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오름 > 일반

서울역 사진전 - 서울역, 길의 끝에서 길을 묻다(1)

[편집인주] 10월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작은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홈리스 당사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인권오름 독자들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전시 소개]
서울역은 기차의 종착역 뿐 아닌 서울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우리들 인생의 정거장이기도 합니다. 홈리스들은 서울역에서 절망을 이어가기도, 또 다른 난관을 만나기도, 새 출발의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홈리스들에게 서울역은 어떤 의미인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서울역을 직접 카메라에 담고, 그 사연을 적어 봤습니다.



처마 밑
고가 처마 밑에서 잠을 잤어요. 비가 많이 오면 못 자지만 조금 오면 잠을 잘 수 있어요. 2년 전부터 못 자게 해서 택배 사무실 문 뒤쪽으로 가서 잠을 잤는데, 지붕이 없으니 새벽 두시쯤엔 서울역 안에 들어가 잤죠. 이제는 서울역에 못 들어가게 하니 잘 수 없어요. 예전에는 고가 처마 밑에서 노숙하는 분들이 담배도 피고 쉬고 했는데, 서울역 강제퇴거 이후로 여기에는 아저씨들이 드물어요. <사진: 박학봉>



의자 빼기, 물 뿌리기
서울역 3층은 새벽 2시가 되면 의자를 빼요. 예전에는 새벽 2시면 서울역 문을 열었는데, 이제는 4시에나 문을 열어요. 예전엔 서울역 안에서 밤을 보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어요. 새벽 4시 전에는 화장실을 간다고 해도 들여 보내주지 않고 새벽 4시 반이 되면 30명 가까이 직원들이 나와서 지키고 서있어요. 용역들이 지키고 검문해서 행색이 추레한 노숙인들은 들여보내지 않아요. 신역사 1층 계단에는 수시로 물을 뿌려요. 낮에도 그렇고…… 노숙인들 앉지 말라고 수시로 물을 뿌리는 거예요. 물 뿌릴 때는 일반인도 나가라고 해요. 임시로 쉬려고 앉아 있는 곳인데, 일반인한테도 나가라고 하니 싸움이 날 때도 있어요. 서울역 1층 광장에 노숙인들이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게 꼴 보기 싫어 청소반장에게 물 뿌리라고 지시하니까 물 뿌리고 그래요. 서울역 신역사 광장 앞에서 자고 있으면 보기 싫다고 청소한다고 물 뿌리고 그래요. 잠을 편히 잘 때가 없어요. ‘집에 가서 자라고’ 하면서……물을 뿌리기 시작한 건 최근 부터예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6월 이후로 물을 뿌리며 쫓아내고 있어요. 서울역 13번 출구 쪽도 수시로 물을 뿌려요. <사진: 박학봉>



화단
새생명교회에서 전에는 죽을 줬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먹기가 좋은 컵 같은데 줬거든요. 지금은 채움터에서 예배보고 밥을 줘요. 여름엔 여기서 많이 자고 그랬는데……
25년 전 바로 이곳에서 일을 구해 일 나가는 곳이었어요. 그때는 용역회사가 없고 업자들이 와서 데려갔는데, 제주도까지 일 가는 사람도 있고, 8월이면 제주도로 밀감 따러 가는 일도 있고, 그때 많이 일하러 갔지요. 노태우 정부 끝날 때까지 그랬던 거 같아요. 여기서 나도 일 다니고, 노가다하고 시골에 하우스일 다니고 했지요. 그랬던 곳인데 민자역사 들어오면서 화단이 만들어지고 바뀌었어요. <사진: 박학봉>



노숙인 창고, 노숙인의 쉼터? 서울역 응급구호방
작년 겨울에 급하게 만들어진 응급구호방은 지금은 문을 닫았어요. 다시서기 센터에서 창고로 쓴다고 하네요. 작년 겨울엔 사람들이 많았어요. 80~100명 잘 공간인데 200명 넘게 자기도 하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니까 창문을 높고 작게 만들어서 환기도 안 되고 냄새가 나니까 밖이 너무 추워도 더는 못 자고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시설을 잘못 만들었어요. 잠자는 곳은 씻고 샤워하는 곳을 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씻는 곳을 만들지 않았어요. 씻게 하고 자게 해야 하는데…… 이 시설은 자는 데만 만들어서 문제가 많아요. 서울시가 만들어놓고 나 몰라라 해요. 아저씨들이 겨울에 응급구호방에서 특별자활을 했어요. 잠자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정신이 없어요. 술 먹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일하는 사람이 8명 있고 밖에 또 2명이 일을 했어요. <사진: 권오대>



커피 한 잔의 여유
서울역 우체국 근처 지하도 앞에는 20년이 넘게 커피를 팔아온 아주머니가 있어요. 광역버스기사, 택시기사분들이 단골 고객이에요. 500원하는 커피를 서울역 아저씨들에게는 300원을 받을 때도 있고, 때로는 그냥 주시기도 해요. 커피를 마시면 담배가 저절로 생각이 나요. <사진: 권오대>



나빠지는 서울역
2003년 11월 서울역 민자역사가 문을 열었다. KTX가 개통된 2004년 여름, 철도공안에 의한 거리홈리스 폭행치사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날 아침에 TV에서 서울역에서 노숙인 2명이 사망해서 방치해두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사건으로 서울역에서 천막 농성을 했던 기억이 있다. 시위한 사람 중에 경찰에 잡혀간 사람이 있었는데, 면회를 갔었던 기억도 있다.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이름을 바꾼 2005년 1월, 서울역 대합실에서 노숙인 사망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11년 8월, 서울역 강제퇴거조치가 시행되었다. <사진: 김종언>
덧붙임

권오대, 김정원, 김종언, 박왕우, 박학봉, 사랑나라 님은 홈리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