 50% 감면을 받은 액수라 일반 개인이 알 권리를 행사할 수단을 경제적으로 통제한다. 출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엑셀 파일 하나의 공개를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출력하였을 때를 가정한 수수료를 매겨 부과하였다는 점, 개정된 수수료 조례를 따르지 않고 아직도 1998년의 혹은 2013년도의 조례를 고수하는 광역단체의 태도는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해석된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개정된 수수료관련 규정을 적용하여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 알 권리를 빼앗도록 해선 안 된다.

알 권리가 기득권층에 의해 제한되지 않게
정보공개제도의 악용으로 인한 알권리 제한 역시 문제 중 하나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비공개 범위가 구체적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보공개업무 담당자에 대한 교육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일부 불성실한 태도를 가진 담당자에 대한 처벌을 허용하여 정보공개업무가 부과적인 업무가 아니라는 인식을 키워야한다.

표현의 자유, 알권리는 등장한지 비교적 얼마 되지 않은 권리이다. 게다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국민들에게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거리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법에서 권리가 보장되어도, 사회구성원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생활에서 효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새로운 인권은 항상 사회와 부딪혀왔다. 기득권층은 새로이 인정되는 권리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며 쉽사리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은 심의기구를 편성해 겉으론 권리를 인정하는듯하지만 뒤에선 교묘한 방법으로 이를 악용하고 있다.

주변에 게임, 음악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하나 있다. 객관적이지 못한, 부당한 심사를 거쳐 본인이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 친구는 항상 울분을 토해낸다. 나와 같은 나이의, 성인이 되기까지 2년밖에 남지 않은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제는 움직여야지.”


* 이 글은 <표현의자유를 위한 정책제안> 보고서를 참고했습니다.
덧붙임

김상훈 님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청소년 자원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