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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_세상3] “무엇을 잘못했기에 비인간적인 처우를 당해야 합니까?”

인천부평경찰서 역전지구대 경찰관의 인권침해 사건

2009년 2월 15일 새벽 2시 15분경 부평역 근처에서 경찰의 불심검문 관련해 실랑이를 벌이다 인천 부평경찰서(서장 배상훈) 역전지구대 소속 3명의 경찰관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 역전지구대 파출소로 연행된 정석 씨. 뒤로 채워진 수갑은 다른 수갑으로 소파 고정대에 덧대어 옥죄었다.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요구도 전화를 쓰고 싶다는 요구도 무시당하며, 마치 투명인간인양 취급되었던 그날의 기억은 그에게 무심히 지나가는 순찰차만 보아도 애써 외면하게 만들었다.


물 마실 자유조차 박탈한 지구대 경찰관

정석 씨가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경찰은 자전거 소매치기범을 잡기 위해 불심검문을 하고 있었다. 마침 정석 씨가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경찰은 정석 씨를 세웠다. 그는 잘못한 것도 없고, 술도 한잔해 피곤해서 “나 나쁜 사람 아니다”라며 지나가려 했다. 경찰은 정석 씨의 자전거를 가로 막았고, 정석 씨가 다시 가려하자 경찰이 핸들을 잡으며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역전지구대에 도착한 정석 씨는 뒤로 수갑이 차여진채 소파에 앉아있어야 했다. 수갑을 풀어달라는 요구도 심한 갈증을 해소하려고 물을 달라는 호소도 경찰은 수용하지 않았다.

“ (손이 뒤로 묶여 아프니깐) 수갑 풀어 달라고 요청 했는데 묵살됐어요. 지구대 cctv를 보면 최소 15회 이상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청 했습니다. 두 손을 사용하는 직업이니 수갑을 풀어주거나 헐겁게 해달라고요. 개 목줄도 길게 있는데 나는 그런 여유도 없이 꽉 묶였어요. 이런 상황이 너무 억울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요청했는데도 지구대 안 경찰들은 무시하더군요. 나는 그 안에서 투명인간이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일이었지만 정석에게 2월 15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그리도 비인간적인 처우를 당하는지 울분을 느낍니다. 시간이 지나 법 앞에 섰습니다만 그러한 것들에 대해선 하소연을 못합니다. 가혹행위와 인권침해에 대해 어디고 호소할 데가 없어요.”
불심검문 당시 정석 씨와 실랑이 속에서 넘어진 경찰과 경찰에게 걷어차인 정석 씨는 똑같이 3주 상해진단이 나왔으나 검찰은 정석 씨의 것은 무시했다. cctv 증거자료도 제출하였지만 결과는 증거불충분 무혐의. 물을 먹고 싶다는 요구에 어느 하나 반응이 없자 마침 정수기로 간 경찰에게 발로 물 좀 먹고 싶다는 뜻으로 두 번 건드렸다. 그 경찰은 정석 씨에게 다가와 물 대신 양쪽 정강이를 걷어찼단다. 옆에 자고 있는 취객에게는 요구한 적도 없는 물을 주어가며 깨우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했던 정석 씨는 당시 느낌을 말로 잇지 못했다.

“전화를 쓰고 싶다고 바지 속에 있으니 꺼내 달라고 했어요. 민원인이 저를 도와주려 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핸드폰을 가져갔습니다.” 결국 정석 씨는 부평경찰서로 이송되기 전까지 주변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도 이러한 상황을 알리지도 못했다. 정석 씨는 지구대 전화라도 쓰게 해달라고 했지만 경찰관은 외면했다.

억울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당시 지구대 안에서 정석 씨는 왜 불심검문을 받았는지 알지 못했다.

“부평경찰서로 이송된 후에야 비로소 수갑도 풀리고,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조사관이 재수 없게 거길 지나가다 걸렸다면서 자전거 날치기 사건이 있었음을 알려주어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부평경찰서에서 나온 정씨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2월 15일 새벽 7시 경에 부평경찰서에서 나왔어요. (지구대에서 당한 일이) 억울해서 잠도 못자고 바로 상해 진단서 끊고 해당 경찰관을 고소했습니다. 저를 조사하던 경찰서 형사가 억울하면 나가면서 고소하고 가라고 했는데, 2월 16일에 관련 내용을 작성해서 고소장을 제출했지요. 또 그 날 저녁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습니다. 그런데 앞뒤 순서가 바뀐 게 실수였던 것 같아요. 먼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시켰다면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인권위 조사관이 그러더라구요.”

정석 씨는 지구대 안에서의 인권침해와 경찰의 폭행, 가혹행위에 대하여 검찰에 고소고발 조취를 취하였다. 그러나 8월 3일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아 서울고등법원에 재정 신청을 한 상태이다. 해당 경찰관도 불심검문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상해죄, 공무집행방해죄, 모욕죄로 정석 씨를 고소했다.

“내가 고소당한 건은 2주도 안 되서 약식기소가 되어 벌금 400만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내가 고소한 건, 경찰의 폭행에 대해서는 검사가 두 달 넘게 심사숙고를 하였어요. 사건 발생 후 세 달이 지날 때까지 고자세를 취하던 (지구대)경찰들이 검사실 수사관에 의하면 장시간 혼났다고 갔다고 합니다. ‘개도 이렇게 안 묶어 놓는다. 발로 차는 모습 이게 어떻게 뿌리치는 모습이냐’ 이런 얘기로 혼나고 갔다고 해요. 그 다음날 자세가 바뀌어 경찰은 나와 화해하려했습니다. 검찰도 화해가 어떠냐고 이야기 했어요. 손바닥이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습니다. 합의 하지 않겠다고 하니, 검찰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혐의 없음으로 나간 겁니다.”

정석 씨는 처음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경찰을 상대로 고소하였지만 지금은 경찰들의 이러한 인권침해에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구나. 공권력과 시민 사이 분쟁이 생겼을 때 힘없는 시민은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다. 이게 오랫동안 회복이 안 된다. 지금 내가 그렇다.”

예상치 못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정석 씨는 6개월 이상 긴 법적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불심검문 잘 대응해주는 것인데 후회된다. 내가 너무 몰랐다.”

그간 정석 씨는 법적 대응 과정에서 많이 지쳤다. 앞으로도 밝아 보이지만은 않다. 국가기관으로부터 겪은 인권 침해로 인해 상처는 정석 씨를 위축시켰다. 가슴을 헤집어 놓은 것 같다고 한다. 생업도 잠시 중단하고, 가장 가까운 식구들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의 힘으로 경찰을 상대로 억울함을 밝혀볼 생각이다. 검찰·경찰의 회유도 뿌리치고 법정에서 무죄를 받아야만 하는 싸움이 꼭 이기길 희망해본다.


덧붙임

선영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