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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신문검열 폐지… 검열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교도소·구치소의 신문검열 제도가 드디어 폐지되었다. 지난 10월 4일 법무부는 신문기사 삭제 제도가 명백한 법률적 근거 없이 단순한 행정규칙으로 수용자의 알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내·외부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향후 수용자가 구독하는 신문의 열람제외기사를 삭제하지 않도록 일선 교정기관에 지시했고 관련 예규는 조속히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문검열은 위법한 공무집행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아래 형집행법)에 따르면, 수용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신문·잡지 또는 도서의 구독을 신청할 수 있고, 소장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해야 한다. 그러나 ‘수용자 교육교화 운영지침’(법무부예규 제983호)은 △도주·자살·난동 등 교정사고에 관한 기사로서 수용질서를 현저히 교란할 우려가 있는 기사 또는 광고 △취식거부·작업거부 등 규율위반을 선동하거나 수용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있는 기사 또는 광고(제52조 제1항)는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처럼 형집행법은 신문을 검열할 수 있는 권한 자체를 소 측에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검열 기준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검열에 관한 사항을 하위 법령에 위임하지도 않고 있다. 형집행법 제47조는 “구독을 신청할 수 있는 신문 등의 범위 및 수량”(제3항)만을 법무부령으로 위임했고, 이에 따라 형집행법 시행규칙은 “신문은 월 3종 이내, 도서(잡지 포함)는 월 10권 이내”(제35조)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소 측은 법무부예규일 뿐인 ‘수용자 교육교화 운영지침’을 근거로 수용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법적 근거도 없던 것으로 그 자체가 위법한 공무집행이었다. 법무부가 폐지 방침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요 신문검열 사례

수용자에게 알권리는 사회적 관계망과 유대관계가 구금에 의해 단절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탈사회화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분석한 2008년 이후 전국 교도소·구치소의 신문 검열 실태에 따르면, 소 측은 △교도관의 범죄에 관한 기사 △수용자 처우에 관한 기사 △수용자 단식투쟁에 관한 기사 등 수용자의 재사회화 혹은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현저하고 구체적인 위험을 야기하지도 않는 기사를 삭제해 왔다. 2008년 10월 김천소년교도소는 목포교도소 수용자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청와대에 청원했다가 징벌방에 감금되었다고 보도한 <한겨레> 기사를 삭제했다. 2009년 7월 구속노동자후원회 등이 마산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밀수용 등 수용환경 개선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창원교도소가 삭제했다. 수용자가 처우에 관해 기고한 글을 해당 교도소 측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2009년 3월 수원구치소 평택지소 수용자 고희철 씨가 면회자 접견 때 교도관 배석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으로 기고한 글이 <한겨레> ‘왜냐면’란에 실리자, 평택지소는 “왜곡되고 허위의 내용으로 수용자의 교화 및 수용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고 “법무부 장관에게 발송토록 허가된 서신이 신문에 게재”되었다며 삭제했다. 이는 자신이 기고한 글이 실린 신문을 본인도 보지 못하도록 방해한 셈이다. 2010년 10월에도 수원구치소 수용자 이용덕 씨가 <한겨레> ‘왜냐면’란에 자살방지용 철망에 대해 기고했으나, 이번에는 부산구치소가 삭제했다.

법원 판결이나 국가인권위 결정을 보도한 기사도 검열 대상이 되었다. 2009년 1월 창원지법이 수갑, 포승 등 계구를 남용한 의정부교도소가 수용자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는 <경남신문> 기사를 통영구치소에서 삭제했다. 2009년 8월에는 신창원 씨가 수년에 걸쳐 허리디스크 통증을 호소하며 외래진료를 요구했으나 교정 당국이 약물치료 등만 계속해 건강이 악화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구지법이 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보도한 <동아일보> 등의 기사를 통영구치소가 삭제했다. 2011년 6월 국가인권위가 가림막 등 차단시설이 없는 곳에서 수용자의 속옷을 벗겨 몸 검사를 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하자 충주구치소가 삭제했다. 2011년 7월에는 부산지법이 “부산교도소가 계구를 과도하게 사용한 점과 부산구치소 측이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며 3,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는 <국제신문> 보도를 부산교도소가 삭제했다. 2011년 12월 서울구치소 교감이 수용자에게 금속보호대, 발목보호대, 머리보호구 등을 착용시키고 구타했다는 진정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는 <경향신문> 기사를 밀양구치소 등 6개 구금시설이 삭제했다.

특히 부산구치소는 수용자가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관련 사실을 보도한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2012년 4월 부산구치소 수용자가 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징벌처분을 취소한다고 부산지법이 판결한 사실을 보도한 <부산일보> 기사를 삭제한 것이다. 이는 동일한 처우 문제에 대해 다른 수용자가 문제 제기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한 것이다. 소 측은 판결이나 결정 내용을 검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했다.

게다가 취재기사뿐만 아니라 신문사의 주장을 펼친 사설도 검열 대상이 된 사실도 밝혀졌다. <부산일보> 등 지역신문이 수용자 인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사설을 냈다가 삭제되었다. 대체로 사설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신문사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인데도 검열 대상이 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검열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이번에 법무부가 신문검열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소속 기관에 시달한 공문에 따르면, 자체 판단으로도 법적 근거가 미흡함은 물론, 최근 4년간 기관별 삭제 건수가 0건에서 38건에 이르는 등 차이가 매우 심하게 나타나 기사 삭제가 자의적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무상으로도 △기사를 삭제해도 접견, 서신, 신입수용자 등을 통해 삭제된 기사의 내용 파악이 가능하고 △기사 삭제 시 등사잉크로 덧칠하거나, 해당 기사를 가위로 오려내고 뒷면 기사 복사 후 붙여주는 등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서울구치소 등 큰 기관은 500부 이상 삭제하는 등 기사삭제로 신문배부가 늦어지는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판단이다.

신문검열은 폐지되었지만 갈 길은 멀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일선 교도소·구치소에서는 구금시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인권단체 소식지가 검열되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한편, 수용자의 알권리와 외부교통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서신검열의 실질적 폐지, 접견 시 녹음이나 교도관의 배석 없이 접견할 수 있는 권리 보장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법무부는 신문검열 폐지를 계기로 구금시설의 검열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덧붙임

강성준 님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